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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향과 타협, 권선징악

옳음에 대한 추구

by 도망쟁이

아직 주니어 이지만, 일을 하면서 무엇인가 잘못된 것을 찾는 경험이 많았다.

내가 그것을 찾아내려고 찾은건이 아니라 늘 하는 일에 대해서 '왜?'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면서

좀더 정확히, 좀더 실수하지 않고 깔끔하게 일을 하려다 보니 규정도 찾아보게 되고

관련 케이스나 전임자가 했던 기록도 열어보면서 본의 아니게 잘못 진행된 일을 발견했었다.


주니어의 입장에서 이런것을 찾아내는것은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였다.

관리자의 입장인 상사는 하루가 그저 무난하게 넘어가기를, 또는 늘 그렇게 해 왔던 일이기에 문제가 없을 것임을 으레 짐작하고 그러기를 바라는듯 하는데, 조용히 있던 내가 '잠시 말씀드릴게 있다.'는 식으로 다가가면 꽤나 무거운 분위기가 연출되기 십상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대충 그냥 주어진 일만 표면적으로 처리하고 넘어가면 될텐데 왜 자꾸 그렇게 깊숙하게 들어가고 꼭 문제를 들춰서 무엇인가를 찾아내는걸까? 어쩌면 그건, 어릴적부터 '왜?'라는 질문을 자꾸 하는 나의 기질적인 특성에서 비롯된것 같다. 다만, 어릴때는 '왜?'에 대한 질문의 대부분이 나를 둘러싼 주위 환경 특히 자연물을 대상으로 했다면, 직장에 다니는 나이가 되어서는 그 대상이 업무나 회사가 되었다는 점이다.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 만난 상사분들은 이런 나의 일처리를 꼼꼼하다고 좋아하셨던듯 하다. 하지만, 정작 그런것들을 찾아낸 내가 결국 끝까지 해결해야되는 상황이 많았고 대게 내가 모르는 부분들이 덕지덕지 붙어서 문제를 만들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그 모르는 부분들을 한겹씩 벗겨낼때 나의 지식,경험이 늘어가면서 내가 성장하는 계기도 되었지만, 사람인지라 '아 그냥 덮어둘걸 괜히 열어봤다.'라는 생각이 드는것도 사실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런것들을 들추어 내지 않으면 참지 못하는 성격인듯 하다. 마치 나비효과 처럼, 하나의 해결되지 않는 작은 판도라의 상자같은것이 작은 나의 업무범위에 있는듯 하다는 생각만으로도 나는 출근길의 발걸음이 꽤나 무거워지는 편이였다. 금융권의 회사를 맴돌면서 내가 가졌던 마음가짐중 하나는, 내가 하는 일로 인해서 누군가가 또는 이 돈의 주인이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하는 자부심 또는 고집이였다. 그 고집이 잘못된 일을 찾아서 다시 바로잡도록 내가 업무에 집중하는 근원이 되었다.


이렇게 글을 쓰니 무슨 회사생활 30년쯤 했던 사람이 되게 있어보이는 듯 한 이야기를 쓰는것 같지만,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요즘 드는 생각을 내려놓고자 쓴다.


사람들, 특히 부모님은 왜그렇게 인생을 피곤하게 사냐고. 그저 벗어나거나 주어진 부분에서만 실수없이 잘 해도 1인분의 몫을 하는것이라 하시지만, 나라는 인간은 나 스스로를 나아가 나와 세상의 관계를 그렇게 단순하게 보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고 나이,성별,직업,가치관 여하를 불문하고 나는 개인이 하는 노력이 누군가에게 엄청난 도움 또는 피해로 이어진다는 믿음이 있다.


대학에서들었던 수업중에 내용보다 기억에 남는 교수님의 말씀이 있는데, 그 당시는 거의 4학년 무렵이였던걸로 기억한다. 교수님은 사회에 나가서 무슨일이든 하면서 살거고, 취업난이여도 결국은 밥벌이를 할텐데 되도록이면 세상을 좀더 나은방향으로 만드는 선택을 하고 이득이 되는 선택보다 옳은 선택을 하라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 그 말씀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매 선택의 순간에 문득문득 떠올랐다. 대한민국의 대부분이 대졸자인 사회가 되었지만 나는 그래도 대학교육은 고등교육이고, 아직 그 고등교육의 수혜를 받지 못한 분들과 어울려 살아가는것이 지금의 한국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은 어느정도의 기득권이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최소한의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 또는 우리가 사는 환경을 보다 나아지도록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을 남에게 설파하거나 강요할 마음은 더더욱 없었기에 나 혼자서 만큼은 최대한 지키려 노력했다. 선과 악을 되도록이면 찾아내려고 하고, 약자의 환경에 공감하고, 도움을 주거나 내가 뭔가 할 수 있는 상황이나 재량이라면 최대한 무언가를 하려고 움직여 왔다.


그 과정속에서 많은 스트레스와 내적인 갈등도 많았지만, 나는 후회하지 않는 미래의 나를 만나고 싶었다. 최소한 저승사자가 내 과거의 인생을 테이프처럼 돌려보면서 잘잘못을 짚어줄때 얼굴이 빨개지는 상황을 줄이고 미래에 만나게 될지 모를 나의 자녀에게는 떳떳한 부모로써 역할하고 싶다. 나만 이런 생각과 가치관을 갖는걸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태도로 인생을 산다면 왜 이 사회에는 많은 문제가 있는걸까? 왜 법이 없으면 사람들은 부끄러운 행위를 하고 남을 헤치면서 까지 이득을 취할까. 참 아이러니하다. 먹고 사는 문제가 어려워서 좀 옳지 않더라도 더러운 일을 떳떳하게 하는 선택을 할까? 나는 그렇다면 그냥 안먹고 싶다. 정말 굶어본 경험이 많지 않아서 함부러 말한다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우리가 사는 이 환경이 그렇게 까지 타락하지는 않았다고 믿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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