2화 통신이 끊긴 도시
1. 현실 - 은서의 귀에 머무는 그 소리
침묵 속에서 울려 퍼졌다.
“삐~익...”
길고 얇고 예리한 소리.
누군가 그녀의 고막 안쪽에 실을 걸고 잡아당기는 듯한 기분.
의자에 앉아도 누워도 조용한 밤이 와도
그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은서는 두 손으로 귀를 막고,
눈을 감았다.
그러나 고요는 찾아오지 않았다.
“왜 아무도 이 소리를 듣지 못해요?”
가족에게 말해도
의사에게 말해도
‘이명은 흔한 증상’이라는 말만 돌아왔다.
하지만 이건 단순한 소음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것이 몸의 ‘신호’라는 직감을 느끼고 있었다.
2. 내부 - 청신경 통신국, ‘청령탑’ 붕괴 직전
“비상이다. 통신 왜곡 발생.”
청신경 통신국은 청령탑이라 불리는 거대한 신호탑을 중심으로
온몸의 소리, 떨림, 균형 정보를 수집하고 전송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곳의 통신이 이상했다.
신호가 끊기기도 하고
의미 없는 잡음만 반복되기도 하고
때로는 없던 소리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국장 CN-8은 안경을 벗어 던지며 외쳤다.
“이건 오류가 아니야! 추골동맥의 혈류가 줄고 있어!
산소가 부족한 거야! 뇌간 신호가 왜곡되고 있어!”
하지만 대뇌 본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청령탑 상층부의 엔지니어 하나가 숨을 헐떡이며 보고했다.
“방금... 탑이 흔들렸어요. 이건 그냥 이명이 아닙니다.
우리, 곧 끊깁니다.”
3. 현실 - 병원 진료실, 무너지는 기대
은서는 이비인후과에 앉아 있었다.
차례가 되어 들어간 진료실,
의사는 스크린을 보며 말했다.
“귀에는 이상 없습니다.
이명은... 음, 노이즈처럼 생각하세요.
신경이 예민해져서 생기는 겁니다.
보통은 시간이 지나면 나아요.”
은서는 숨을 삼켰다.
“그게...
소리만 나는 게 아니고요,
계속 울렁거리고요.
가끔은... 세상이 멀어지는 것 같고,
눈이 어두워지기도 해요.”
의사는 키보드를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도 받아보시는 게...”
순간, 은서의 안에서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4. 내부 - 청령탑 붕괴 경고
청령탑의 중앙관제실에서
이상 신호들이 도배되기 시작했다.
고주파 왜곡
내이 압력 상승
청신경 수용체 과흥분
CN-8은 손에 쥔 마이크를 부여잡고
마지막 교신을 시도했다.
“통신이 끊긴 도시” “본부! 응답하라!
이건 정신 문제가 아니다.
청각계에 실질적 이상이 발생 중이다!
귀가 아니다,
몸 전체의 피가 흐르지 않는다!!”
그러나 연결음은 없었다.
오직 정적만.
그리고~
“쿠우우웅...”
탑의 상층부가 울리며
빛이 일그러졌다.
청령탑은 곧
‘신호를 보내는 곳’에서
‘소음을 만들어내는 괴물’로 불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의심과 오해, 그리고 약 처방 하나로 덮어질 것이다.
5. 현실 - 은서의 침묵
집으로 돌아온 은서는
그 어느 때보다 조용했다.
TV도 껐고 휴대폰도 무음이었다.
그런데도 소리는
계속 그녀를 쫓았다.
삐이~
...삐이이익...
은서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문득
자신의 귀가 아니라
어딘가 아주 깊은 곳에서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에필로그 - 신호는 보내졌지만, 도착하지 않았다
신경은 외쳤고
탑은 흔들렸고
통신은 끊겼다.
그러나 세상은 말한다.
“그건 그냥 신경 탓이야.”
그리고 그 틈에서
추골동맥은 말없이 피를 밀어내며
조용히 붕괴하고 있었다.
다음 화 예고
제3화 - “골절의 기억, C2 터널 붕괴”
한때 다쳤던 목, 오래된 사고.
잊고 지냈던 고통이
추골동맥을 누르고 있다.
그리고 무너지는 터널,
다시 피어나는 경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