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이 안되면 무력으로.

Takeoff

by Glycerol Repository

미국의 관세 정책은 수출업체 직원인 나에게 숫자 이상의, 숨 막히는 위협으로 다가온다. 20~30% 관세율이 갑자기 훅 들어오면,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가 느닷없이 총을 꺼내 드는 기분이다. 브레턴우즈 체제 이후 미국이 관세와 화폐 정책으로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며 지정학적 압박까지 가해 온 과정을 들여다보고 싶다. 아직 완생이 되지 못한 수출업체 직원의 눈으로, 관세가 단순한 무역 장벽을 넘어 무력으로서 작용되는 모습과 그 역사를 아주 일반적인 내용으로만 풀어보려 한다.



미국 경제의 역사 중 가장 중요한 이벤트라고도 여겨지는 브레턴우즈 체제의 시작으로부터 이야기를 풀어가려한다. 브레턴우즈 경제 체제에 대해서는 지인으로부터 최근에 설명을 들었다. 일타 강사가 휘뚜루 마뚜루 요점만 정리하여 설명하듯 들은터라 그 설명을 들은 날 밤, 그리고 해당 글을 쓰면서 자세한 내용을 다시 공부 해보았다.


1944년, 제2차 세계대전의 폐허 속에서 브레턴우즈 협정이 맺어졌다. 미국은 달러를 금 1온스당 35달러로 묶어 기축통화로 만들었다. 미국의 어마어마한 금 보유량과 전후 경제적 우위를 등에 업은 결정이었다. IMF와 세계은행을 통해 무역과 금융의 규칙을 주도하며, 미국은 세계 경제의 큰 형님 자리에 올랐다. 당시 달러는 믿음직했고, 유럽 동맹국들은 이를 기반으로 무역과 재건에 힘썼다.


하지만 이 체제는 단순한 경제 시스템이 아니었다. 달러 패권은 미국이 무역로와 자원을 틀어쥐고, 필요하면 관세나 제재로 다른 나라를 쥐어짜는 발판이었다. 이를테면, 1950년대에 달러로 석유와 상품을 거래하던 유럽 나라들은 어느새 미국의 경제적 그늘 아래 들어가 있었다.


20년간의 베트남 전쟁은 미국의 글로벌 패권에 균열을 낸 전쟁으로 유명하다. 전쟁 비용이 어마어마했고, 이를 메우려고 미국은 달러를 과도하게 많이 찍어냈다. 이 세상에 이런 깡을 가진 국가가 어디 있을까 싶다. 물론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건지 사람이 자리를 만드는건지 무엇이 맞는지 모른다 하더라도, 이런 대범함이 미국을 만든건지도 모르겠다.


정확한 수치를 찾아보니, 1960년대 중반, 재정 적자는 해마다 30억 달러를 넘겼고, 금 보유량은 1950년 200억 달러에서 1970년에는 100억 달러 아래로 뚝 떨어졌다고 한다. 당시 엎친대 덮친 격으로 유럽, 특히 프랑스의 샤를 드골 대통령은 달러의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금으로의 교환을 요구했다. 1965년 프랑스는 15억 달러어치를 금으로 바꿔가며 미국의 금고를 털었다. 이건 달러와 금의 고정 비율(1온스=35달러)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신호였다. 유럽은 달러가 터무니없이 높게 평가되었다고 믿었고, 금과 연동하여 동일 비율로 달러를 찍어내게끔 하는 브레턴 우즈 체제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깡 좋은 나라가 망할 수도 있을거라고 생각하겠지만, 1971년, 닉슨 대통령은 금본위제를 끝장내며 브레턴우즈 체제를 사실상 박살 냈다. ‘닉슨 쇼크’였다.


그로 인해, 달러는 금과 더 이상 연동되지 않았고, 스미소니언 체제로 잠시 고정환율을 붙잡으려 했지만, 결국 변동환율제로 넘어갔다고 한다. 1970년대 초, 미국은 석유 거래를 달러로 묶는 페트로 달러 시스템을 통해 달러 패권을 다시 굳혔다. 1976년 킹스턴 체제로 변동환율제가 공식화되며 달러의 안정성은 약해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관세는 미국의 더 강력한 무기가 됐다.


달러 패권이 흔들리자, 미국은 관세로 경제적 영향력을 유지하려 했다. 가령, 1980년대 일본의 자동차와 전자제품이 미국 시장을 휩쓸자, 미국은 관세와 쿼터를 때려 일본 경제를 압박했다. 이건 단순히 돈벌이를 지키려는 게 아니라, 미국의 글로벌 리더 자리를 사수하려는 움직임이었다.


최근의 미중 무역전쟁은 이를 더 뚜렷하게 보여준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무역 적자를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경제 정책이 아니었다. 중국의 반도체와 5G 기술 성장은 미국의 기정학적인 패권에 도전이었고, 이는 미국이 가만 둬서는 안 되는 것이다.


최근 바이든 정부도 2024년까지 이 흐름을 이어가며 추가 관세를 얹었다고 한다. 나는 그 당시 그렇게 큰 차이를 느끼지 못 했다. 하지만, WTO 자료를 보니, 2018~2020년 중국의 대미 수출이 13%나 뚝 떨어졌다고 한다. 이건 중국 반도체와 제조업에 큰 타격을 줬다. 우리 회사도 중국산 Dry Goods를 수입해 제품을 만들다가 난감해졌다. 관세와 환율 때문에 원자재 비용이 10% 넘게 뛰자, 바이어는 더 싼 동남아 공급업체로 눈을 돌렸다.


올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무역이 안 되면 무력으로”라는 느낌을 더 강하게 준다. 4월 2일,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34% ‘상호 관세’를 때렸고, 중국은 똑같이 34%로 맞받았다. 심지어,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관세를 125%까지 올리며 더욱 세게 압박하며 서로 릴레이를 한다는 기사를 봤던 게 생생히 기억난다. 가장 가깝고 한 국가 같던 캐나다와 멕시코도 특정 상품에 25~35% 관세를 부과한다는 보도를 보았다. 일본과 한국은 8월 1일부터 25% 관세를, 다른 나라들은 35%, 40% 등 다양한 국가에 다양한 이유로 높은 관세를 맞았, 그러한 내용이 정리된 표가 뉴스에 나오는 걸 봤다.


이 관세들은 단순히 무역 적자를 줄이거나 수지를 맞추려는 게 아니라, 중국의 반도체·희토류 산업이나 캐나다의 마약 문제 같은 지정학적 이슈를 겨냥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IMF는 2025년 글로벌 경제 성장률 전망을 낮추며, 이 관세가 미국 경제에도 찬물을 끼얹을 거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IMF가 뭐라고 하던 관계없다. 시간이 흐르고 역사가 쓰일 때는 항상 승자에 의해 기록되고, 그는 승자의 가장 강력한 전리품이기 때문이다.)


수출업체 직원인 나는 이 관세의 직격탄을 맞는다. 올해 미국 바이어와 계약을 준비하며 가격을 제시했는데, 갑자기 터진 관세 폭탄 때문에 우리 견적이 경쟁력을 잃었다.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그건 진짜 선택이 아니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마진을 왕창 깎아 제안했지만, 바이어는 “관세가 이렇게 치솟으니 우리도 어쩔 수 없다”며 계약을 미뤘다.


이건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관세는 중국 같은 경쟁국을 꺾으려는 의도였고, 우리 같은 소규모 업체는 그 파도에 휩쓸렸다. 관세율 20~30%는 숫자일 뿐이지만, 그 뒤엔 국가 간 패권 싸움이 숨어 있다.


브레턴우즈 체제의 붕괴와 베트남 전쟁은 미국의 경제적 안정성을 흔들었지만, 관세라는 새 무기를 통해 미국은 여전히 세계 경제를 쥐고 흔든다.


세상엔 온갖 부조리가 생겼다 사라진다. 나는 그 부조리 속에서 무력감을 느낀다. 트럼프의 관세는 그들에겐 치밀한 전략이겠지만, 우리에겐 느닷없이 날아드는 생뚱맞은 결정이다. 이런 터무니없는 상황을 이겨내려면 그 판을 읽고, 적절히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프레임에서 한 발짝 밖으로 나와야 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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