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골동맥

5화 척추감각 통로, 저림의 지도

by Unikim

1. 현실 – 발끝에서 시작된 ‘무언가’


은서는 출근 준비를 하다 말고,

갑자기 왼쪽 발등을 내려다봤다.


“간질...”

발등을 기어오르는 미세한 감각.

손으로 만져봐도 아무것도 없는데

무언가가 안쪽에서부터 움직이는 것 같았다.


처음엔 간과했다.

잠을 잘못 잤나?

혈액순환 문제인가?


하지만 그 감각은

이제는 정강이를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무릎, 허벅지, 그리고.....

이상하게 무릎 안쪽에서 전기가 튀듯 찌릿했다.


“이거... 이상해. 그냥 쥐가 난 것도 아니고...

살결 밑에서 무언가 기어 올라와.”


2. 내부 – 척추감각 통로, 혼선의 시작


Posterior Sensory Line(후감각선)

척수의 뒤쪽, 감각정보가 몸 전체에서 모여드는 곳.

수많은 촉각, 온도, 통증, 위치 감각이

전기처럼 이 선을 타고 대뇌로 전송된다.


하지만 요즘,

후감각선 본부는 혼선 속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왼쪽 제4지대에서 이상신호 감지!

미세 저림, 반복 출력 중!”

“신호가 겹쳐! 좌측 발등과 우측 무릎이 동시에 울리고 있어!”

“누가, 이 회선을 정리하고 있어? 누가...!?”


선임 통신사 DR-3는

전송 회로 앞에 서서 떨고 있었다.

입력은 계속되는데,

신호는 정확히 도달하지 않았다.


3. 현실 - 의심받는 감각


병원에서 은서는 말했다.


“다리가 저려요. 발등에서 시작해서

허벅지까지 올라오고요,

무릎 뒤가 욱신거리기도 하고,

가끔은 너무 저려서 숨이 막혀요.”


의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혈액검사상 염증 수치는 정상이고요,

디스크나 협착도 딱히 심하진 않네요.

신경과 진료는 받아보셨나요?”


은서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아픈 게 아니라... 헷갈리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4. 내부 - 경로 상실


“경고! S1-L5 감각 축선 왜곡!”


감각 경로는 마치 지도와 같다.

몸의 피부 하나하나가

척수의 특정 신경구역과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

그 지도는 잉크가 번지듯 흐려지고 있었다.

좌측 발에서 들어온 신호가 허리에 맺혔다가

갑자기 반대편 허벅지로 튀었고,

손가락 감각까지 오류를 냈다.


“이건... 누락이 아니야. 경로 자체가 바뀌고 있어!”

“산소 부족, 미세 염증, 압박성 신경전도 지연... 다 겹쳐서 신호가 오염됐어!”


척수감각 본부는

서서히 신경계 전체가 감각 착란에 빠지고 있음을 감지했다.


5. 현실 - 처음 느낀 공포


은서는 회사 복도에서 허벅지에 손을 올렸다.

그냥 천을 만졌을 뿐인데,

뭔가 ‘어색한’ 느낌.

마치 자신의 살결이 아닌 것을 만지는 듯한 이질감.


그리고 그 순간,

처음으로 마음속에

“무서워.”라는 말이 떠올랐다.


지금까지는

불편함, 당혹감, 억울함이었다면,

이제는

몸이 자신을 떠나는 느낌.


“내가...

내 몸 안에 갇힌 기분이야.”


그녀는 허리를 웅크리고

잠시 그대로 서 있었다.


에필로그 - 감각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신호는

몸에서부터

지독한 일관성을 가지고 올라왔다.


비록 왜곡되고,

오해받고,

때로는 무시되었지만....

감각은 늘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그 말을 듣는 사람이

없었을 뿐이다.


다음 화 예고


제6화 - “림프절 회의, 누구의 잘못인가”


면역과 감각, 염증과 통증.

림프계는 지금 ‘혼란의 원인’을 찾기 위한 긴급회의에 돌입한다.

각 기관이 서로를 탓하며 진실을 흐리는 그 속에서,

누군가는 처음으로

"이건 추골동맥 때문일지도 모른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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