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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위시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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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설 Sep 18. 2024

 특별한 저녁

    에세이

특별한 저녁

     

     


  “엄마, 오늘 저녁 뭐예요.” 

  “월남쌈 샤브샤브를 해줄게.” 


  늦봄이었다. 주방에서 월남쌈 샤브샤브를 준비했다. 신선한 야채와 고기, 다양한 소스가 주방을 가득 채웠다. 딸그락거리는 그릇 소리와 칼이 도마를 치는 소리가 어우러져,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들렸다. 딸은 월남쌈 샤브샤브를 좋아했다. 이 요리는 우리 가족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전에  레스토랑을 방문하곤 했는데, 그곳에서 처음으로 월남쌈 샤브샤브를 맛보았다. 따뜻하고 진한 국물의 맛, 그리고 신선한 야채의 부드러움이 어우러졌다. 그 이후로, 이 요리는 가족의 특별한 날을 기념하는 음식이 되었다.


  “냄새가 정말 좋은데?”

  “그래. 날씨도 따뜻해서 가볍고 신선한 걸로 준비했어요.”


  퇴근 후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주방에서 나는 향긋한 냄새가 남편의 코끝을 자극했다. 주방에서 남편에게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자, 그는 피곤한 기색을 숨기며 미소를 지었다. 테이블 위에는 형형색색의 야채와 고기, 다양한 소스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재료를 정리했다.

  “앉아요. 준비가 다 됐어요.” 남편은 자리에 앉아 준비한 요리를 바라보았다. 

 냄비에 육수가 끓기 시작하는 소리가 주방을 가득 메웠다. 

  “비결은 신선한 재료에 있어.” 

  “이렇게 다양한 채소는 처음이야.” 딸은 상추와 깻잎을 씻으며 말했다.

  깔끔하게 여러 번 채소를 씻는 딸의 손놀림은 능숙했다. 우리는 함께 얇게 썬 고기, 다양한 재료를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았다. 월남쌈에 쓰는 허브와 야채, 샤브샤브용 소고기와 해산물, 칼국수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준비가 끝나자, 우리는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샤브샤브 냄비에 육수를 붓고 불을 켰다. 


  “먼저 야채를 넣을까?” 육수에 콩나물, 양파, 청경채, 배추, 단호박, 느타리버섯, 파를 넣어 끓였다. 다음으로 소고기가 뜨거운 물에 닿는 순간, 주방은 맛있는 냄새로 가득 찼다. 잠시 후, 현관 벨이 울리자, 수업을 마치고 온 아들이 합류했다. 재빠르게 얇게 썬 소고기를 넣어 살짝 익힌 후, 라이스페이퍼에 얹었다. 그 위에 각종 채소를 올리고, 소스를 살짝 뿌려 돌돌 말았다. 오늘 하루 고생한 그의 입에 월남쌈을 넣어주었다. 

  “맛있네요. 이거 정말 손이 많이 갔을 텐데, 고생했겠어요.”

  “네가 좋아할 생각 하니까 하나도 안 힘들었어.”

  “한번 먹어봐.” 미소를 지으며 남편은 샤브샤브로 익힌 소고기를 딸의 월남쌈에 올렸다. 너무 많은 양에 살짝 긴장한 그는 한입 베어 물었다. 

  “정말 맛있다!” 딸이 말하자, 나도 월남쌈을 입에 가득 넣었다. 

  신선한 채소의 아삭함과 부드러운 고기의 조화, 그리고 입안 가득 퍼지는 향긋한 칠리소스의 맛이 어우러져서 일품이었다. 아들은 능숙하게 라이스페이퍼를 물에 담갔다가 꺼내며, 월남쌈을 만드는 과정을 즐겼다. 라이스페이퍼에 당근, 양배추, 양파와 고기를 얹으며 말했다.

  “엄마, 나도 나중에 우리 아이에게 이런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줄 거야.” 그의 말을 들으며 가슴이 따뜻해졌다. 


  처음엔 고기와 라이스페이퍼의 조합이 조금 어색해 보였지만, 입안에 넣어 음식의 담백한 맛을 본 순간 서로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렇게 웃으며, 식사를 함께 즐겼다. 마지막으로 칼국수, 어묵, 유부, 만두, 치즈 떡, 남은 채소를 모두 넣었다. 육수는 깊은 맛을 내며 우리를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저녁이 깊어지면서, 정성이 담긴 요리를 먹으며 피로가 풀리는 것을 느꼈다. 


  특별한 저녁을 마무리했다. 각자 바쁜 하루를 보내고 가족이 둘러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함께 보낸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었다. 주방에 남은 재료와 그릇을 정리하면서, 나는 새삼스레 느꼈다. 함께하는 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음식의 힘을. 월남쌈 샤브샤브는 요리가 단순한 식사가 아닌,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이라는 것을.


<가족과 특별한 저녁을 만드는 월남쌈 샤브샤브>


월남쌈에 쓰는 허브와 야채, 샤브샤브용 소고기와 해산물, 칼국수까지 모든 준비가 끝나면 편한 테이블에 둘러앉는다. 샤브샤브 냄비에 다시마 멸치를 넣어 끓인 육수를 붓고 불을 켠다. 육수에 콩나물, 양파, 청경채, 배추, 단호박, 느타리버섯, 팽이버섯, 당근, 파를 넣어 끓인다. 다음으로 얇게 썬 소고기를 넣어 살짝 익힌 후, 라이스페이퍼에 얹는다. 그 위에 양파, 당근, 허브, 양배추, 노란색, 빨간색, 녹색 파프리카, 파인애플 취향에 맞게 각종 채소를 올리고, 시중에 판매하는 칠리소스나 땅콩소스를 살짝 뿌려 돌돌 만다. 다음으로 어묵, 양파, 파, 당근, 칼국수, 느타리버섯, 치즈 떡을 넣어 끓인다. 맛있게 칼국수를 먹은 후 냄비에 적은 양의 육수에 마지막 남은 채소와 밥, 달걀을 넣어 야채 죽을 만든다. 맛있게 냠냠.


  월남쌈 샤브샤브는 다양한 채소와 고기가 함께 어우러져 맛이 시원하고 담백한 음식이다. 가정에서 손쉽게 할 수 있고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다. 각자 일상을 보내고 지친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가족의 사랑이 담긴 특별한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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