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만드는 사람인데요, 디지털 콘텐츠 얘기할 거예요

출판사 편집자인 내가 디지털 콘텐츠를 공부하게 된 계기

by 유유
나는 수험서 전문 출판사에서 일하는 2년차 편집자다.


저자로부터 원고를 받아 구성과 흐름을 기획하고, 문장을 다듬고, 책으로 출간하는 일을 한다. 나 역시 수험생이었던 시절이 있었으므로, 독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일해 왔다.


그런데 경험이 쌓이고, 욕심이 생길수록 한 가지 아쉬움이 생겼다. 내가 만든 콘텐츠가 독자에게 어떻게 도달하고, 어떻게 소비되는지 직접 확인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수험서 판매는 보통 저자의 인지도나 마케팅에 크게 좌우된다. 그러다 보니 내가 구성한 콘텐츠 자체만으로는 독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그런 답답함 속에서, 예상치 못한 계기가 찾아왔다.



카드뉴스를 만들어요? 제가요?


어느날 팀장님으로부터 팀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해보는 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우리 팀에서 제작하는 시사상식 도서의 홍보용 카드뉴스를 만들어 SNS에 올리는 일이었다. 인스타그램 계정조차 없던 나로서는 나름 큰 도전이었다. 처음엔 디자인도 사내 디자인팀의 도움을 받았고, 어떤 포맷이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도 감이 전혀 없었다. 그저 열심히 '정보를 전달하는 게시물'만을 만들었다.


결과는 처참했다(...) 팔로워 수는 몇 주간 20명에서 멈췄고, "눈에 잘 안 들어온다", "재미없다"는 평가도 들렸다. 솔직히 말하면 회사 사람들 외에는 평도 없었다. 그저 무관심뿐... 그동안은 내가 만든 콘텐츠에 대한 반응을 확인할 일이 거의 없었는데, 이렇게까지 외면받을 줄은..! 충격도 충격이지만, 이건 뭔가 '잘못 만들고 있다는 신호'임이 분명했다.



그때부터 나는 내가 만든 게시물을 돌아보고, 팔리는 콘텐츠의 구조를 분석하고, 다른 계정들의 글쓰기 방식을 연구했다. 이 과정에서 주제 선정, 제목 구성, 메인 색상, 시선 유도 방식 등 다양한 요소들이 디지털 콘텐츠에서는 다르게 작동한다는 것을 알아 갔다.


그러다 디지털 환경에서 콘텐츠가 어떻게 구조화되고 소비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됐다. 이왕이면 피드백도 받아보고 싶어서, 야심차게 브런치를 시작하게 됐다.




근데.. 종이만 다뤄오던 사람이 디지털 콘텐츠를 읽을 수 있을까..?

거창하게 이야기했지만, 내가 연재할 글은 내가 지금까지 출판사 편집자로 쌓아온 감각과 경험을 어떻게 디지털 환경으로 확장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나에 대해 보내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으며.. 지금까지 찾은 나름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책 한 권을 기획하고 편집하는 과정은 단순히 '원고를 다듬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편집자는 저자의 메시지를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정보의 흐름을 재구성하고, 문장과 구성을 매만지고, 어떤 표현이 독자에게 더 명확하게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즉, 콘텐츠가 '어떻게 읽힐지' 설계하는 것이 편집자의 역할이다.


그리고 이런 부분은 디지털 콘텐츠 기획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카드뉴스든 뉴스레터든, 웹페이지든 결국은 정보의 흐름을 설계하고, 독자의 반응을 유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단지 '만드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소비되는 방식까지 고려해야 하는 기획물'이라는 점에서는 종이 출판물이든 디지털 콘텐츠든 같다.


편집자인 나는, 그래서인지 디지털 콘텐츠를 읽을 때도 자연스럽게 콘텐츠의 구조나 흐름, 표현 방식 등에도 눈을 두게 된다. 축약형 어미를 쓰는지, 이 디자인 요소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정보는 왜 이 순서로 배치됐는지. 부족하지만 텍스트 하나하나의 의도와 전략을 나름 유추해본다.


그래서 나는 내게 익숙한 편집의 언어로,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콘텐츠를 어떻게 구조화하고,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가를 중심으로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읽어 보고자 한다. 이것이 내가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이유이자, 앞으로 이어질 연재 시리즈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앞으로 이 브런치에서는...

우선 나는 '출판 편집자의 눈으로 바라본 디지털 콘텐츠 기획'(거창)이라는 큰 틀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분석해보려고 한다.


살짝 스포하자면,

시선을 끄는 뉴스레터 구성에는 어떤 원리가 숨어 있을까?

사용자 행동을 유도하는 카피는 어떤 것일까?

'밀리의 서재' 첫 화면은 왜 그렇게 구성됐을까?

등에 대해 UX 관점과 사용자 흐름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볼 예정이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지만.. 알쏭달쏭 디지털 세상에서 출판사 편집자는 어떻게, 무엇으로 성장할지..! 무슨 이야기를 할지..! 지켜봐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