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담배를 피우는 아이들

누군가에겐 적응이 곧 방황이다..

by 인니 집주인

"어? 저거 물담배 아니야?


끄망 아파트 공사 현장을 둘러보던 남편과 나는 그것만큼이나 끄망 거리 주변의 다채롭고 생경한 것들을 눈에 담는 걸 좋아했다.

그때 내 눈길을 끄는 건 얼굴 앞을 하얗게 뭉개어 지나가는 연기 끝에 말갛게 드러나는 앳된 얼굴.. 재잘되는 말.. 한국인이었다

내가 아는 물담배는 니코틴이 있고 연기 양이 엄청 많아서 한번 빨아들일 때마다 담배 몇 개비에 해당된다고.. 달콤한 향이 더 중독적이라고 알고 있는 데 그 물담배가 한국인 아이의 얼굴과 함께 들어온 순간 걸음은 자연스럽게 카페로 향했다.

끌린 듯 카페에 착석을 하고 커피 한잔을 주문 넣고 나서야 카페 안을 찬찬히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전체적으로 내부는 어둡고 반짝이는 크리스털 조명에 기대기 좋은 소파와 큼직한 페브릭 쿠션.. 무릎까지 오는 낮은 테이블 위로 하얀 터번을 쓰고 아랍풍 유니폼을 입은 종업원이 능숙하게 물담배와 커피를 서빙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여자 아이 한 명에 남자 애 두 명이 앉은 테이블엔 몇 가지 식사 메뉴와 음료 그리고 물담배가 있었고 위생 이란 개념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한 명이 물담배를 하고 나면 호스를 낚아채 테이블 위의 냅킨으로 쓱쓱 문지른 뒤 깊게 한 모금 아낸 후 서로에 대한 배려인 듯 몸을 소파에 기대어 연기를 위로 뱉어낸다.


" 아씨.. 하나도 못 알아먹겠는데 국제학교는

왜 다니라는 거야"

" 진짜 짜증 나지 않냐, 한국 학교 보내 달랬더니 들은 척도 안 하더라"

" 어차피 결말은 안 변해, 알잖아

말이 통하면 여기까지 왔겠냐"

" 도네시아를 찍고 와야 승진이 된다나 어쩐대나;;"

" 난 아직도 돈이 종이 같아ㅋㅋ"


낄낄대는 웃음에 오히려 마음이 저려왔다.

갑작스러운 주재원 발령으로 제일 큰 스트레스를 겪는 건 아빠도 엄마도 아닌 사춘기 아이들일 것이다.

아빠는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달리고

엄마는 하루 종일 치는 골프 모임에 나가있으면

아이들은 방황한다

적당히 용돈 받아 친구들과 어울려 잘 적응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물담배 카페라니..


뒤늦게 도착한 훤칠한 남자아이가 자리에 앉으니 자연스럽게 물담배는 그 앞으로 재배치되었다.

물담배 몰아주는 나름의 우정이 눈물겹다.


인도네시아에 있는 영국, 미국 국제학교는 한국 국제학교 보다 3,4배 더 비싼데 회사에서 지원이 되니 주재원 기간 동안 좋은 학교 보내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당연히 이해가 간다.

그렇지만 관심과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에 익숙하지 않은 영어로 소통은 단절되고 환경도 낯설고 불편함이 얼마나 답답했을까..

어떻게든 그런 마음을 해소해서 버티려 했을 터..

그게 그저 물담배가 됐을 뿐이다.


먼 이국땅에서 적응 이란 미명 아래

방황의 시간을 걷고 있던 그 아이들이

물담배 한 모금 덕분에, 그 버티고자 한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은 어디서든 잘 지내고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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