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골동맥

20화 혀의 혼란, 설하신경의 침묵

by Unikim

1. 현실 - 말끝이 자꾸 꼬인다


은서는 회의 중에

자꾸만 단어가 입에서 미끄러지는 걸 느꼈다.


“저는... 어, 그러니까

... 그, 그게… 뭐였죠...”


말을 하려는 순간

혀끝이 살짝 느리게 반응했다.

소리의 첫 글자들이

뚝뚝 끊어지는 느낌.


“왜 이렇게.....

말이 잘 안 나오지?”


심지어

입 안에 뭐가 남은 느낌까지 들었다.

혀가 부자연스럽게 두꺼운 느낌.


2. 내부 – CN XII 조종실, 침묵에 빠지다


설하신경 제어센터 – CN XII Control Hub


발음, 혀의 정밀 움직임, 섭식 후 처리를 담당하는

소규모지만 섬세한 신경실.


지휘관 레오(Leo)는

혀의 앞뒤 양쪽 움직임을 정밀하게 조정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콘솔에 이상 경보가 떴다.


“좌측 설근부 반응 저하.

전도 속도 지연.”


원인: 추골동맥 분지 혈류 저하.

정확히는

연수(Medulla)의 말단부 허혈.


“혀를 움직이게 할 피가...

너무 적어졌어.”


3. 현실 - 혀끝이 낯설다


은서는 말을 하다

문득 혀끝을 혀로 느껴보려 했지만

이상하게

감각이 흐릿했다.


그리고

무언가를 먹을 때도

입안 어딘가에서 씹은 것을 한쪽으로만 몰아넣고 있다는 걸 느꼈다.


“이상하다...

왼쪽 혀가 좀 둔한 것 같아.”


그리고, 맛.

익숙하던 음식이 평범하게 느껴졌다.


“예전 같지 않아.

입맛도, 말도.”


4. 내부 - 레오의 고독한 싸움


레오는 급히 마이크를 잡았다.


“혀 전면부 전도율 70% 이하로 하락!

언어 리듬 단절 위기!”


동료가 물었다.


“그럼 발음이...?”

“‘ㄹ’, ‘ㄴ’, ‘ㅅ’ 같은 정밀 음절부터 무너질 거야.

마지막은 침 삼키는 것조차 흐려지겠지.”


레오는

자기 손으로 혀를 잡듯

콘솔을 꼭 쥐었다.


“우린 단순히 근육으로만 일을 하지 않아.

우린, 이 몸이 말하고 싶은 마음을

‘형태’로 옮겨주는 존재지.”


5. 현실 - 말을 아끼는 이유


은서는 점점

말을 줄이게 됐다.


생각은 명확한데

말은 엉기고

자꾸만 다시 말하게 되니까

자존심이 무너졌다.


“그냥... 말 안 하는 게 편할지도 몰라.”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건 게으름이나 무관심이 아니라,

‘말하고 싶은 나’를 몸이 따라주지 못하는 것.


에필로그 - 혀는 말의 칼날이 아니라, 영혼의 연장


설하신경은

혀를 움직인다.

하지만 그건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라

생각을 소리로 만드는 가장 마지막 관문.


그것이 무너질 때,

우린

말을 잃고

소통을 잃고

나를 표현할 힘조차 잃게 된다.


혀는

그저 혀가 아니다.

그건 ‘나’의 외곽이다.


다음 화 예고


제21화 - “뒤틀린 중심, 연수의 경고”


어지럼, 삼킴 장애, 말 더듬, 기침, 호흡 불균형—

이 모든 것이 모여드는 교차로.

연수(Medulla oblongata),

그곳이 흔들릴 때,

몸의 생존 루틴이 무너진다.

추골동맥 후 순환의 결정적 분기점.

연수의 붕괴는

몸 전체를 무력화시키는 서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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