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은 인도네시아에 있다
" 밥 먹고 한 바퀴 둘러볼까?"
여유로운 주말이면 집에서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으레 들리는 장소가 있었다.
화창하게 햇살이 바삭한 시간.. 남들은 식후 나서는 나들이로 공원 산책이나 쇼핑 정도를 생각하겠지만 우리가 들리는 곳은 한창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아파트였다.
쭉 뻗은 안따사리(지명) 길에 모델 하우스가 보였고 거길 지나 좀 더 들어가니 황무지 같은 땅에 삐죽삐죽 솟은 철근이.. 아직 뼈대가 그대로 드러나는 두 동짜리 아파트가 눈에 들어온다.
멀찌감치 떨어져 찬찬히 공사 현장을 흝어보는 남편의 눈에는 기대감이 느껴지는 듯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하는 남편은 지인의 권유로 아파트 하나를 분양받게 되는데 인도네시아 부동산 법상 외국인 개인으로는 살 수 없었지만 작은 회사를 소유하고 있던 남편은 회사 명의로 구매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아직 부동산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지만 위치가 너무 좋았고 중심가로 발전할 것 같다는 판단으로 분양을 받아 작년부터 공사가 시작되었는데 추천해 주셨던 분이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면서 본인이 갖고 있던 분양권까지 남편한테 팔았고 갑작스레 두 아파트를 소유하게 되었다고..;;
지금 생각해 보면 혹시나 잘못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그렇게 거의 매주 와서 잘 진행되고 있나, 얼마나 더 지었나, 멈추진 않았나, 확인하고 싶었던 건가 싶기도 하다.
그도 그럴만한 게 이 건설사가 그렇게 재무적으로 탄탄한 대기업은 아니고 개인 땅 지주와 소규모 법인들이 나눠 소유했던 땅인데 위치 장점 하나로 밀어붙인 재계발이라 시작이 순탄하진 않았다고 했다. 조심성 많은 남편도 위치 하나 보고 결정할 만큼 누가 봐도 금싸라기 중심가 아파트지만 내실을 알고 있던지라 공사 진행 현황 같은 형식적인 이메일 말고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마음이 이해가 갔다.
다이어터는 눈 바디를 하지만 아파트 분양자는 눈 실측을 한다는 말씀!
매주 조금씩 조금씩 철근이 더해지고,
조금씩 조금씩 시멘트가 덧입혀지며 올라가는 내 아파트..
남편이 인도네시아 온 지 어언 6년,...
나름의 블루오션을 찾아내 빠르게 자리를 잡아갔던 남편도 집만큼은 꽤 신중하고 싶었다고 했다. 지금 살고 있는 뽄독인 O 주택도 당연히 임대였는데 매매도 할 수 있으면서 돈 아깝게 왜 임대를 사냐는 주변의 잔소리에도 재산으로서의 환급성을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주택에 목돈을 묶어두는 리스크를 안고 싶지 않았다고..
늘 집 문제만큼은 한 발짝 떨어져 신중했던 남편이 처음으로 선택한 끄망의 이 아파트..
대단지도 아니고 두 동짜리가 귀엽게 올라가고 있는 현장을 바라보며 이 주변으로 강남 일대 개발되듯 어마어마 해질 거라고 자신했다.
우리는 한참 주변을 둘러보다 덥고 다리 아프고 목이 말라 스타벅스로 향했다.
모델 하우스 바로 옆에는 스타벅스를 끼고 있었던지라 2만 룹짜리 아이스 아케리카노를 마시며 더위를 식힐 수 있었다.
한국은 스타벅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3800원이었던 시절 인도네시아는 2000원도 안 했는데 그것은 빅맥지수가 낮아 인도네시아가 훨씬 낮은 가격에 책정되었기 때문에 한국보다는 훨씬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스타벅스의 넓은 창으로 시선이 머문 남편의 눈길을 따라 나 역시도 멀찍이 보이는 아파트 공사 현장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언제 다 지어지냐고~~
조금 있으면 우기인데.. 내가 다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