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30일부터 4월 3일까지
월: 윗집 사람들(2025)
화: 카라멜루(2025)
수: 추락의 해부(2023)
목: 행복의 나라(2024)
금: 부러진 화살(2012)
한 줄 평: 19금 롤러코스터
세스 가이의 영화 'Sentimental(2020)'를 원작으로 한다. 하지만 하정우가 하정우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 ‘롤러코스터(2013)’를 보고 받았던 충격과 비슷하게 그의 넘치는 말장난과 특유의 재치가 19세를 뒤집어쓴 채로 그려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호불호가 정말 명확할 거 같다고 생각했다. 하정우식 개그가 잘 맞고 19금 대화에 거부감이 없다면 전혀 다른 두 커플이 부딪치는 이 광경, 새로우면서도 본 듯하면서도 솔직하면서도 전형적인 이 대화에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말장난이 싫고 거부감이 있다면 굉장히 불편하게 볼 수밖에 없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하정우식 농담을 좋아하기도 하고 막대한 대사량으로 밀어붙이는 영화도 좋아하는 편이기도 해서 대화를 통해서 오가는 감정의 전달이 주된 이 영화가 조금 정신없게 느껴지긴 했지만 나름 즐겁게 보았다고 생각한다. 단 4명이 나오지만, 이 극을 이끌어가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한 아파트 부부의 집에서 모든 사건과 대사가 전부 이뤄지는데 이 공간을 영화 초반부에 설명하듯 어떤 가구를 넣어도 어울리게 잘 디자인했다고 생각한다. 흔히 흰색 집에 어떤 가구가 다 잘 어울린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흰 도화지를 채우는 일이 어려운 것처럼 너무 하얗거나 색이 과하게 통일되면 공간의 매력이 떨어지는데 이 집은 현대적이면서도 두 부부 개인의 특성을 나름 녹여냈다고 생각한다. 현관에서 바로 거실이 보이지 않게 막은 가벽 겸 선반, 한동안 인기 있던 아치형 공간 분리, 과감한 조명과 우드 톤의 배치, 베란다 확장 공간에 위치한 화분, 주방과 공간 분리가 명확하진 않지만 연결된 거실, 사는 사람은 두 명이지만 넓은 테이블과 거실 소파, 전체적으로 밝고 과감한 색채에 비해 대비되는 검은 톤의 서재 공간 등 아무래도 영화의 주된 배경이다 보니 굉장히 신경 쓴 느낌이 많이 난 공간이었다.
한 줄 평: 브라질 국민 누렁이와 함께 춤을
브라질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아주 전형적인 이야기지만 조금은 위로와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흔한 스토리이지만 배우의 연기와 강아지의 연기가 돋보이면서 삶에 대한 태도를 전하면서 강아지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한다. 브라질에서는 떠돌이 갈색 강아지를 카라멜루(Caramelo)라고 통칭하는데 똑똑하고 튼튼하고 성격이 아주 좋은 강아지라고 믿는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아 진정한 강자이며 회복 탄력성이 좋은 강아지이며 브라질을 상징하는 동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브라질 어디를 가든 카라멜루 한 마리는 당신을 지켜본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이 떠돌이지만 사랑받는 갈색 강아지를 카라멜루라고 한다. 이런 사랑스럽고 똑똑한 강아지를 주인공과 매치시켜 가장 성공함을 느끼는 시절 동시에 찾아온 절망에 힘들어하는 청춘을 다시 한번 삶에 대한 소중함과 자신감을 얻고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정말 회복 탄력성 있는 강아지를 본받자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래서 큰 자극은 없는 영화이지만 삶의 시련을 함께 극복해 나가는 주인공과 카라멜루를 보면서 소소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딱 그 정도.
한 줄 평: 자유 평등 박애 나라의 진실이란 명분으로 해부한 사생활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2026)'을 보고 산드라 휠러가 한 영화가 보고 싶어서 찾아보았는데, 영화 '기생충(2019)'이 수상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었다는 것을, 영화를 다 보고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런 생각할 것과 찝찝한 뒷마무리를 좋아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2시간 40분 동안 한 사건에 대해 정말 해부를 하듯 끝까지 파고들어 가기 때문에, 이 과정이 불편하기도 또는 잔혹해 보이기에 호불호가 있을 거 같은 영화라고 생각했다. 검사와 변호사, 증거 등이 진실이라는 것을 밝히기 위한 과정이라는 명목으로 영화의 제목처럼 주인공을 파고들고 해체하고 공개해 버리는데 이것이 프랑스라는 나라에서 벌어진 법정이라는 아이러니가 영화를 보는 동안 더욱 불편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어떤 것을 믿어야 하는지 혼란스럽고 끝까지 진실을 알려주지 않고 보는 이에게 맡기기에 이 영화에 대해 좋은 영화라고 할 수도 아니면 불친절하고 지지부진한 영화라고 느낄 수 있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가지고 있는 선입견 중 하나인 프랑스 사람의 자국 중심적인 태도라는 것을 바탕으로 보여주는 법정 내 대사가 영화의 중심이 된다. 그런데 정확한 시각적 자료는 한정적이며 녹음이나 주장하는 목소리 등 소리가 주된 자료인데 이러한 상황이 주인공의 아들처럼 볼 수 없는 시야, 나만의 작은 시야로 이 추락 사건을 머릿속에 그릴 수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결국 마지막에 한 아들의 행동과 증언부터, 아니면 그 전부터 어디서부터 이 법정에서 나오는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굉장히 혼란스러운데 그 부분은 보는 사람에게 맡긴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것이 취향에 맞는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으나 명확한 게 사실 없어서 호불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재미라는 요소는 다양하지만 웃거나 자극적이거나 한 영화는 절대 아니기에 함부로 추천할 수 없지만 법정 영화나 생각할 것을 던져주는 영화를 좋아한다면 충분히 보기를 추천할 수 있을 거 같다.
한 줄 평: 아주 행복한 나라일세 껄껄
영화 '남산의 부장들(2020)'과 '서울의 봄(2023)' 사이의 시점으로 10.26 사건 이후 심복이었던 박흥주와 그의 변론을 맡은 변호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그래서 사실 스포일러라고 할 내용이 일단 없고 이 과정을 극적으로 만들어 보여주는 과정이 필요했던 거 같은데 나름 법정물과 시대상을 잘 담아낸 영화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그렇듯 얼마나 이게 고증이 잘 되었는지는 개인적으로 중요하지 않지만 보는 동안 영화의 제목부터 이렇게 선정할 정도면 당시에 대해 얼마나 비판하고 싶어 했는지 느껴진다. 16일 만에 이뤄진 이 재판을 주도하는 인물로 조정석 배우가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주된 내용이다. 처음에 조금은 가벼운 역할을 자주한 배우여서 어색한가 하고 생각했지만, 이전에 영화 '뺑반(2019)'에서 보여준 변화처럼 감정적인 변호사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생각한다. 이 외에도 각자의 역할에서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주어 보기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무거운 영화이기에 순수 재미와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되며 아무래도 법정물이다 보니 순수하게 도파민 넘치는 장면이 나오지 않고 주로 대사와 감정에 호소하는 장면이 많다 보니 뒤로 갈수록 조금 지지부진한 느낌이 있지만 비꼼에 있어서는 성공한 영화가 아닐지 생각한다. 그렇지만 정말 행복의 나라와는 전혀 정반대의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마치 '서울의 봄'을 볼 때 느꼈던 불편한 감정이 가득 채워지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한 줄 평: 부러진 중심
2007년 판사 석궁 테러 사건을 기반으로 만든 영화이다. 개봉 당시 한쪽의 시선으로 만든 영화라는 이유와 법을 아는 사람들이 보기에 굉장히 이상하다는 평가가 있었던 것으로 알아서 보기에 조금 조심스러웠지만 단순히 영화로만 보기로 생각하고 보았다. 그래서 법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이 본 영화 감상평 정도로 작성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영화는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다. 답답한 벽과 대화하는 느낌이기도 하고, 실제로 저렇게까지 편파적일 수도 있나 하는 의문점이 많이 생겼으며, 저렇다고 해도 과연 내가 저 상황이라면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답답한 마음까지 생기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갑갑한 마음이 풀리지 않은 상태로 결국 끝나버리니 영화 전제적으로 불쾌감과 싸늘해진 시선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제목이 부러진 화살인 이유는 가장 중요한 증거물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제 재판받는 안성기 배우님과 변호사 역을 맡은 박원상 배우님 중심으로 전개가 되는데, 개인적으로 느낀 점은 감독님은 확실하게 편을 정하고 찍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둘은 절대적인 피해자로서 억울하고 답답함을 토하지만 사법 즉 판사는 절대 들어주지 않는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는 동안 잘못된 법과 시스템에 회의감 들게 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부분에서 보면 법조계에서 일하거나 활동하는 사람이 본다면 굉장히 불쾌감을 보일 수 있었을 거 같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일하는 부분을 이제 과장하고 오해할 만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립성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 영화가 굉장히 치우친 영화이겠지만 결국 받아들이는 것은 보는 사람 마음이 중요한 게 아닐까 회의감을 가져본다. 영화라는 것이 즉각적이고 자극적인 움직임이 시각으로 전달하는 매체이기에 어느 정도 중립성을 지켜주는 것이 좋은 편일 거 같지만 영화는 영화로만 바라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추락의 해부
윗집 사람들
윗집 사람들
법정 이야기는 영상 콘텐츠의 단골 소재다. 드라마로도 자주 만들어질 만큼 인기 있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법정 앞뒤로 다양한 이야기를 붙일 수 있고, 검사와 변호사 간의 공방 자체가 극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내기에 좋은 형식이기 때문이다. 재판이 끝난 후의 이야기까지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다는 것도 소재로서의 장점이다.
이렇게 꾸준히 사랑받는 소재가 실화와 만날 때는 감독의 시선이 특히 중요해진다고 생각한다. 이번 주에 본 ‘행복의 나라(2024)’와 ‘부러진 화살(2012)’은 모두 비판적인 시선을 중심에 두고 만든 영화라고 느꼈다. 우화적인 제목처럼, 16일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판결이 내려진 사건을 다루거나, 결정적 증거가 끝내 발견되지 않은 채 진행된 재판을 소재로 삼은 것 자체가 이미 그 판결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신호다. 그래서 이런 영화들은 보는 이에게 명확한 선(善)을 제시하고, 그 반대편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추락의 해부’는 끝까지 모호한 태도를 유지한다. 사건 진술, 증인, 녹취록을 차례로 보여주고, 검사와 변호사, 판사의 질문까지 다양한 시각을 그대로 던져준 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영화다. 결론은 나오지만 그 결론이 옳은지조차 의심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보는 이의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실화가 아니기에 이런 모호함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실제 사건이었다면 감독의 의도가 어느 쪽으로든 은연중에 드러났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 법정을 그대로 묘사한 것은 아니지만, 국가별 차이도 느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법정 영화들은 대부분 감독의 뚜렷한 입장을 담고 있다는 인상이다. 이번 주 영화들뿐 아니라 ‘변호인(2013)’, ‘재심(2017)’처럼 당시의 억울함과 비통함을 담아내며 비판적인 시선으로 사건을 재조명하는 작품이 많다.
일본의 경우 형사 재판 유죄 판결률이 99.9%에 달한다는 현실을 정면으로 비판한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2007)’가 인상적이다. ‘세 번째 살인(2017)’이나 드라마 ‘99.9 형사 전문 변호사(2016)’에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이 느껴진다. 무죄 가능성이 있다면 기소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오히려 폐쇄적인 사법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프랑스는 ‘추락의 해부’ 한 편으로만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토론을 통해 진실을 끝까지 파고드는 방식이 제목인 '해부'라는 단어와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자료를 찾아보니 프랑스 법정은 '어떤 행위를 했는가'만큼 '어떤 사람인가'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그 시선으로 영화를 다시 보니, 피고인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전체적인 맥락을 재구성하려는 법정의 모습이 새롭게 읽혔다. 결국 말을 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왜 변호사가 초반에 프랑스어로 진술하라고 했는지도 그제야 이해가 됐다.
법정 영화를 좋아하다 보니, 이번 주는 자연스럽게 소재로서의 매력부터 영화별 특징, 나라별 차이까지 두루 생각해보게 된 한 주였다. 원래는 감상평이니 영화 이야기만 하려 했는데 항상 말이 길어지는 건, 좋아하는 장르인 데다 대사량이 넘치는 영화들을 본 탓이려니 하고 있다. 시선이 뚜렷한 영화도, 모호하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도 각자의 방식으로 매력이 있다. 그러니 더 다양하게 봐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그 핑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