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골동맥

22화 균형의 붕괴, 소뇌의 속삭임

by Unikim

1. 현실 - 걸을 때 자꾸 삐끗한다


은서는 요즘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불안했다.

발이 엇갈리거나

몸이 살짝 휘청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상해...

나는 똑바로 걷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왜 중심이 자꾸 틀어지지?”


손으로 커피를 따르다가

컵에 정확히 붓지 못하고 넘치거나,

글씨를 쓰는데 자꾸 글자가

작게 흔들렸다.


“나 지금...

뭔가 몸 안의 감각이 어긋나고 있어.”


2. 내부 - 소뇌 조율실, 미세 진동의 이상 감지


소뇌 작전실 – Cerebellar Sync Core


몸의 모든 미세한 움직임, 균형, 협응을

무의식적으로 조율하는 이곳은

오늘도 끊임없는 수정과 조정을 반복하고 있었다.


지휘관 엘라(Ella)는

각 관절과 근육의 위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받아

균형을 맞추는 숨은 연출가였다.


그런데

지금

수신되는 신호의 지연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근육 간 타이밍 오차 발생.

좌측 하지의 회전 반응이 느려.”


엘라는 스스로 감지했다.

몸은 그대로인데, 뇌의 조정이 늦어지고 있다는 걸.


“추골동맥 후 순환...

소뇌에 닿는 분지에서

혈류가 불안정해지고 있어.”


3. 현실 - 중심이 무너질 것 같은 불안감


은서는 복도 끝을 걷다가

잠깐 중심을 잃고 벽에 손을 짚었다.


“나 지금....

넘어질 뻔했어.”


사람들은 그냥 피곤해서 그렇다,

운동 부족 때문이라 했다.

하지만 그녀는 알았다.

‘내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4. 내부 - 엘라의 균형 회의


엘라는 비상 호출을 걸었다.

운동계 각 조정실 간 통신 회의.


“소뇌의 예측 회로가 지연되고 있어.

움직이기 전에 예상하는 ‘움직임의 시뮬레이션’이 깨지고 있어.”


동료가 물었다.


“그럼... 몸은 움직이는데

왜 그런 예측이 필요하지?”


엘라가 대답했다.


“우리는 사람이 쓰러지기 전

미리 중심을 조절해.

그걸 잃으면, 사람은

자기 몸을 믿을 수 없게 돼.”


5. 현실 - 일상의 미세한 혼란


은서는 양치질을 하다

칫솔을 떨어뜨렸다.

컵에 물을 부을 때도

자꾸 손이 삐끗했다.


“무섭다....

이게 시작일까?”


움직일 수는 있지만,

완전히 신뢰할 수 없는 움직임.

그건 불안이라는 감정으로 변해

점점 일상을 잠식했다.


에필로그 - 소뇌는 우아함을 설계하는 신경


소뇌는

움직임을 만들지 않는다.

움직임을 정제하고,

미리 계산하고,

그 결과를 ‘우아함’으로 바꾼다.


소뇌가 흔들리면

우리는

자신의 몸을

타인처럼 느끼기 시작한다.


그리고 말한다.


“내가 움직이는데

내가 나를 따라가지 못해.”


그건,

움직이는 존재의 고독이다.


다음 화 예고


제23화 - “감각의 경계, 척수의 갈림길”


피부가 느끼는 감각,

손끝의 온도,

발등의 무게,

그리고 그 미세한 차이들.

척수(Spinal cord)는

모든 감각과 명령이 교차하는 신호의 교차로.

그 갈림길이 흐려질 때,

몸은 자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세계를 오해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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