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연재
#17 하루
주말 오후 서울의 한 현대미술관. 소희는 친구와 함께 '감정 반응 아트' 전시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술관의 대형 유리문을 열고 들어섰다. 이곳은 관람객의 감정 상태를 감지해 작품이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신기한 전시로 유명했다.
“저번에, 이 전시회를 보려고 예약했어.”
“그래. 내 기분에 따라 작품이 바뀐다는 게 정말 흥미로워.”
그들은 전시실에 들어서자, 다양한 색상과 형태로 변화하는 대형 스크린이 그들을 맞이했다. 스크린 앞에는 센서가 설치되어 있었고, 관람객이 가까이 다가가면 작품이 반응했다.
“이게 바로 감정 반응 아트구나!”
“우리도 한 번 해보자!”
스크린 앞에 서서 서로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각자 손을 대며 시작했다. 소희는 호기심과 기대감을 느끼며 손을 대자, 스크린이 밝은 노란색으로 변했다.
“봐! 내 기분이 이렇게 밝은색으로 바뀌었어.”
“그럼 난 조금 긴장되고 떨려. 한번 해볼게.” 은우가 손을 대자, 스크린은 차분한 파란색으로 변했다.
“와, 너의 기분이 이렇게 안정감을 주는구나.” 소희가 감탄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변화를 보며 신기해했다. 그때, 친구인 서연이 다가왔다.
“여기서 나도 해볼게!” 그가 손을 스크린에 대자, 작품은 갑작스레 선명한 빨간색으로 변했다.
“서연아, 뭘 느끼고 있어?”
“음… 좀 화가 나고 짜증 나는 기분이야.”
“그래도 이 색이 멋지네. 얼마나 강렬해.”
“그런데 빨간색이 이렇게 화려한데, 왜 기분이 안 좋은 거지?”
“그게 바로 이 작품의 매력이야. 내 기분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해.”
시간이 지나면서, 세 친구는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며 작품과 소통하는 재미를 느꼈다. 그들은 계속해서 스크린에 손을 대고 각자의 감정 상태를 표현했다.
“이 작품은 정말 우리 마음을 읽는 것 같아.”
“내가 기분이 좋으면 색이 변하고, 슬프면 또 다른 색으로 바뀌니까.”
“맞아. 예술이 이렇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니.”
전시회가 끝나갈 무렵, 그들은 마지막으로 스크린 앞에 모여 각자의 감정을 한 번 더 표현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스크린에 손을 대었다.
“우리의 우정과 함께한 기분이야.”
스크린은 밝고 화려한 무지개 색으로 변하며 세 친구의 손에서 퍼져 나갔다. 그 색은 그들의 웃음과 행복을 담은 듯 반짝였다.
“이 순간을 잊지 않을 거야.”
“진짜 특별한 경험이었어.”
전시회를 마친 후, 카페에 들렀다. 내부의 조명이 은은하게 비추고 있다. 창가 쪽에 앉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소곤소곤 이야기했다.
“이렇게 만나니까 신기하다. 그때는 매일 얼굴 보고 지냈는데…”
“그때 체육 시간. 혹시 기억나? 내가 농구에서 공을 너무 잘 던져서…”
“그렇지. 네가 던진 공에 맞아 울었던 애도 있었어.”
“그건 내 실력이 아니야. 다들 너무 긴장했었지.”
“그때 정말 우스꽝스러웠지. 수업 중에 몰래 과자 먹고, 선생님 몰래 놀이터에 가서 뛰어놀고…”
“그런 시절이 그리워. 지금은 다들 바쁘잖아.”
“맞아. 나도 그때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어.”
“맞아. 나도 요즘 창작이 잘 안돼서 힘들어. 그때는 꿈이 많았는데…”
“난 지금은 다른 것도 배우고 있어. 너는 어때?”
“나는 아직도 찾고 있어. 예술은 여전히 사랑하지만, 현실이 힘들어서…”
“서연아, 너의 작품은 정말 멋져. 언젠가는 다들 알아봐 줄 거야.”
“맞아. 우리가 이렇게 모인 것도 서로의 꿈을 응원하자는 거잖아.”
이렇게 대화를 나누며, 그들은 서로의 현재를 이해하려 했다. 각자의 이야기 속에 숨겨진 아픔과 기쁨이 담기면서, 다시 한번 서로의 소중함을 느꼈다. 미술관을 떠나며 그들은 서로의 손을 흔들었다. 그날의 경험은 마음속에 깊이 새겨졌고, 앞으로도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까만 하늘에 가로등 불빛 사이로 하얀 눈꽃 송이가 벚꽃처럼 흩날렸다.
#책과강연 #소설 #연재 #작가 #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