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골동맥

30화 (마지막화) 추골동맥, 나를 살려줘

by Unikim

1. 현실 – 의식이 흐려진다

“...... 흐...”

은서는
어느 순간부터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머릿속이 물속에 잠긴 듯,
단어도, 사람의 얼굴도,
점점 희미해져 갔다.

“왜...
왜 이렇게 잠이 오지...
깨어 있고 싶은데...”

심장은 더듬더듬 뛰었고,
손끝은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2. 내부 - 붕괴 직전의 조율소들

대뇌 피질, 시상, 소뇌, 후두, 횡격막...
모두 조용했다.

각 지휘소의 불빛은 꺼져갔고,
신경 통신선은 거의 다 두절되었다.

그리고~

딱 하나.
가장 깊고 좁은 혈관 속에서
아직 흐르고 있는 이가 있었다.

3. 내부 - 추골동맥의 선언

“나는 추골동맥.
나는...
흐르기 위해 태어났다.”

좌우에서 흐르던 두 줄기의
추골동맥 관리자들은
마지막 연산에 돌입했다.

“혈류 재집중.
측부 순환 가동.
우회 경로 확보.
기저동맥 재활성화 시도.”

혈압이 떨어지고,
심장 박동이 무너지는 그 순간에도
그들은 단 하나의 목적만 남겨두고 있었다.

“그녀를, 살린다.”

4. 현실 – 단 하나의 박동

삐~삐~

모니터 소리가 멀어졌다.
의료진의 목소리도 흐려졌다.

그때,
은서의 맥박이
한 번 크게 뛰었다.

마치
몸속 어딘가에서
“기다려!”
하고 강하게 외친 것처럼.

5. 내부 - 추골동맥, 모든 걸 걸다

“우린 지금,
자기 자신을 연소시키는 중이다.”

추골동맥은
자신의 벽을 압박하고,
혈류 속도를 초과시키며,
조직 손상의 위협조차 감수했다.

“이건 우리 자신에게도 위험하다.”
“그래도, 반드시 도달해야 해.”

그리고 마침내
기저동맥에 피가 닿았다.

뇌간의 호흡중추가 깨어났다.
소뇌가 미세하게 흔들렸고,
대뇌 피질이 ‘빛’을 감지했다.

6. 현실 - 숨이 돌아오다

은서는
숨이,
들어오는 걸 느꼈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그녀는 눈꺼풀을 떴고,
하얀 천장과,
누군가의 얼굴이
점점 형체를 찾았다.

“나... 살아있어?”

에필로그 – 흐르는 자들의 이야기

몸속 깊은 곳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흐르기만 했던 존재.

그러나 그 흐름 하나가,
한 생명을 붙잡았다.

추골동맥은
오늘도 조용히 흐른다.
그 누구도 모른 채~
그러나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나는 흐른다.
살아 있으라고.”

에필로그를 넘어서

이제 은서의 이야기는 끝이 아니다.
몸을 바르게 알게 된 이는
자신을 진짜로 이해하게 된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의 증상을
‘기분 탓’으로 넘기지 않는다.

몸의 언어를 들을 줄 아는 사람.
그것이 은서가 다시 태어난 방식이었다.

- 끝 -



글을 마치면서.......

“흐름을 잃지 않기를”

사람들은 추골동맥에 대해 잘 모른다.
그 이름조차 낯설고,
몸속 아주 깊은 곳에 숨겨진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작은 동맥 하나가
우리 삶 전체와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그저 놀라움으로 멈추지 않았다.

알리고 싶었다.

추골동맥이 얼마나 중요한 동맥인지....

우리 삶에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 존재인지......

우리 생활과 얼마나 밀법한 관련이 있는지를.....

우리는 누구나 척추와 관련된 질환이나 증상들을 경험해 보았을 것이고

또 겪을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그 척추 관련 기관들을 먹여 살리는 추골 동맥을 잘 모른다.

그 중요성이 외면되고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추골동맥이 건강하게 보존될 수 있도록 의식하고 관리하고 치료해야만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말없이 어지럼을 견디고 있고 숨쉬기 어렵고 설명할 수 없는 저림과 혼란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그런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서 부족한 지식을 꺼내 어설픈 글을 쓰게 되었다.

그 고통의 실체는 단지 ‘기분 탓’이나 ‘심리적인 것’이 아니라 분명한 이유가 있으며 그 이유가 되는 원인에 바르게 접근해야만 바른 치료적 접근을 할 수 있다.

추골동맥은 뇌간과 소뇌, 후두엽으로 가는 생명선이다.
눈을 떴을 때의 균형, 소리를 듣고 단어를 말하는 감각,
하루의 시작과 끝,
그 모든 것이 이 보이지 않는 혈류 위에 놓여 있다.

내가 이야기를 쓴 건 우리 누구나의 몸속에서 일어나는 생존의 드라마를 바르게 인지하고 느껴주길 바라서였다.

누군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증상을 돌아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가족의 어지럼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게, 이 글이 작은 도움이자 위로가 되기를 바랐다.

그리고 은서.

그녀는 결국, 자신의 증상을 외면하지 않고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였다.
좋은 의료진을 만나서 정확한 검사를 받았고 치료를 시작했다.
시간은 걸렸지만 조심스레 회복해 나갔다.

이제는 휘청이지 않고 걷고 말을 할 때 목이 잠기지 않고 무거웠던 머리의 통증이 사라졌다.

무엇보다~
자신의 몸을 믿게 되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한 번쯤 몸이 내는 신호를 ‘지나치는 순간’을 겪는다.
하지만 이제는 그 신호를 조용히 그러나 진지하게 바라봐주었으면 한다.

몸은 늘 살아 있으려 애쓴다.

그리고 그 살아 있으려는 흐름~
추골동맥은 그 안에서 묵묵히 아주 오랜 시간 흘러오고 있었다.

“나는 흐른다. 살아 있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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