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눈꺼풀의 무게, 동안신경의 흔들림
1. 현실 - 무거운 눈꺼풀
은서는 컴퓨터 화면을 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왼쪽 눈을 자주 만졌다.
“왜 이렇게...
눈꺼풀이 무겁지?”
눈을 떠도
한쪽이 자꾸 천천히 내려앉았다.
렌즈 문제인가 싶어
렌즈를 빼고도 확인했지만
차이는 여전했다.
“눈이...
제대로 안 떠지는 느낌이야.”
2. 내부 - CN III 관제실, 지시 오류 발생
동안신경 지휘센터 - CN III Tower
눈꺼풀 상승근(LPS),
상직근, 하직근, 내직근...
여섯 개의 눈 근육 중 네 개를 조율하는 중앙타워.
지휘관 니아(Nia)는
전기신호가 약해진 것을 확인했다.
“좌측 상안검거근(눈꺼풀 올리는 근육),
자극 전압 저하.
상직근 회로 응답 지연.”
그리고 경고등이 켜졌다.
[미세허혈 - 추골동맥 후대뇌동맥 분지 장애]
“우리에게 필요한 피가
눈까지 닿지 못하고 있어.”
3. 현실 - 흐릿한 초점, 흔들리는 시야
은서는 문득
시선이 약간 흔들리고 있다는 걸 느꼈다.
특히 피곤할 때,
물체의 위치가 아주 약간 어긋나고
초점이 순간적으로 흐려졌다.
“눈이... 내 눈이 아닌 것 같아.”
거울을 봤다.
눈동자의 높낮이가 미세하게 다르고,
빛 반응도 느린 것처럼 보였다.
4. 내부 - 니아의 명령, 그리고 침묵
니아는 무전기를 잡고 외쳤다.
“상직근, 반응하라!
눈동자를 위로 올려야 해!
응답해!”
그러나 돌아오는 건
느린 반사와 이완된 근섬유의 떨림뿐.
“추골동맥....
후대뇌동맥이 약해지고 있어.
동공 조절까지 영향을 받으면
우린... 시야를 잃어.”
니아는 조용히 중얼였다.
“세상을 보는 건,
눈이 아니라
‘움직이는 눈’이야.”
5. 현실 - 자꾸 내려가는 눈
은서는 하루 종일
왼쪽 눈꺼풀을 손가락으로 올리며 지냈다.
누군가는 말했다.
“피곤해 보여.
어제 잠 못 잤어?”
그 말에,
그녀는 속으로 외쳤다.
“아니... 이건 그런 게 아니야.
내 몸 안 어딘가가
지금 눈을 ‘뜨지 못하게’ 막고 있어.”
그리고 알았다.
이건 그저 눈이 무거운 거뿐만 아니라,
‘보는 힘’이 약해진 거라는 걸.
에필로그 - 눈은 마음을 바라보는 창
우리는 눈으로 본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움직이는 눈으로 바라본다.’
눈꺼풀이 뜨지 않으면,
시선이 조절되지 않으면,
세상은 왜곡되고,
내면의 방향까지 흔들린다.
눈은 마음의 창이 아니라
의지의 반영이다.
그리고 그 의지는
지금
흐르지 않는 피 앞에 무너지고 있다.
다음 화 예고
제17화 - “삼차신경의 울림, 얼굴 속의 칼날”
뺨이 아프고,
턱이 저리며,
콧잔등이나 눈가에 날카로운 전기가 지나간다.
삼차신경(Trigeminal nerve)은
얼굴 감각의 왕,
고통의 통로,
그리고 감정의 지도를 새기는 자.
그 신경이 흔들릴 때,
우리는 얼굴을 만지는 것조차
두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