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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이루리 glory Jun 25. 2024

오늘 하루도 잘 살고 있나요?




 작년에 일을 그만 두고 나서는 매일이 평범하다. 특별한 일은 없다. 아직 아이들 케어를 해 주어야하고, 시험 기간에는 소화가 잘 되는 음식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고 늦은 시간까지 공부할 때는 읽을 책을 펼쳐 놓고 가능한 옆에 있어 준다. 원하는 경우, 문제지 채점을 해 주기도 하면서. 


 지금은 틈틈이 글을 올리고 그 동안 읽었던 책들을 카페에 정리해 두려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니다. 블러그나 카페를 열심히 운영하고 계신 분들을 보면, 우선 그 꾸준함에 놀란다. 차별화를 주기 위해 나만의 정보를 발굴하고 다양한 컨텐츠 개발에 힘쓰고, 글을 쓰고 편집을 하고 완전하게 올릴 때까지의 수고가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나는 아직 글을 쓰기 시작한 극초보 단계이므로 꾸준히 올리겠다는 부분에 중점을 두었다. 


 요즘 들어 부쩍 가까운 부분이 안보여 돋보기 안경을 쓰고 책을 들여다보니 아들이 "엄마, 도대체 뭘 그렇게 열심히 하고 계세요?' 궁금해한다. 가족들 중 아직 아무도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른다. 문득 내가 이렇게라도 글을 쓰려 한다는 것을 아들한테만은 말해주어야 되겠다 싶었다. 


"응. 엄마 블로그에 글 올리고 있는데 엄마 죽으면 나중에 이거 보면 되겠다! 그러면 엄마가 어떻게 살았는지 더 잘 알 수 있을거야." 했더니,


"엄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죽다니요? " 


요지는 그게 아닌데 말귀를 잘 못 캐치한  아들은 엄마가 힘들어서 이상한 생각을 하고 계신건 아닌가,  그런거 안해도 된다 걱정이다. 그래도 걱정을 해주는 아들이 고맙다. MBTI가 ISTJ인 딸의 반응은 좀 차갑다. "엄마, 글 쓰는 건 좋아요. 하지만 내가 고2라는 건 잊지 말아줘요." 자신을 일순위로 놓아달라는 당부이자, 선포라 할 수 있겠다. 그래, 엄마가 너 챙겨주는게 최우선이지. 50대 주부가 평범한 일상을 보내며 순간 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두 번 째 인생을 살고 있는 것처럼 살라. 그리고 당신이 지금 하려는 행동이 첫 번째 인생에서 잘못했던 바로 그 행동이라고 생각해라

  -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



 바쁜 사람에게는 살아가는 것보다 덜 바쁜 것이 없다...지혜로운 사람은 마치 그 날이 최후의 날인 것처럼 하루를 세심히 게획한다...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너무 적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너무 많은 시간을 읽어버리는 것이다.... 우리는 짧지 않은 인생을 받았지만 짧아지게 만는다. 우리가 적게 받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것을 낭비한다

  - 세네카 <인생의 짧음에 대하여>



 아무것도 미루어서는 안 된다. 기회를 놓치지 말라. 지금 아니면 절대 못한다! 당신은 현재에 살고 파도가 올 때마다 출범하고, 매순간 당신의 영원을 찾아야 한다. 어리석은 자는 기회의 섬에 서서 또 다른 땅을 바라보고 있다. 다른 땅은 없다. 이생 또는 이와 같은 생애 밖의 다른 생애는 없다. 좋은 농부가 있는 곳에 좋은 토양이 있다. 다른 어떤 경로를 취하든 인생은 후회의 연속일 것이다. 우리 모두 배들이 그저 좌초당하는 것이 아니라 바람 앞에 순항하는 모습을 보자.


 뉘우치고 후회하는 자를 위한 세계는 없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일기



 또 내가 내 영혼에게 이르되, "영혼아, 여러 해 쓸 물건을 많이 쌓아 두었으니 평안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라" 하리라 하되

하나님은 이르시되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준비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하셨으니 

  - 누가복음 12:19~20



 난 항상 남들보다 바쁘다면서 살아왔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뒤쫓기듯이 늘 시계를 보면서. 커피를 마실 때도 바쁘다면서 먼저 일어나고 반찬을 만들 때는 화구를 3개 돌리면서 몇 가지를 동시에 했다. 심지어 도마질을하다 급해서 손을 썰기도 했는데 도대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피가 철철 나서 응급실에 실려가는 시간이 더 많이 걸렸다. 마음 먹기에 달린 것이고, 그렇게 서두른다해도 남들보다 1~2시간도 더 벌지 못했을텐데 왜 그랬을까. 해야 할 일이 많기도 했지만, 하기 싫어 미뤄두는 경우가 많았고, 그러다보니 마감 전날까지 하느라 더 고생이었다. 학창시절 공부도, 직장 생활도 다 그렇게 했다. 미리 계획을 해두고 내 시간을 따로 내어서 미리 해두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습관을 당장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오늘 하루, 후회 없이,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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