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지중해 하더니 가는 길에서 지중해가 느껴진다.
티 없는 하늘에 태양빛이 강렬하다.
어린 시절 눈도 못 뜨고 껌뻑껌뻑 눈물을 흘리게 했던 그 햇빛을 생각나게 한다.
그땐 햇빛이 그리 싫터니.
차창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과 밝은 햇빛이 가슴을 상쾌하게 한다.
먼지 한 톨 없어서인지 저편 산자락이 손에 닿을 듯하고, 금방 소나기가 훑고 지나간 청명한 하늘을 대하는 듯하다.
예쁘다. 에메랄드 빛 바다도 예쁘지만 짙은 청록색 하늘이 하얀 구름을 품고 있으면 난 그 하늘이 더 예쁘다. 이런 하늘이 자꾸 보고 싶다.
열흘쯤 묵었던 사그라다 파밀리에 성당 근처 동네도 생각난다.
MWC를 보기 위해 찾았던 바르셀로나지만
시내 호텔은 너무 비싸 지하철로 한 시간이나 떨어진 어느 변두리에서 찾아낸 동네다.
한밤에 도착한 곳은 비탈진 도로에 석조 건물이 늘어서 있고 건물 1층엔 간간이 작은 펍이 있었다.
밤에는 한잔 걸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새어 나오는 곳이지만
아침 출근길에는 시원하고 신선한 바다 공기가 배달되는 곳이다.
10여분 내려가는 비탈길에는 과일가게와 소시지가게, 빵가게가 문을 열고
상점 안에는 아침 장을 보는 사람들이 간간이 눈에 띈다.
난 지하철역 입구로 가는 그 비탈길이 좋았다.
지하철역 입구로 들어가면 바쁜 세상이 되고, 돌아오는 출구는 한 세기 전 과거로 돌아오는 듯한 동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