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쓰는 이유

글로 대신하는 내 마음

내가 처음 글을 써보고 싶다고(중고등학교 때의 작문이나 독후감 숙제가 아닌, 순전히, 그리고 순수하게, 진심으로 내 마음을 글의 힘을 빌어 쏟아 보고 싶다고) 느낀 것은 50대에 들어서면서였다. 50대를 왜 지천명이라고 하는지 아는 나이가 되어서였다. 그렇다고 해서 하늘의 명을 알게 되었다거나, 도를 깨달아 순응하며 살아야겠다는 대단한 결심과 계획을 세운 것도 아니었다. 순전히 마음이 헛헛해서였다면 너무 값어치 없게, 싸구려 느낌이 난다 해도 어쩔 수 없으며 그 마음을 숨기고 싶지도 않다.

그런 내가 이제는 이순(耳順)이 되었으니, 듣는 귀가 순해졌는지, 아니면 적당히 체념하고 순응하며 사는 것이 편해졌는지 모르지만, 확실한 건, 여전히 세상살이 힘들고 내 성질머리를 제어하기 힘든 상황에 맞닥뜨려도 50대보다는 포기도 빨라 집착에서 조금 놓여났다고나 해야 하나? 인생의 종착역을 생각하면 크게 욕심이 나는 것도 없으니, 아등바등 살아도 별것없는 가장 편한 나이대가 되었다고나 할까?

나는 대단한 사람도 아니어서, 공자님께서 말씀하신 연령대별 이칭(칭호)대로 살지도 못했다. 환갑이 되는 이 나이대에도 불혹은 고사하고, 귀가 얇아 잘 속기도 하고, 내 잔꾀에 내가 넘어가 더 큰 손해를 입기도 다반사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한 가지 절대 버리지 않았던 한 가지 내 인생의 좌우명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남의 가슴을 아프게 하지 말자. 한걸음만 더 나아갈 여유가 있다면 다른 이에게 복의 통로(또는 다리)가 되자'는 것이었다. 다른 이에게 직접적인 도움이나 복덩이가 되지 못한다면 징검다리 역할이라도 하자는 것이었다. 이런 가치관이 때로는 오지랖이 될 때도 있었고, 결과적으로 남의 인생에 너무 깊숙이 들어가 나중에는 발을 빼기가 더 힘든 때도 있었지만, 내 양심이 나에게 '잘했다' 말해주면 그것만으로 족했다. (남들로부터 보상을 바라거나 인정받기를 갈구하진 않는다는 점에서 나는 꽤 Coooool한 편이다^^)

서론이 다소 장황하게 되었다. 다시 첫 구절로 돌아가면,

내가 글을 남기고 싶었던 진짜 이유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순간순간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 들과 마음을 나누고 행복을 느끼기도 하지만 어려움을 함께 헤쳐가며 동지애도 쌓는다. 그런 벽돌집의 벽돌 같은 조각모음들을 잊고 싶지 않아서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희미해지고 다른 기억들과 녹아 하나가 되어버리면 그 소중한 조각을 기억해 내지 못할까 봐, 그리고 아직 내 마음을 다 전하지도 못했고, 그럴 시간도 갖지 못했는데, 혹시라도 먼저 하늘에 올라가 버릴까봐. 이승을 어슬렁거리며 '그때 그 말 할걸 ...' 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못살게 구는 혼령이라도 될까 봐 더 늦기 전에, 잊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내 친구들, 내 형제들, 심지어는 내 남편, 내 아들까지도 내가 남긴 글을 읽지 못할 수도 있다. 아니 읽지 않을지도 모른다. 앨범과 달리, 남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뇌가 노동을 해야 하는 힘든 과정이니까... 하지만 만약에, 혹시라도, 내 외동이 아들이 살면서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엄마가 떠오를 정도로 힘들 때, 아니면 살면서 이런저런 어려움에 앞이 깜깜하다고 느낄 때, 엄마는 어떤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살면서 나를 키웠을까 생각하며 살짝 들여다본다면, 작은 위로 하나쯤은 건네 줄수 있지 않을까?(하는 야무진 꿈을 꾸어본다.)

또는, 사춘기 자식 때문에 속 타는 후배 엄마들이나 남편이나 성인이된 자식이나 내맘대로 되지 않아 속터지는 이땅의 젊은 할머니들이나 모두 내 글을 읽고, 자식을 먼저 키워본 엄마이자 맞벌이하며 시부모 모시고 살았던 ‘무늬만 여자였던 대장부 아줌마’의 좌충우돌 인생을 엿보며 잔잔한 웃음이라도 보탤 수 있다면 그걸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나의 글은 내가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이고, 형식과 재능도 부족하고, 그렇다고 대단히 교훈적이랄 것도 없으며 진지함마저 부족해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이왕 이곳에서 내 속마음을 까발리기로 했으니, 솔직 담백하게 써보려 한다. 내 경험이라곤, 한 여자의 아내, 며느리, 엄마, 직장인(교직), 타로 심리상담가, 그리고 무엇보다 퀼트와 뜨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아온 정도. 그래서 아마도 내 글들의 소재는 그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각종 알고리즘과 스마트한 인물들이 넘쳐나는 비주얼 만랩의 유튜브가 명쾌하게 해결책을 보여주는 이 빠른 세상에서, 잠시 속도를 늦추고, 그리고 세상 소리를 낮추고

글을 쓴다는것은 시대 역행이자 비효율적인 나만의 고집일수 있겠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다는 조용한 신호를 그 누가 받아준다면 .... 그것 자체만으로도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충분하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나는 글을 통해 독자와 잠시만이라도 함께 세상에 머물게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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