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골동맥

23화 감각의 경계, 척수의 갈림길

by Unikim

〈추골 동맥〉

제23화. “감각의 경계, 척수의 갈림길”


1. 현실 - 감각이 달라졌다


은서는 요즘

발바닥이 이상했다.


딱히 아픈 것도 아닌데,

양말 안에 얇은 종이가 깔린 느낌.

계단을 오를 땐

발등이 묵직하게 감기고,

샤워할 땐 뜨거운 물이 한쪽만 차게 느껴졌다.


“피부가... 나랑 다르게 반응해.”

“내 몸인데, 내가 느끼는 게 아니야.”


손끝으로 만지는 감각도

어딘가 둔해졌다.


2. 내부 - 척수 감각로, 과부하


Spinal Gateway - 감각 신호의 주 관문.


후근 감각 분기실(PostRoot Division)에서는

피부, 근육, 관절, 내부 장기에서 오는 모든 감각 신호가

하나의 회선처럼 몰려왔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훨씬 느리거나,

엉뚱한 신호가 도착하고 있었다.


“이건... 발가락에서 온 신호인데

왜 허벅지 라인으로 연결돼 있어?”


신경 조정자 칼렉스(Calex)는

즉시 교차로를 점검했다.


“척수로 중간부,

백질 패스트...

경로 왜곡 발생 중이다.”


3. 현실 - 이상한 ‘촉감’


은서는 슬며시 다리를 꼬았는데,

바지가 닿는 느낌이 두 배로 거슬렸다.


“왜 이렇게 간질간질하고 불쾌하지...?”


목욕 후 수건으로 몸을 닦다가

허리를 살짝 스쳤는데

순간적으로 따끔한 느낌이 났다.


“아, 이거... 신경이 예민해진 건가?”


아니었다.

그건 신경이 혼란스러워진 증거였다.


4. 내부 - 교차로에서 길을 잃다


칼렉스는 경로를 재조정하려 했다.

하지만 한 신경 말단이 이렇게 외쳤다.


“나는... 무릎에서 온 감각이었는데

지금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


신호가 꼬였다.

전달로가 헷갈렸다.

그리고 일부는,

그대로 멈춰버렸다.


칼렉스는 혼잣말처럼 말했다.


“감각은

몸의 존재를 증명하는 언어야.

그걸 잃는다는 건...

자신의 몸과 이별하는 거지.”


5. 현실 - 자기 몸이 낯설다


은서는 물 한 잔을 들고

테이블 위에 놓으려다

잔이 탁, 하고 세게 부딪혔다.


자신도 모르게 힘을 줬던 것.

그 힘 조절이 안 된 이유는,

자신의 촉감이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 손끝을 믿지 못하고 있어.”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몸 안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무너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에필로그 - 감각의 혼선


척수는

신경의 교차로이며

감각과 운동이 동시에 흐르는 하이웨이다.


그 길이 틀어지면

몸은 여전히 움직일 수 있지만,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게 된다.


은서는 지금

몸을 움직이는 것보다,

자신을 느끼는 것이 더 어렵다.


"나는 여기 있는데...

왜 내 몸은,

나를 멀리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지?"


다음 화 예고


제24화 - “심장 박동과 목줄기의 비밀”


목이 뛴다.

맥이 빨라진다.

잠들기 전, 불쑥 솟구치는 두근거림.

심장과 뇌간 사이,

그 신호의 조절이 흔들릴 때

생명은 리듬을 잃고,

감정은 숨을 잃는다.

이전 22화추골동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