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띠 해에 지난 시절 쓴 글을 다시 읽으며.
오늘은 호서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1학기 마지막 강의가 있는 날이다.
열심히 달린 내 영혼의 '오추'여!
몇 달간 열심히 달려 온, 나의 '오추(초한지에 등장하는 항우의 애마(愛馬))'를 쉬게 해 주어야겠다.
나는 삼국지보다 초한지를 더 좋아해서 열번도 더 읽었던것 같은데, 일반 사람들이 이 소설에 등장하는 유방, 항우, 한신, 장량, 소하, 등의 영웅들과 우미인을 더 기억한다면, 나는 처음 읽을 때부터 이 검은 말, 오추에 반해버렸다. 최후의 순간까지 주인과 함께 한 그의 충절,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를 주인과 함께 달리는 그의 숨결, 검은 진주 같은 몸과 갈기, 상상속의 유니콘 보다 더 실제같고 생생한 존재의 모습에 매료 되었기 때문이다.
내 영혼의 오추여,
넌 내 모든 전장을 함께 한 친구였고,
내가 끝까지 믿을 수 있는 마지막 용기였다!
나는 잠시, 오강에서 항우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기 전, 사랑하는 충직한 오추에게 한 말을 떠올리며 내가 마치 고전 문학 속 항우라도 된 양, 최대한 비장미를 살려 읊어 보았다^^
< 내 핸드백에 걸고 다닌 손뜨개 조랑말, 나의 애마 '오추' >
나는 천하를 통일하여 한나라의 고조가 된 유방보다 항우를 더 좋아한다. (정치적) 계산과 실리를 추구하고 기회주의적 성향이 강한 유방 같은 인물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솔직하고 열정적인 항우의 순수함을 안타까워 하는 면이 더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도 어쩔 수 없이 감성적인 사람이라서 자기 사람이나 우희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자기와 함께 천하를 누비며 한 몸처럼 움직인 일개 동물까지도 눈물로 보내는 그의 서툴고 투박한 모습에서, 그리스 비극의 영웅들을 떠올리는지도 모르겠다. 항우는 어찌보면 판단의 결함까지 가진 오만한 실패자의 모습이지만 자신의 길을 가며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장수로서의 기개를 잃지 않았다는 점에서 내가 감정적으로 더 애착이 가고 인간적으로 매료 되었다.
우리는 대부분, 우리 삶에서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는 쪽보다는 너무 많은 인생의 짐을 짊어지고 일찍 지치고, 울부짖고, 승리보다는 패배하며 살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천하(목표달성)를 얻지 못하면 어떤가? 의리와 사랑, 자존심을 지키며 작은 항우처럼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항우처럼 감정을 숨기지 말고, 사람을 사랑할 줄 알며 신의를 지키고 때론 무너져도 위선적이지 않는 생을 살아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세상을 이기지 못해도, 내 스스로의 기준과 존엄을 버리지 말고 비겁하게 살지 않는 것, 이것이 내 인생을 멋지게 불태우는 방법이 아닐까?
짧지만 뜨겁게, 그리고 후회없이 사는 항우 같은 기개가 필요한 나. 문득, 내 가방에 걸려 있는 나의 조랑말이 나의 '오추'로 느껴져서 종강을 축하하며 스스로에게 몇 글자 적어 본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