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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안쓴다고 생각해서 쓰는 글

글을 쓰면서 안쓰면서 쓰면서 안쓰면서

by 도망쟁이

그간 글을 많이 쓰지 않았다. 회사를 퇴사한 뒤로 많은 생각과 잡념을 이곳에 배설하듯 쏟아냈었다.

그런 과정에서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와 목표가 분명해지기 시작했고

알게모르게 주변에서의 도움으로 자의반 타의반 다시 금융권으로 돌아간다.

아이러니하게도 머리가 맑아지고 생각이 정리되니 글을 쓰겠다는 욕구가 많이 들지 않았다.

나에게 글쓰기는 누군가와의 소통, 또는 정보전달이나 돈벌이라기 보다 하나의 욕구배설 통로처럼 여겨진다.

장편소설을 쓰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고집스럽게 한가지의 주제로 글을 밀어나갈까?

그리고 그걸 읽는사람의 입장에서 쓴다는것이 참으로 고통스럽고 쉽지 않은 길을 간다고 보여진다.


나는 글을 쓰면서 철저히 익명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데

개인의 작은 경험들이나 문체, 나의 상황을 이곳에 적음으로써 누군가가 나를 알아보고

이사람이 이런 생각과 고민을 가지고 글을 쓰고 있구나 라고 인지되는것이 두렵다.

왜 그런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솔직한 마음을 터놓기가 어려운 시대적인 배경 때문일까?

요즘은 어떤 생각의 한 조각조차도 정치적인 편향으로, 또는 극단적이고 이기적인 생각으로 비춰지고 공격받는것 같아 안타깝다. 생각의 다양성이 존중받고 그것이 끝 없이 뻗어 나갈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다.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지하철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보는 SNS, 자극적인 뉴스에 우리는 점차 길들여 져서 인간으로써의 사고하는 태도나 자세를 놓치고 있는건 아닌가. 어떤 주제와 사고의 코어에 접근해서 그것에 대해 편견없이 고민하는시간이 개인의 삶에서 많이 줄어드는것 같고 내가 보는 지금의 환경은 인간을 오히려 그런 존재로 만들기 위한 어떤 집단/개체/메트릭스 같은것이 존재하는것 같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런것을 만들어 낸 존재도 인간이지 않을까? 인간이 인간을 멍청하게 만드는 세상.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고도로 연결되고 소통하고있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진정 의미있는 소통과 결과물을 창출해 내는지도 궁금하다. 어쩌면 우리가 사고의 틀에 갇히게 된것은 다른사람을 배척하고 귀귀울이지 않고 토론하지 않는 시대적 분위기 또는 사회적인 침묵 때문이다. 어쩌면 AI가 그런것을 확산시키는 것일지도.


아무튼, 주절주절 이야기를 해 봤다.

글을 쓰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다시글을 써 봤는데, 타자기 느낌이 나는 노트북 키보드의 키감과

돌아가는 세탁기 소리, 스피커에서 나오는 잔잔한 음악이 좋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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