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골동맥

14화 얼굴의 비대칭, 얼굴신경의 침묵

by Unikim

1. 현실 - 거울 속, 낯선 얼굴

은서는 세수를 하다
거울을 바라보았다.

“응...?”

왼쪽 눈이
미세하게 덜 감기고 있었다.
입꼬리도
조금 비틀린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몇 번이고
입을 벌리고, 감고,
웃어보았다.

하지만
자연스럽지 않았다.
미세한 불협화음.
그리고 뺨 안쪽의 묘한 저림.

“이게... 뭐지?
피곤해서 그런 건가?”

2. 내부 - 제7신경, 회로 불안

CN VII Zone - Facial Nerve Control Room
그곳은
표정, 눈물샘, 침샘, 앞혀의 미각까지
얼굴의 정체성을 조율하는 표정지휘소.

관리자 미마(Mima)는
지금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왼쪽 안면 회로, 신호 불안정.
눈꺼풀 폐쇄지연 0.2초 초과.
입꼬리 제어근 저반응.”

무언가가 이 회로 전체를
서서히 마비시키고 있었다.

“혈류 공급 저하.
우린 지금,
‘웃는 법’을 잃고 있어.”

3. 현실 - 감정과 표정이 어긋난다

은서는 누군가의 농담에
웃고 있었지만
한쪽 입꼬리만 웃고 있었다.

그 느낌은 이상했다.
몸이 반응하지 않으니,

감정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웃고는 있는데...
상대방이 뭔가 이상하게 본다.”

그리고 눈물도 이상했다.
한쪽 눈만 시리고 건조했다.

4. 내부 - 미마의 전언

미마는 중앙 통신기에 접속했다.

“이건 단지 안면근 이상이 아닌것 같은데.....
표정은 언어야.
감정의 표출이고,
내면을 드러내는 신호라구.”

그녀는 주저앉은 근섬유들에게 말했다.

“너희는 그저 단순하게 움직이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을 ‘사람답게’ 보이게 해주는 존재야.
그 흐름이 멈추면 은서는 세상과 끊기게 될 거야.”

5. 현실 - 감정의 무기력

은서는 슬퍼도 슬퍼 보이지 않았고
기뻐도 기쁜 표정을 짓지 못했다.

“내 얼굴이...
내 마음을 따라오지 않아.”

그녀는 거울을 외면했다.

“거울 속 나는,..
나 아닌 것 같아.”

그리고,
그 모든 변화의 시작은
또 다시,
추골동맥의 미세한 분지 흐름.


에필로그 - 표정은 존재의 가장 깊은 언어

우리는
입을 열지 않아도
얼굴로 말한다.

눈으로,
입꼬리로,
미소 하나로.

그 신경이 침묵하면...
감정은 갇히고,
사람은 고립된다.

그리고 그 고립은
몸보다
마음을 먼저 무너뜨린다.


다음 화 예고

제15화 - “청신경의 단절, 소리 없는 세상”

귀에 ‘울림’이 생기고,
속에서 소리가 들리는 듯한 이명.
그리고 서서히 잃어가는 고음역대 청력.
청신경(Vestibulocochlear nerve)은
단지 듣는 것만이 아니라,
세상을 감지하는 레이더.
그 신경이 망가질 때,
세상은 멀어지고
몸은 방향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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