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이 터졌다

잠시 멈춤

by 네쎄파
아빠의 멘탈이 터진 날


그날은 출근길부터 무언가 엇나가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이어진 꼬인 일정과 실수, 해결되지 않는 업무 사이에서 속으로 천 번쯤 소리치고 있었다.

괜찮은 척, 여유 있는 척하던 감정이 퇴근 지하철 안에서 와르르 무너졌다.

그렇게 아무 말 없이 거실로 향해한 조용히 도마뱀 사육장 앞에 앉았다.

써니는 아빠의 존재를 눈치챘는지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꼼짝도 하지 않던 그 작은 생명이

그 어떤 말보다 더 조용하고 강한 위로.

말이 없어 더 깊이 전해지는 위로였다.



아이들이 속상했던 날


언제부터인지 아이들은 속상한 날이면

사육장 앞에서 조용히 도마뱀을 만지며 이런저런 대화를 한다.

학교에서 친구와 다투거나 선생님께 혼났던 날

아직은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이 엉켜 있을 때

아이들은 사육장 앞에 앉아 써니와 크림을 바라본다.

작고 조용한 존재들은 아이들의 거칠어진 감정을 가라앉히고,

말보다 눈빛으로 다독여준다.

아마 아이들은 알게 모르게 배워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말하지 않아도 곁에 있어주는 힘을.



엄마의 번아웃


최근 일을 시작한 아내는 하루 종일 쉼 없이 움직인다.

오전을 직장에서, 오후는 식사 준비, 빨래 등

분명 아내도 가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런 날엔 써니, 크림, 밤이에게 말을 걸며 기분 전환을 한다.

그렇게 도마뱀을 바라보는 몇 분 동안 아내는 생각을 멈추고

짧은 ‘멈춤’을 한다.


마음의 집이 되어준 작은 생명들


도마뱀들은 말을 하지 않는다.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친근한 애교도, 리액션도 없다.

하지만 우리의 기분을 해치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 자리에 늘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집이 되어주는 존재들이다.

가족 모두가 속상하거나 지칠 때

누구보다 먼저 그들을 떠올리고, 그 앞에 앉는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생명을 바라보며

각자의 마음을 정리한다.

도마뱀은 그렇게 우리 가족의 감정 언어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지금도 조용히,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