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완벽이라는 감옥, 실패라는 열쇠
오전 10시, 마케팅 본부 회의실 쪽에서 유리창이 흔들릴 정도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마 팀장이었다. “야! 내가 이거 완벽하게 해오라고 했지! 데이터 하나 틀린 거 이거 어쩔 거야? 네 머리는 장식이야? 너 때문에 내 정수리에 원형탈모가 또 도졌어, 인마!”. 마 팀장은 팀원이 밤새 준비한 기획안을 테이블 위로 팽개쳤다. 그는 ‘무결점’을 신봉하는 리더였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함이 리더의 실력이라 믿었다. 덕분에 그의 팀원들은 보고서 점 하나 찍는 데도 벌벌 떨며 시간을 허비했고, 사무실엔 늘 차가운 긴장감만 감돌았다. 민후는 그 풍경을 보며 자신의 수첩 한구석에 숨겨둔 낡은 상처를 꺼내 보았다.
아디다스 재직 시절, 본사 주도로 삼성과 협력해 야심 차게 준비했던 ‘마이코치’ 프로젝트의 기억이었다. 당시 민후는 마 팀장보다 더한 완벽주의자였다. “실패는 무능의 증거다”라고 외치며 수개월 동안 내부 테스트와 검증에 매달렸다. 마라톤에 문외한이었지만 한달에 400키로 이상을 뛰면서 완벽한 제품이 나올 때까지 테스트는 계속해나갔다. 마침내 프로 마라토너까지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출시되었다. 하지만 아디다스가 성벽 안에서 결점 없는 성배를 빚는 동안, 라이벌 나이키는 핵심 기능만 담은 투박한 ‘나이키 플러스’를 시장에 먼저 던졌다.
시장은 나이키의 ‘딱 그 만큼만의 기능’에 환호했고, 아다다스의 야심작 ‘완벽한 결과물’은 빛을 보기도 전에 외면받았고 누구의 뇌리에도 기억되지 못했다. 그때 민후는 뼈아프게 깨달았다. 완벽이라는 감옥이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벽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사무실로 돌아온 민후는 예인 씨가 새로운 이벤트 기획안을 들고 망설이는 것을 발견했다.
“팀장님, 이게… 데이터 검증을 몇 번 더 해봐야 할 것 같아요. 혹시라도 실수해서 팀에 폐를 끼치면 안 되니까요.”.
예인 씨의 떨리는 음성에서 마 팀장의 호통에 질린 다른 팀원들의 공포가 읽혔다. 민후는 부드럽게 웃으며 의자를 당겨 앉았다.
“예인 씨, 우리 아마존이나 테슬라처럼 해볼까요? 완벽할 필요 없어요. 일단 실행해 보고 시장의 반응을 빨리 보는 게 더 중요합니다. 실패해도 괜찮아요. 아니, 오히려 빨리 실패해 줘야 우리가 뭘 고쳐야 할지 알 수 있거든요.”.
예인 씨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민후는 말을 이었다.
“실패는 도전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예요. 내가 실패를 비난하지 않을 테니, 예인 씨는 그 실패에서 뭘 배웠는지만 나랑 공유해 줘요. 우리 팀에서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유일한 실패입니다.”.
퇴근 후, 거실에서 민후의 가방을 뒤지던 미로가 고개를 쓱 내밀었다. “오, 강 팀장. 오늘 ‘실패할 권리’를 선포했다며? 마 팀장이 들었으면 뒷목 잡고 쓰러졌겠는걸?”.
“미로야, 사실 나도 겁나. 혹시라도 진짜 큰 사고가 터지면 어쩌나 싶어서. 그런데 내가 실패를 허용하지 않으면, 예인 씨는 평생 마 팀장네 팀원들처럼 남의 눈치만 보는 작은 물고기로 남을 것 같더라고.”.
“맞아. 코이는 어항의 크기에 따라 자란다니까. 강팀장이 오늘 ‘실패를 허용하는 강물’을 열어준 거야. 완벽주의는 리더의 불안이 만든 감옥일 뿐이야. 그 문을 열어줄 때 팀원들은 비로소 성장의 날개를 펴는 법이지.”.
미로는 민후의 무릎 위로 뛰어올라 덧붙였다.
“근데 강팀장, 실패해도 좋다고 말만 하고 방치하면 그건 무책임한 거야. 내일은 예인 씨랑 둘이서 깊게 대화하며 그 마음의 온도를 체크해 보는 ‘원온원(1:1)’을 시작해 봐. 리더는 실패를 허락하는 동시에, 넘어진 팀원을 일으켜 세울 준비도 되어 있어야 하거든.”.
민후는 수첩에 적힌 ‘완벽’이라는 단어를 지우고 그 자리에 ‘성장’을 적었다. 그는 이제 완벽한 리더가 아니라, 팀원을 온전하게 만드는 리더가 되어가고 있었다.
� 미로의 한마디: "실패는 전략이지만 방치는 방관이야. 실패해도 좋다고 말했으면, 넘어졌을 때 일으켜 줄 준비도 해야지. 리더가 완벽이라는 감옥의 문을 열어줄 때, 팀원들은 비로소 진짜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해.".
모든 시도가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실패가 다 잊혀지는 것은 아니다.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아마존은 너무 거대하고 하나 둘 실패한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는 않는데 우리 회사는 상황이 다르다"
아마존은 작은 3-4평 사무실에서 인터넷 서점으로 출범했지만 그보다 13년전 대기업의 자본으로 시작했던 교보문고와 비교할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교보문고 보다 매출 860배 이상의 거대한 세계 2위의 기업이 되었다. 무엇이 차이를 만들어 냈을까? 깊이 생각해 볼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