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그리고 맥주 한 잔. 연휴를 가장 나답게 보내는 법
3일 연휴가 시작되기 전, 나는 조용히 스스로 결심 하나를 했다.
"이번 연휴에는 요가를 8번 수련해 보자."
이 말은 누군가에게는 평범하고, 누군가에게는 어쩌면 말도 안 되는 도전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때의 나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그저 나를 다시 한번 ‘내 몸으로’ 데려오고 싶었다
(체중감량, 발레 동작을 더 잘하고 싶은 마음도 들어있었다)
연휴는 항상 우리를 ‘놓아버릴 자유’처럼 느껴지게 한다.
침대에서 눈을 뜬 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도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이번엔 그게 싫었다. 아니, 항상 그게 싫었지만 인간의 본능인 게을러지고 싶은 마음 때문에 그동안 그렇게 보내왔었고 항상 후회했다. 왜냐 생각해 보니 더 잘 살아보고 싶었다.
단지 쉰다는 이유로 나를 방치하는 게 아니라, 이번엔 ‘회복’이라는 걸 진짜로 경험해보고 싶었다.
첫 수련을 시작한 건 연휴 첫날 오전(사실 아침 일정을 보내고 난 후다), 한여름이다라는 걸 알려주듯이 아침부터 30도를 넘는 더위. 학원 도착 전부터 지쳤다. 이래서 어떻게 수업을 듣지?? 생각이 들었다.
요가 매트를 깔고, 몸을 좌우로 흔들며 풀어내는 동작들을 천천히 따라가다가 도전하게 된 쟁기자세(할라사나)에서 나는 멈칫했다. 다리를 머리 너머로 넘기는 동작은 내게 꽤나 높은 벽처럼 느껴졌다. 그동안 허리 압박감이 있어 걸림돌이었는데 역시나 허리에서는 날카로운 통증이 올라왔다.
몸이 나에게 외치는 듯했다.
"이건 아니야. 무리하지 마. 이건 네가 할 자세가 아니야." 그래도 시간이 지나 압박감은 사라졌다.
그날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을 때,
“내가 뭐 한다고 이걸 시작했지...?”
정말로, 그 순간엔 후회 스쳤다. 하지만 선생님이 하시는 이야기가 한번 알려준 곳을 바로바로 적용하여하고 , 몸도 초보자의 몸이 아니라고 칭찬해 주셨다. 예민한 감각 덕인가?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의 요가 수련이 덕분이려나... 어찌어찌 시퀀스는 잘 따라갔다.
팔에 힘이 없어서 매달리기도 5초 만에 떨어지고 허벅지도 찌릿찌릿 불타올랐다. 수련의 시작을 알리는 듯했다.
첫날 모든 것이 낯설고, 불편하고, 아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음날 아침이 '요가원 가야지'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둘째 날과 셋째 날이 지나며, 내 몸은 점점 달라졌다.
팔의 떨림이 있었고, 어깨가 뻐근했고, 복부 깊숙이 알 수 없는 근육통이 찾아왔지만 그 통증은 단지 ‘아픈 것’이 아니라, 마치 내 몸이 깨어나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그동안 내가 무심하게 흘려보냈던 수많은 근육과 연결이 다시 만들어지고 있었다. 요가는 단지 유연성만을 키우는 동작이 아니었다. 그건 내 몸이 내게 말을 걸 수 있도록 귀를 열어주는 언어였고, 내가 진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아차리는 방식이었다. 수련이 반복될수록 나는 내 몸을 향한 신뢰를 조금씩 되찾았다.
그 신뢰는 어느새 나 자신에게 주는 작은 용기 같았다.
마지막 8번째 수련에서, 나는 처음의 그 두려웠던 쟁기자세를 다시 시도했다. 이번엔 복부의 중심을 단단히 잡고, 목을 이완시키며 조심스럽게 자세에 들어갔다. 그리고 믿을 수 없게도, 그토록 아팠던 자세가 이번엔 너무도 자연스럽게 완성되었다.
아무런 힘도 들지 않고, 스르륵.
마치 누가 날 잡아끌어 준 것처럼,
혹은 내 몸이 ‘드디어 알겠다’고 말한 것처럼.
그 자세를 하고 있는 동안, 나는 고요했고, 안정적이었고, 무엇보다 뿌듯했다. 처음에는 허리 통증 때문에 무너졌던 자세가, 이젠 나를 회복시키는 자세가 되어 있었다.
요가를 하고 나면 배가 고팠고, 친구들과의 약속도 있었고, 나는 피자를 먹고 맥주를 마셨다.
간단한 맥주 한 캔에, 나른한 근육통이 섞여 들어오면 그게 이상하리만큼 따뜻한 하루의 마침표처럼 느껴졌다. 신기한 건, 그런 시간들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거다. 오히려 더 나를 회복시키고, 더 나를 사랑하게 만들었다. 요가를 했기 때문에 더 건강하게 먹고, 좋은 사람들과의 식사는 더 풍성하게 기억되었다.
몸무게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실, 쪘다.
하지만 나의 호흡은 훨씬 더 깊어졌고, 내 몸의 중심은 조금 더 단단해졌고, 내 자신을 대하는 태도는 분명히 달라졌다.
요가 8회, 그리고 나를 위한 선택 3일.
이것만으로도 나는 내가 얼마나 나를 아낄 수 있는 사람인지 알게 되었고, 그 사실은 앞으로 어떤 연휴든, 어떤 하루든 조금은 더 나답게 보낼 수 있는 용기가 되었다.
요가는 내 몸을 바꾸지 않았다. 그저 내 몸을 다시 느낄 수 있도록 ‘나를 내게’ 데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