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골동맥

3화 골절의 기억, C2 터널 붕괴

by Unikim

1. 현실 - 은서, 목 뒤의 통증


은서는 자꾸만

목 뒤를 쓸어내렸다.

왼쪽 귀 밑에서 어깨까지 뻐근하게 당기는 느낌.

때론 전기처럼 저릿하게,

때론 묵직하게 내려앉는 압박.


“자세 때문인가...?”

그녀는 거울 앞에 섰다.

고개를 돌릴 때마다 어딘가 뻣뻣했다.

눈도 쉽게 피로해지고,

가끔은 시야가 순간적으로 흐려졌다.


마치 고개만 돌렸을 뿐인데,

몸 전체의 균형이 흔들리는 느낌.


그때였다.

무심결에 떠오른 기억 하나.

오래전...

계단에서 넘어진 그날.

눈이 내리던 겨울,

뒷목에 쿵~ 하고 박히던 감각.


은서는 입술을 떨며 속삭였다.


“설마... 그게 지금까지?”


2. 내부 - C2 척추, ‘고요한 균열의 자리’


C2 터널,

몸속 고지대, 추골동맥이 통과하는 가장 위험한 협곡.

추골동맥 수송대장 VA-42는

붉은 피에 젖은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긴... 언제부터 이렇게 망가졌지.”

그의 옆에서

터널 관리자 C2, 단단한 투구를 쓴 병사가 나타났다.

말이 없었다.

입은 굳게 다물려 있었고,

등 뒤엔 오래전 파편이 박혀 있었다.


“왜... 지금껏 보고하지 않았지?”

VA-42의 물음에

C2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보고했지.

그때, 위쪽에서는 ‘별일 아니다’고 했으니까.”


이 터널은,

십 년 전 목뼈 충격 이후로

단 한 번도 제대로 복구된 적이 없었다.


C2는 말한다.


“난 버텼어. 계속.

하지만 이젠 .. 버틸 수가 없다.”


3. 현실 - 병원 MRI실 앞, 말 없는 진단


의사는 말했다.


“예전에 넘어지셨던 적 있으세요?

MRI상, C2-C3 사이 공간이 많이 좁아져 있네요.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과거 손상이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은서는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릴 때... 한 번 크게 넘어진 적은 있어요.”


의사는 설명을 이어갔다.


“추골동맥이 이 사이를 통과하는데,

지금은 좀 눌리는 상태예요.

정확히 말하면, 아주 미세한 압박인데

민감한 사람에겐 충분히 증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은서는 눈을 감았다.

그날의 기억.

뒤로 넘어진 순간, 눈앞에 흰 빛이 번지던 그 감각.


“그게... 그날이 지금까지 온 거였네요.”


4. 내부 - 터널의 붕괴, 침묵의 해소


C2의 말이 끝나자

터널은 미세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크루르르...”


벽의 이음새에서 피가 새어 나왔고,

산소 공급선 하나가 툭, 끊어졌다.


VA-42는 외쳤다.


“모두 피하라!

이건 단순히 협착이 아니다!

터널이 붕괴한다!”


청령탑과 소뇌 기지에

비상 경고가 전송되었다.

그동안 묵인되어 온 C2의 침묵이

지금 이 순간, 몸 전체에 비명을 보내고 있었다.


“과거의 골절은

현재의 재난으로 돌아온다.”


5. 현실 - 은서, 눈앞이 흐려지다


엘리베이터를 타던 은서는

순간 눈앞이 흐릿해졌다.

고개를 약간 돌렸을 뿐인데,

세상이 한쪽으로 쏠렸다.


주변이 조용한데도

귀 안은 요란했다.

...

삐이익~

쿠우웅...


은서는 벽에 기댄 채 숨을 골랐다.


“그래도... 다행이야.

적어도,

어디가 문제인지... 이제는 알겠어.”


에필로그 - 지나간 상처는 사라지지 않는다


몸은

지워지지 않는 기록을 품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도,

치유되지 않은 자리엔 무게가 남는다.

그 무게가 오늘

혈관을 짓누르고,

신경을 울리고,

귀를 소음으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엔,

말없이 버텨온

추골동맥과 C2가 있었다.


다음 화 예고


제4화 - “소뇌, 균형이 무너지다”


걸음이 흔들리고, 중심이 무너지고,

멀쩡한 길에서 갑자기 비틀거리는 이상한 증상.

몸의 중심 센터, 소뇌의 구조적 혼란과

피가 닿지 않는 뇌간 가장자리에서 터지는 조난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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