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골동맥

6화 림프절 회의, 누구의 잘못인가

by Unikim

1. 현실 - 찾아가는 통증, 잡히지 않는 이유

은서는 다시 병원을 찾았다.
이번엔 류마티스 내과.

“혹시 염증 수치가 높나요?
다리 저림이 며칠 전부터 시작됐고,
이젠 팔까지 약간씩... 감각이 이상해요.”

의사는 혈액검사 결과를 보고 말했다.

“염증 수치는 정상 범위예요.
자가면역질환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그럼... 뭐가 문제죠?”

의사는 조심스럽게 웃으며

“글쎄요, 조금 예민해진 것일 수도 있고...
전반적으로 스트레스 반응도 한몫하죠.”

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이건 스트레스가 아니다.
내 몸 어딘가가... 싸우고 있다.

2. 내부 - 림프절 고위 회의, 혼란과 회피

림프계의 중심,
제3경부 림프절 본부.
온몸의 면역 정보가 모이는 이곳에
오늘은 각 부서 대표들이 모여
‘현재의 혼란 상황’을 논의했다.

회의장 중앙에
림프절 의장 LY-9이 앉아 있었고,
각 부서에서는 쏟아졌다.

“이건 내 문제가 아니야.
소뇌에서 균형 정보를 잘못 해석한 거야!”
->감각신경 대표

“혈류 순환 속도는 평균을 유지 중입니다.”
-> 심혈관국 대리

“염증 수치? 낮습니다. 면역반응도 없습니다.”
-> 림프절 방어총괄

“신경이 예민해진 탓일 뿐입니다. 외부 침입은 없어요.”
-> 면역경보관

의장 LY-9이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질문하죠.
왜 다리가 저리고, 귀에 이명이 생기며, 중심이 무너지는데
우리 누구도 원인을 모른다는 겁니까?”

잠시 정적.
그러다 구석에서, 조용한 목소리 하나가 울렸다.

3. 내부 - 그 누구도 말하지 않았던 이름

림프관 기록 보관소 관리자,
이름 없는 존재 LV-β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그저 면역계를 감시합니다.
하지만 최근
추골동맥 주변 림프흐름에서 이상 신호를 감지했습니다.”

순간 회의장이 술렁였다.

“뭐라고요? 추골동맥?”
“그건 척추 기저부잖아. 림프 흐름과 큰 관련 없지 않나요?”

LV-β는 조용히, 하지만 단호히 말했다.

“아니요.
림프액 흐름은 혈류와 함께 움직입니다.
그리고 지금 추골동맥은,
침묵 속에 붕괴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붕괴의 잔재를 감지하고 있어요.
하지만 모두가... 그 이름을 말하지 않을 뿐입니다.”

4. 현실 - 은서, 체온의 변화를 느끼다

그날 저녁, 은서는
왼쪽 다리가 오른쪽보다 기이하게 차갑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무릎 뒤쪽,
손끝으로 느껴지는 묘한 뻐근함과 멍한 느낌.

피는 순환 한다는데
림프는 맴도는 듯했고,
무언가 몸 안에서 교통이 막힌 느낌.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내 몸은 알고 있다.
지금... 안에서 무언가 잘못되고 있어.”

그녀는 그날 밤,
의료 커뮤니티에서 ‘추골동맥’이라는 단어를 처음 검색했다.

5. 내부 - 림프절의 침묵

회의가 끝난 뒤,
의장 LY-9은 홀로 중얼거렸다.

“그래... 추골동맥.
그 이름은 아무도 감히 말하지 않으려 하지.
왜냐면,
그건 ‘무시해 온 진실’이니까.”

림프절은 외부 적을 감지할 수 있다.
하지만 내부의 붕괴엔,
언제나 너무 늦게 반응한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몸은 계속, 무너진다.

에필로그 - 진실을 말한 자는 기록되지 않는다

림프절 기록에는
오늘 회의에서 추골동맥에 대한 언급은
남지 않았다.

모두가
자신의 보고서엔 그 말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한 사람만은 기억했다.

LV-β는 조용히
자신의 메모장에 적었다.

“의심, 추골동맥.
경부 림프 흐름 이상,
면역 반응 지연,
공포 전이 감각 증가.”

다음 화 예고

제7화 - “숨 막힘의 실체, 뇌간 호흡중추의 경고”

은서는 어느 날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순간을 경험한다.
호흡이 흐트러지고, 과호흡이 시작된다.
뇌간의 호흡중추는 절박하게 피를 요구하고,
그러나 추골동맥은 점점 좁아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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