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말의 해, 해 바라기 어때?

조랑말과 해바라기 키링을 뜨며.

이제 24시간도 남지 않았다. 벌써 말달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2026년 병오년이라니... 아니 무엇보다 내가 환갑이라니!!! 영원토록 나는 늙지 않을거란 생각을 한 것은 아니지만 기분이 참 묘하다.

어린시절 나는 시골에서 동네 환갑잔치 하는 것을 여러번 보고 자랐다. 환갑이 되면 동네가 떠들썩 할 정도로 어르신은 존경받고 마을 주민들은 그 분의 장수를 축하하고, 자식들이랑 손자손녀들 모두 한복 곱게 입고 온 동네 열린음악회를 여는 것을 보았다는 말이다.

물론, 시대가 변해서 내 부모님 환갑에는 형제들이 모여 부모님 자가용을 새로 장만해 드렸고, 칠순 때는 독실한 불교신자이신 부모님이 절에 탑인지, 석등인지 세우시길 원해서(순전히 자손들을 위한 기도의 마음이신거다) 현금으로 드렸다. 부모님을 모시고 그 절에 간적이 있는데 무척 뿌듯해 하셨다. 돌 건축물이 뭐 그리대단하랴 싶지만 자식들 가는 길에 등불이 되길 소원하신거다. 그런 부모님이 팔순을 넘어 올해 90세 이시다. 곧 구순 잔치를 고민해야 할 판이다. 다행히 아직은 두분다 건강하신데, 언제 어떤 일이 있을지 몰라, 살짝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 부모님도 이렇게 살아계신데, 내가 환갑이라니.... 말띠해에 태어난, 여자 애.... 어린시절 나는 어른들이 근거없는 이론을 들이 밀며 말띠 여자애들은 팔자가 세다느니, 일복이 많다느니 하는 악담(?)을 하면, 엄마에게 왜 1년만 더 있다가 양띠로 낳지 않았느냐고 괜한 푸념을 하곤 했었다. 이처럼 12지신의 동물을 사람의 운명적 성향과 연관짓는 사례가 많다보니, 나도 모르게 가스라이팅이 되어서 인지 내 인생이 고달플때마다 '빌어먹을 말(horse)'만 탓하곤 했다. ㅎㅎ

내가 자란 시골동네에는 그 시절에도 말은 소 만큼이나 귀하고 유용한 가축이었다. 학교가 끝나고 무거운 가방을 들고 하교할 때, 말이 끄는 수레를 얻어 타고 집에 가던 추억, 말 편자를 갈아 끼우던 장면, 재갈을 물리는 장면 등 주로 말이 겁을 먹고 인간에게 순응하는 모습이나, 고달프게 일을 하는 모습으로 내 기억에 남아 있다. 그러니, 영화에서 보던, 늘씬하고 우아한 자태로 주인을 등에 태우고 말갈기를 휘날리며 광야를 달리던 적토마(관우의 애마)나 오추마(항우의 애마)가 아닌, 평생 주인에게 고된 노동으로 책임과 의무 그리고 충성을 다하던 토종 (조랑)말 이었을 것이다.

말이라는 동물이 얼마나 착하고, 멋있고 힘있고 우리 삶에 공헌을 많이 했는데, 말이 들으면 경기를 일으킬 말들을 듣고 자라다니.... 먹거리 짐을 나르고, 빠르게 데려다 주고, 전쟁이 나면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주인의 명령을 따른 그 충성심이 개의 충성심 못지 않은데, 평생 죽어라 일만 하는, 잠도 서서 자는 그 안쓰런 동물을 우리 여자들에게 대입하는 것도 미안할 정도인데, 비하까지 하다니...

이제, 환갑을 맞은 병오년 생, 젊은 할미들! 아니, 모든 말띠 여성분 들! 초원을 달리던 그 본능으로 돌아가 목표가 정해지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 보는게 어떨까? 온순하지만 불의를 보면 뒷발질도 할 줄 아는 단호함과 강단도 보여주면서 거침없는 열정과 자유로운 에너지를 보여주면 어떨까?

그 염원을 담아, 예쁜 조랑말들을 뜨개로 탄생시켜보았다. 짧은 다리에 비록 명마들만큼이나 수려한 몸매는 아닐지라도 이 어여쁜 내 창조물들에게 최대한 장식도 달아주고 갈기도 쓰다듬어 주어본다. 혹, 모르지, 이 조랑말들이 나의 유니콘이 되거나 페가수스가 되어 지혜의 뿔과 자유의 날개가 되어 줄지...


조랑말 뜨개 키링.jpg

자, 이 기적을 경험하고 싶으신 분, 줄을 서시오~ 내 기꺼이 그대에게 페가수스 한마리 분양하리다~


아울러, 붉은 말의 해, 붉은 기운은 화(火)를 상징하며 곧 태양의 밝은 기운이니 이를 받아 보실분 손을 드시오. 우리가 하늘의 태양은 못 딴다 해도 영원히 지지 않는 해 바라기 해 봅시다!

해바라기키링1.jpg

2026년, 그림자(우울함) 없이, 기쁨과 당당함, 그리고 그 빛을 즐기는 한 해가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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