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_ X의 화딱지'

제2장 무관심이란 이름의 갑질

by 박중근

예인 씨와의 냉전은 일주일 내내 이어졌다. 사무실 안에서 두 사람의 대화는 오직 메신저로만 오갔다. 민후는 그것이 '쿨한 리더'의 방식이라 자위했다. 감정을 섞지 않고 일만 주고받는 것, 그것이 MZ 세대가 원하는 깔끔한 소통이라 믿으려 애썼다.


하지만 퇴근길,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마 팀장의 말 한마디가 민후의 속을 긁어놓았다.


"강 팀장, 자기 팀 예인 씨 말이야. 아까 탕비실에서 우리 애들이랑 얘기하는 거 들었는데, 강 팀장을 '투명 인간' 취급하더라고? 일만 던져놓고 아무 말도 안 하니까 편해서 좋대. 근데 그게 리더냐? 기계지."


마 팀장은 낄낄거리며 내렸다. 민후는 가슴 한구석이 홧홧해졌다. 배려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침묵이 누군가에게는 '무관심'과 '방치'로 읽히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넥타이를 거칠게 풀고 소파에 주저앉았을 때였다. 발치에서 민후를 빤히 보던 미로가 하품을 쩍 하더니, 믿을 수 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강팀장, 영어 계약서 써본 적 있지? 거기선 갑을을 뭐라고 하지?”


민후는 소스라치게 놀라 소파 뒤로 자빠질 뻔했다.


"미... 미로야? 네가 지금 말을 한 거야?"


미로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앞발을 핥으며 말을 이었다.


“대답이나 해. 갑을이 영어로 뭐야?”


“그거야... Party A, Party B라고 하지.”


“그치? 거기엔 위아래가 없어. 그냥 파트너일 뿐이지. 근데 강팀장은 자꾸 예인 씨를 ‘관리 대상’으로만 보잖아. 아니, 아예 대화조차 안 하려고 담을 쌓았지. 그게 진짜 갑질 아냐?”


민후는 멍하니 입을 벌린 채 미로를 쳐다봤다.


"내가 갑질이라니? 난 마 팀장처럼 욕을 하지도, 공을 가로채지도 않아! 오히려 예인 씨가 불편해할까 봐 말을 아끼는 거라고!"


미로가 차가운 눈빛으로 민후를 응시했다.


“그게 바로 리더들의 착각이야. 마 팀장처럼 대놓고 쪼는 것만 갑질인 줄 알지? 리더가 팀원의 성장에 관심 없이 업무 리스트만 툭 던져두고 방치하는 거, 그게 더 무서운 갑질이야. 예인 씨는 지금 팀장님이라는 '강물'에서 썩어가고 있다고.”


민후는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15년 전, 진정한 부장님이 자신을 스카우트했을 때가 떠올랐다. 그는 민후를 ‘을’로 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민후의 사소한 습관 하나, 고민 하나를 놓치지 않고 챙겼다.


“민후 씨, 내가 민후 씨를 데려오려는 건 일을 시키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민후 씨라는 원석이 우리 팀에서 얼마나 빛날 수 있을지, 그 여정을 함께하고 싶어서지.”


진 부장은 민후의 가능성에 '관심'을 가졌고, 그 관심이 민후를 움직이게 했다. 그런데 지금의 민후는 어떤가. 예인 씨가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지 단 한 번이라도 물어본 적이 있었던가.


“진정한 부장님은 팀장님을 키우려고 발품, 손품 다 팔았잖아. 근데 강팀장은 지금 예인 씨한테 뭘 해주고 있어? 마 팀장은 폭군이지만, 강팀장은 무책임한 관객이야. 관심 없는 방치는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은밀한 폭력이라고.”


미로는 몸을 둥글게 말며 눈을 감았다. 민후는 거실 벽에 걸린 진 부장의 사진과 미로를 번갈아 보았다. '무관심이 갑질이라니...' 화딱지의 원인이 상대방의 무례함이 아니라, 자신의 방관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서늘한 자각이 민후의 밤을 흔들고 있었다.



� 미로의 한마디: "상처 주는 말만 갑질인 줄 알았지? 리더의 무관심은 팀원의 재능을 말려 죽이는 가뭄과 같아. 비를 내릴 자신이 없으면, 적어도 물뿌리개라도 들고 다가가는 게 사람에 대한 예의야.“



이런 것만이 갑질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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