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2일부터 16일까지
월: 철도원(1999)
화: 하늘을 걷는 남자(2015)
수: 뮌헨(2005)
목: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금: 트론: 아레스(2025)
한 줄 평: 눈에 눈이 가득 담겼다가 녹아내리며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정말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영화관에 갔다가 펑펑 울면서 나온 영화였다.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울라고 만든 장치는 정말 벗어나지 못하고 족족 걸리는 사람인데, 이 영화는 그런 부분이 아닌 거 같은데도 눈물이 줄줄 흘렀다. 30년이 지난 시간임에도, 일본의 가업을 이어서 하는 것에 관한 생각과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 이러한 소시민의 삶을 주제로 하면서, 가족을 잃어버리는 사람의 담담하지만 깊게 박힌 슬픔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작품 중에는 흔히 ‘아버지처럼은 싫어요.’라는 대사를 자주 접할 수 있는데, 정반대의 모습이 담겨 있어서 신기하기도 했다. 영화는 역사 내 공간과 철도, 마을의 일부 등 작은 공간이 주를 이루는데 수많은 추억과 애달픈 기억을 바탕으로,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마지막 장면을 위해 충분히 서사를 만들어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구세대가 신세대로 전환되는 것에 대한 고마움과 환영, 추모를 담아낸 것이 아닐지 생각한다.
한 줄 평: 바람아, 멈추어 다오.
120분이 넘는 시간을 주연인 조셉 고든레빗의 연기력과 중간 중간 해설을 하는 장면을 활용한 연출 등으로 한 사람의 일대기를 억지로 시간을 늘린 느낌이 나지 않게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VR 등 가상 체험이 가능한 시대지만, 높은 곳이 주는 서늘함과 아찔함을 1970년 대 뉴욕을 배경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지금은 비극적인 사건으로 인해 무너져버린 세계무역센터를 배경으로 하는데, 사진 등을 통해 보았던 건물을 잘 구현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건물의 구현 외에도 흔히 말하는 보는 관람객은 모두 아는데 등장인물은 모르는 서스펜스를 듬뿍 담아내고 있으며, 높이에서 오는 긴장감을 충분히 전해주고 있어서 좋은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떠오른 생각은 영화 ‘왕의 남자(2005)’ 공길이도 잘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한 줄 평: 총알을 발사했더니 내 뒤통수에 박혔다.
가장 처음으로 떠오른 생각은 이러한 소재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이 굉장히 과감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관람이 끝난 후에는 매우 무거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지만, 중립적으로 아니 어찌 보면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감상평을 작성하기 위해 생각해 보니 나라는 사람이 굉장히 편협한 시선을 가지고 있다고 다시 느끼게 되었다. 감독님이 유대인 가정이라는 이유 하나로 너무 편견을 가지고 다 보지도 않고 미리 생각했다는 것이 참 부끄럽기도 했다. 영화는 단순한 액션 첩보 영화가 아닌 카르마(karma)에 관한 생각을 담으면서 이렇게 하면 끝없는 폭력만이 남는다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삼고 있다고 생각했다. 카르마는 보통 모든 행위에 관한 결과가 따른다는 의미로 사용되며, 창작물에서는 인과율이라는 단어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업보, 윤회 등의 사상과 엮여 있는 이 단어가 생각난 이유는 영화는 끝났지만, 실제는 아직도 끝없이 이뤄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작품 속에서도 결말에 가까워질수록 이러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으며, 주인공 또한 그 끝없는 굴레에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감독님의 주된 내용이 여기에 담겨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이런 영화의 주제와 주인공의 무게, 고뇌, 심리적 불안감 등을 모두 담아낸 포스터가 영화를 이해한 사람이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한 줄 평: 어찌 생각하면 지금은 너무 틀에 갇힌 게 아닐까
영화 ‘철도원(1999)’과 같은 연도에 나온 영화지만 정말 다른 느낌의 작품이었다. 장르가 다르기도 하지만 강렬한 음악과 만화적인 편집, 넘쳐나는 아이디어로 만든 영상, 과도한 액션과 지금의 연기와는 다른 방향성을 가진 영화로 홍콩영화를 보는 느낌도 받을 수 있던 영화였다. 그림자를 이용한 액션, 달리는 장면을 정말 날 것 그대로 담아내는 장면 등 지금 보아도 신기한 장면들이 자주 나왔다. 그림자를 활용한 장면은 보통 영화 '킬 빌(2003)'을 떠올리거나, 이것의 오마주가 된 영화 '사무라이 픽션(1998)'을 생각할 수 있는데, 달빛에 비춰서 보여주는 액션 연출은 조금 다른 느낌이어서 신기했다. 최근 배우들의 연기는 얼마나 자연스러운가 중요한 포인트인데, 이때 당시의 영화를 보면 감독이 요구하는 감정선과 포인트가 더 명확한 느낌이다. 이 영화에 한정돼서 말할 수 있지만 미묘한 감정보다는 개성 강한 캐릭터를 앞장세워 더 극적으로 보여주는 느낌이다.
한 줄 평: 트론 시리즈의 유작
전작인 영화 '트론: 새로운 시작(2010)'을 봤었는데, 사실 조금 충격적인 비주얼에 비해 부족한 내용으로 집중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볼지 말지 고민하다 영화관에서 보지 못하고 이제 관람하게 되었다. 영화는 15년 만에 후속작이 나온 것 치고는 친절하지 못한 느낌이었다. 이 트론 세계관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보기에는 초반에 빠르게 보여주는 장면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상영시간 동안에도 이에 대해서 설명해 주는 것 같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부족했다. 여전히 영화는 시각적인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자연스러운 CG나 대규모 전투 장면 등은 눈을 즐겁게 해주었지만, 사람끼리 전투하는 장면을 보면 어색하고 투박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악역, 즉 빌런의 역할이 이런 장르에서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바보 같기도 하고 대책도 없고, 강렬한 임팩트도 없어서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러다 보니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을 경우도 많고, 그러면서 전달하고자 했던 영속성과 불영속성 등의 의미가 생각보다는 별 큰 의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던 게 아닐wl 생각하게 된다. 후속작은 조금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철도원
뮌헨
하늘을 걷는 남자
좋은 영화를 많이 본 한 주라고 생각한다. 넘쳐나는 영화로 인해서 아쉽게 놓쳐버린 영화를 지금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또한, 2시간이라는 움직이는 피사체를 담은 영화라는 것이 얼마나 오랜 시간 기억할 수 있는 하나의 저장매체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이번 주 본 영화로 인하여 기억될 요소들은 배우의 기억, 배경의 기억, 사건의 기억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작품을 통해 안녕을 전하던 안성기 배우님이 올해 초에 이제는 기억으로만 남는 배우가 되어 떠나셨다. 30대 중반인 나이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기억나는 작품만 해도 ‘실미도(2003)’, ‘라디오스타(2006)’, ‘화려한 휴가(2007)’, ‘7광구(2011)’, ‘부러진 화살(2011)’, ‘타워(2012)’, ‘신의 한 수(2014)’, ‘사자(2019)’ 등이 있을 정도로 어디에 어떤 역할로 나오더라도 존재감이 확실한 배우였던 것을 기억한다. 앞으로는 볼 수 없지만, 영원히 기억될 수 있는 영화배우라고 생각한다. 이번 주 본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의 젊음 모습부터 노년의 모습까지 역할로 남은 배우의 존재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영화라는 것이 좋은 시나리오, 세련된 촬영, 실제 같은 CG 등도 중요하지만 감독의 의도를 전달하는 배우라는 존재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안성기 배우님은 참 많이 생각날 배우라고 생각한다.
인물에 대한 기억 외 사라진 건물, 배경에 대한 기억 또한 영화 기억의 요소라고 생각한다. 영화 ‘뮌헨’, ‘하늘을 걷는 남자’ 등 그 시대의 배경을 구현하고 묘사하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한 번도 제대로 보지 못한 건물을 영화의 구현을 통해서 볼 수 있었다는 것이 나름 재미있는 경험을 준다고 생각한다. 요즘의 영화 배경은 가상공간이기도, 지구가 아닌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너져버린 건물이나 사라진 풍경 등을 다시 만들어 보여준다는 부분이 조금은 특별하게 느껴졌다. 기억이라는 것은 당시의 장소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배경에 대한 기억을 보여준 영화가 참 인상 깊게 남는다. 그러면서 저번 감상평에서 생각했던 바를 연장하여 어쩌면 영화 ‘하늘을 걷는 남자’는 장소가 주인공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인셉션(2010)'도 개인적으로 이러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시간과 공간은 함께하기에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공간을 만드는 건축가가 굉장히 중요하게 묘사되고 이를 마음껏 보여주듯 작품에서는 배경을 활용한 정말 충격적인 장면을 자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애 영화 중 하나인데, 이번 영화를 보면서도 특이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행동을 담은 영화는 인물만큼 배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사건의 기억은 영화 ‘뮌헨’을 보면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영화적인 요소를 더하여 만들기도 하고, 사건을 기반으로 다음 이야기를 재창조하기도 하는 등 많은 방법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종교적, 문화적, 인종적인 큰 문제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이 정말 과감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전달하는 주요 내용이 선동적이거나, 자신들의 행동이 타당하다는 변명의 소재로 사용하지 않기에 이 영화를 보는 동안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게 했다. 하지만 동시에 떠오른 생각은 이렇게 좋은 영화가 아닌 한쪽의 시선을 가지고 사건을 기반으로 제작한 영화를 만들게 된다면 얼마나 위험할 수 있을지였다. 이전에 사건의 기억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에 대해서 과한 비판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의문이 있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좋은 영화라는 것은 참 어렵다. 흥행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닐 수 있지만, 나처럼 일반인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참 어려운 요소라고 생각한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고가 들어갈지 엔딩 크레딧을 모두 보아도 상상이 안 된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배우라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안성기 배우님을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다. 또한, 지금은 비극의 산물인 세계무역센터와 뮌헨 사건 등 기억을 새롭게 만들어준 영화들 또한 이 어려운 영화의 일부로서 존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기에 항상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이를 올바르게 소비하는 자세를 보여야 하며, 만든 사람을 위해 작지만 꾸준히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일반인으로서 그리고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기억을 바탕으로 한국 영화도 더 많은, 그리고 다양한 시도들이 자유롭게 나오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