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귀인들에 감사하며.
나는 전문병원, 2차지만 로컬 같은 병원에서
일을 배우면 나중에 내가 가게 될 병원들에서
큰 사고 낼 것 같아
경력 인정 받기+일 제대로 배우기
두 가지 목적으로
재빠르게 종합병원에 입사했다.
그리고 의료대란으로 내 입사가
굉장히 불투명하다는 걸
인정해서
생존 전략으로 입사를 한 것도 맞다.
(어쨌든 나같이 미국에 대해 의지가 확고한
사람들은 경력을 쌓아야 하니…)
솔직히 대학시절 작은 종병 입사를
생각해보지 않았고
내가 갈 병원들이
워낙 교육 체계가 좋고
또 업무 체계 및 복지 분위기가 좋기로
소문이 자자한 곳들이라
웨이팅 중 다닐 이곳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X같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중소병원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았으나
나는 현재 다니고 있는 병원에서
굉장히 좋은 선배 간호사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다고 생각한다.
간호계에 유명한 말이 있다.
‘진리의 부바부’
어떤 병원을 들어갔나보다
어떤 부서에 잘 들어갔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작은 병원이다 보니
교육 체계가 뚜렷하진 않았지만
선생님들이 날 가르치는 것에 진심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다.
내가 한 달 트레이닝 받으며 느낀 부분은,
1.착한 선배보다 호되게 가르치는게 더 어렵다.
내가 선생님들만큼의 연차가 되었을 때
난 내 후배의 일을 봐주고 성장을 기다리고
못한 건 혼내기 보다
그 시간 아껴서 일을 빠르게 처리할 타입이
될 것 같다 느꼈다.
범죄인 태움말고
일에 있어서 혼내는게
편한 선배가 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그걸 하는 것부터가 밑에 선생님에 대한 애정이라고
나는 느꼈다.
내가 웨이팅 중인 걸 눈치챘음에도
날 미워하는게 아니라
‘우리 병원에선 이렇게 해도
다른 곳에 가선 그러면 안돼‘를 호되게 말씀하고
매뉴얼에 맞게 나를 가르치는 선생님을
나는 존경한다.
2.사석에서 서로 으쌰하는 분위기
간호 특성상 개인플레이 하기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병동은 좀 다르다.
사석에서 서로 퇴근 후 맥주 한 잔도 하고
의지를 다지고
웃긴 얘기도 하며 서로 라포를 쌓는다.
이제 겨우 한 달 된 신규에게도
사석에서 만남을 제안하고
선배로서 해 줄 얘기를 하고
후배의 고충을 들어주는
그 따수운 마음을 가진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나는 복에 겨웠다는 생각이 든다.
(My mommy&Daddy들,,)
3.막내를 어떻게 잘 키울까를 고민하는 선생님들
내가 한창 IV(정맥 주사) 연습을 할 때
놀랍지 않게도 우리 가족들은 팔을 대주는 걸
진심으로 거부했었다.
그런 나에게 선뜻 신규를 위해
18G, 22G 바늘을 들이내밀며
팔을 대줬던 선생님들 한 분 한 분을
내가 어떻게 안 감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쌤들 팔을 희생하고 나서야 타율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난다긴다 하는 대학병원에서 오래 일하다 나온
선생님들 밑에서 일을 배우니
더 많이 배워가는 걸 나도 느낀다.
난 내 윗년차 선생님들이
적어도 간호사 일을 어찌되었건
보람있고 좋아하는 선생님들이라 느꼈다.
그리고 내가 의도치 않게 온 이곳에서
선생님들을 안 만났으면
간호사 일을 계속 해야겠다는 확신도
내 꿈에 대한 믿음도
난 갖지 못하고 이 길을 쿨하게
포기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뜻하지 않게
자기 일에 진심인 선생님들 밑에서
폐 끼치는 후배가 되고 싶지 않아서
나도 더 노력하는 신규가 되어가는 것 같다.
너무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서
오히려 내가 힘겹게 취뽀한 내 병원에 대한
애정이 반감이 된..
아무튼
나도 선생님들을 따라
이 일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가끔은 세상이
그냥 나한테 ‘야 너 그냥 간호사 해라.‘라고
부추기는 기분이 드는데
그게 싫지 않다.
내가 만났던 그리고 같이 있는
지금 이 선생님들의 모습을
잃고 싶지 않다.
부서에 한 명의 또라이가 있어도
(여기도 있다.그건 어딜가나 한 명은 있다.)
9명이 좋으면 좋은 부서고 분위기인 것 같다.
나도 그런 9명이 되어야지.
지금 이 감사함에 대한 초심을
잃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