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_ X의 화딱지

제10장: 갑옷을 벗고 비로소 쉬는 법

by 박중근

화요일 오후, 사무실은 마 팀장의 날 선 히스테리로 가득 찼다. 그는 벌써 며칠째 집에 들어가지 못한 듯 퀭한 눈으로 모니터를 쏘아보고 있었다. 커피를 쏟은 셔츠 소매를 걷어붙인 채, 그는 지나가는 팀원 아무나 붙잡고 화풀이를 해댔다.


“야, 너희는 퇴근 시간만 되면 눈이 반짝이지? 나는 지금 겔포스를 먹어야 할 정도로 위가 쓰리고 스트레스받으면서 일하는데, 너희는 속 편하게 쉬러 가냐? 리더가 이렇게 고생하면 눈치라도 좀 봐야 할 거 아냐!”.


마 팀장에게 휴식이란 ‘죄악’이었고, 자신을 혹사하는 것은 ‘훈장’이었다. 그는 쉬지 못해 예민해진 신경을 팀원들에게 화살처럼 쏘아 올렸고, 그 독설에 맞은 팀원들은 피로와 냉소에 전염되어 갔다. 사무실은 거대한 번아웃(Burn-out)의 늪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민후 역시 가슴 한구석이 답답했다. 예인 씨의 궤도를 맞추고, 경청하고, 질문을 던지며 에너지를 쏟아붓다 보니 정작 자신의 배터리는 바닥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밤, 거실 소파에 시체처럼 누워 있는 민후에게 미로가 다가왔다. “강 팀장, 마 팀장 꼴 좀 봐. 배터리 0%인 리더가 팀을 이끌겠다니, 그건 고장 난 기관차가 객차들을 끌고 낭떠러지로 가는 꼴이야.”.


“미로야, 나도 한계인 것 같아. 팀원들을 배려하는 것도 체력이 있어야 하더라고. 요즘은 자꾸 예전처럼 소리 지르고 싶은 마음이 욱하고 올라와.”.


“그게 바로 ‘회복 탄력성’이 바닥났다는 신호야. 강 팀장, 내일은 당장 연차 내고 쉬어. 이건 그냥 노는 게 아니라 ‘이타적인 휴식’이야. 리더가 건강하고 여유로워야 팀원들도 비로소 그 그늘 밑에서 안심하고 쉴 수 있거든.”.


다음 날, 민후는 입사 후 처음으로 아무런 업무 계획 없는 연차를 냈다. 그가 향한 곳은 평일 정오의 한적한 영화관이었다.


커다란 스크린 앞에 홀로 앉아 팝콘을 씹으며 오직 자신만을 위한 시간에 몰입했다. 휴대폰은 가방 깊숙이 넣어두었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서는 길, 민후는 묘한 해방감을 느꼈다. 리더라는 갑옷을 잠시 벗어두자, 굳어 있던 감정의 근육들이 부드럽게 풀리는 기분이었다. 신기하게도 예인 씨에게 느꼈던 사소한 서운함이나 업무에 대한 불안감이 영화 속 장면처럼 멀리 떨어져 보였다.


집에 돌아오자 미로가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반겼다.


“거봐, 강 팀장. 표정부터 달라졌네. 리더의 여유는 팀원들에게 전염되는 가장 좋은 백신이야. 팀장이 웃으며 출근해야 팀원들도 ‘아, 오늘 우리 팀은 안전하구나’라고 느끼지 않겠어?”.


“맞아, 미로야. 내가 나를 돌보지 않는 건 결국 팀원들에게 독설이라는 부채를 떠안기는 일이었어. 마 팀장은 자기가 희생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자기 피로를 팀원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거지.”.


“리더는 스스로 에너지를 채우는 발전소가 되어야 해. 그래야 상황에 맞춰 고속기어로 변속할 힘도 생기는 법이거든. 내일은 그 꽉 찬 에너지로 우리 팀의 ‘변속 기술’을 한번 보여주자고!”.


민후는 수첩에 적었다.

‘나를 돌보는 시간은 이기적인 도피가 아니라, 팀을 지키기 위한 가장 이타적인 투자다.’.


마 팀장의 위궤양과 원형탈모는 더 심해지고 마음속에 자신만으로 가득 차고 있었지만, 민후의 마음속엔 팀원들을 더 넓게 품을 수 있는 여백이 생겨나고 있었다.



� 미로의 한마디: "배터리 0%인 리더가 팀을 이끌 순 없어. 자신을 돌보는 건 이기적인 게 아니라, 팀을 위한 가장 이타적인 투자야. 리더가 잘 쉬어야 팀원들도 안심하고 숨을 쉴 수 있다는 걸 잊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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