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비어 가는 정수리
오늘 친구와 점심을 하고 당구를 한판 치기로 했다
그 친구는 햄버거를 좋아해선지 매번 어디서 햄버거집을 찾아낸다.
햄버거집에 들어서니 친구가 저편에 앉아있는 게 눈에 띈다.
나이를 속이려는지 Cap을 쓰고 청년들 사이에 끼어 앉아있다.
반갑게 인사하려는데 첫인사가 "웬 노인네가 들어와"라며 안 할 말을 했다는 듯 어색하게 웃는다.
만회라도 하려고 곧 "얼굴 좋아졌어, 뽀송뽀송 해" 라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집에서 나올 때 거울에는 40대 장년이었는데
집에 돌아오니 와이프가 어제 돌잔치에 갔던 사진을 보여준다.
돌잡이를 할 때 웃고 떠드는 모습이 여기저기 보인다.
자세히 보니 내 뒷모습도 잡혀있다.
색이 빠져 흉한 노릇노릇한 머리에 비어 가는 정수리가 눈에 뜨인다.
기가 막힌다. 염색이라도 해야겠다.
제2화 고민 상담
정년을 하고도 만나는 현역들이 있다.
고난을 함께 하고, 서로를 인정하고 한 시대를 같이 한 동료 들이다.
그들도 이제 나이가 되고 몇 년 남지 않았는지 자신감 넘치던 사람들이 뒷모습을 보인다.
아직 할 일이 남았는데 후배들이 밀어낸단다.
그런데도 집에선 자식들 뒤처리를 다 할 때까지 남아 있으란다.
빨리 갈 길을 가라, 자슥들아!
마음속 외침에도 화답하는 자식들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