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골동맥

15화 청신경의 단절, 소리 없는 세상

by Unikim

1. 현실 - 고요 속의 ‘소음’

은서는 퇴근 후 조용한 방 안에서
귓속의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삐-----"


"... 또 시작이야.”

처음엔
에어컨이나 냉장고 소리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소리는 전원을 꺼도,
문을 닫아도
사라지지 않았다.

“내 귀 안에서,
계속 무언가 울리고 있어...”

2. 내부 - 청신경 통제실, 이상 진동 감지

CN VIII Room - 청신경 조정센터

청각파트 관리자 유노(Juno)는
측두골 안쪽 감각셈서 패널을 주시하고 있었다.

“내이(內耳) 진동 수치 이상 감지.
기저막 미세 떨림 잔존.
...외부음 없음.”

즉,
‘소리 없는 진동’이 울리고 있었다.

“우린 지금,
존재하지 않는 소리를 감지하고 있어.
청각 회로가 과열 중이야.”

그리고 경고음이 떴다.
[혈류 부족 - 미로동맥(추골동맥 분지) 경색 의심]

3. 현실 - 잃어가는 청각의 섬세함

은서는 대화를 하다
상대의 말이 일부 잘 안 들린다는 걸 느꼈다.

“어? 다시 한번 말해줄래?”

특히 고음역대의 소리,
부드럽고 낮은 속삭임,
멀리서 들리는 발소리 같은 것이
또렷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어폰을 뺐다.
그리고 한쪽 귀를 막고 들었다.

“... 왼쪽 귀가,
뭔가 둔한 것 같아.”

4. 내부 - 유노의 외침, 그리고 평형계의 진동

유노는 청각 회로실을 뛰쳐나왔다.
옆 방, 전정계 조정실로 향했다.

“청각만이 아니라,
평형계도 흔들려.
림프액이 비정상적으로 요동치고 있어.”

그곳에는
귀석(耳石)들이 흩어졌고,
전정모세포들이 불안정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이러면...
머리 위치 감각까지 잃어버려.”

청신경은
듣는 것만이 아니라
몸의 균형 전체를 감지하는 핵심이었다.

5. 현실 - 걸을 때마다 멀어지는 세상

은서는 출근길
지하철 플랫폼에서
가볍게 비틀거렸다.

눈은 또렷했지만
귀가 세상을 다르게 해석하고 있었다.

“소리는 왜곡되고,
몸의 방향도 헷갈리고...
지금 난
세상 속에 혼자 격리된 느낌이야.”

에필로그 - 듣는다는 건, 세상과 연결되는 방식

소리를 듣는다는 건
단순히 소리를 인식하는 게 아니라
세상과 연결된다는 의미다.

그리고 청신경이 망가지면
우린 감각이 끊긴다.

그 단절은
고립이고,
혼란이며,
몸 전체가 자리를 잃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늘 그렇듯
피의 흐름이 멈춘 데서 시작된다.

다음 화 예고

제16화 - “눈꺼풀의 무게, 동안신경의 흔들림”

눈이 무겁고,
초점이 잘 맞지 않고,
한쪽 눈꺼풀이 자꾸만 내려온다.
동안신경(Oculomotor nerve)은
눈을 뜨게 하고,
시선을 조절하며,
빛에 반응하는 ‘눈의 총지휘관.’
이 신경이 흔들릴 때,
우리는 세상을 또렷하게 바라볼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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