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_ X의 화딱지

제13장: 리더라는 고독한 기사, 블라인드의 습격

by 박중근

평화롭던 수요일 오후, 사무실 분위기가 순식간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다들 모니터 앞에 붙어 무언가를 확인하며 힐끗힐끗 민후의 눈치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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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후의 메신저로 타 팀 동료가 링크 하나를 보냈다. 사내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게시판이었다.


제목: [폭로] 우리 팀 '관점 전환' 팀장님, 사실은 답정너 끝판왕 아님?


"앞에서는 공감하는 척, 들어주는 척 쇼하는데 결국은 자기 생각대로 다 함.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고 실무자들 피곤하게 만드는 스타일. 이런 게 진짜 가스라이팅 아님? 차라리 마 팀장처럼 대놓고 지르는 게 깔끔함.".


민후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고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예인 씨를 위해 기어를 바꾸고, 1:1 대화를 하고, 휴식까지 반납하며 고민했던 시간들이 한순간에 '가식'으로 치부되었다. 특히 마 팀장과 비교당하는 대목에서는 참을 수 없는 배신감이 치밀어 올랐다. 옆자리 마 팀장은 이때다 싶어 얄밉게 말을 걸어왔다.


“거봐, 강 팀장! 내가 뭐랬어? 애들한테 잘해줘 봐야 뒤에서 칼 꽂는다고. 내 방식이 욕은 먹어도 뒤탈은 없어. 애들 비위 맞추느라 탈모 오지 말고, 그냥 나처럼 지르라니까?”.


민후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퇴근길, 차가운 공기가 폐부를 찔렀다. 리더는 팀원들의 심리적 안전감을 지켜줘야 한다고 배웠지만, 정작 리더인 자신의 안전감은 누가 지켜준단 말인가.


무거운 발걸음으로 현관문을 열었을 때, 미로는 평소와 달리 현관 앞에 앉아 조용히 민후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 팀장, 블라인드 화살에 정통으로 맞았나 보네. 표정이 아주 가관이야.”.


“미로야…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 정말 진심이었는데, 돌아오는 건 이런 비난뿐이라니. 나도 이제 지쳤어. 마 팀장 말대로 그냥 갑옷 두껍게 입고 일만 거래하는 팀장이 되어야 할까 봐.”.


미로는 민후의 발등 위에 조그만 앞발을 올리며 말했다.


“리더는 갑옷을 입은 고독한 기사야. 하지만 그 갑옷이 팀원을 막는 벽이 되면 안 돼. 블라인드 글? 그거 아프지? 근데 뒤집어 생각해 봐. 그건 너를 죽이려는 독화살이 아니라, 네가 보지 못했던 네 뒷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이야.”.


“거울이라고?”.


“응. 팀원들은 리더의 ‘변화’가 서툴 때 가끔 그걸 가식이라고 오해해. 네 진심이 전달되는 속도보다 그들의 의심이 더 빠를 때가 있거든.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너는 진짜 ‘답정너’가 되는 거야. 리더의 심리적 안전감은 남이 주는 게 아니야. 스스로의 진정성을 믿고 버티는 근육에서 나오는 거지.”.


미로는 민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덧붙였다.

“마 팀장은 욕을 안 먹으려고 공포를 쓰지만, 너는 더 나은 팀을 만들려고 비난을 견디고 있는 거야. 누가 더 용기 있는 리더일까? 내일은 도망치지 마. 그 블라인드 글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네 사각지대를 고백해 봐. 리더의 진짜 힘은 완벽함이 아니라 ‘취약함’을 드러낼 때 나오거든.”.


민후는 밤새 잠을 설쳤다. 수첩에는 비난의 말들이 적혔다 지워지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새벽녘, 그는 마지막 페이지에 짧게 적었다. ‘나의 서툶이 가식으로 보였다면, 그것 역시 내가 책임져야 할 나의 모습이다. 리더는 비난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사람이다.’.


� 미로의 한마디: "블라인드 글에 울지 마. 그건 너를 공격하는 화살이 아니라, 네가 놓치고 있던 뒷모습을 보여주는 거울일 뿐이니까. 리더의 고독은 성장을 위한 필수 영양소야. 그 고독을 견디는 자만이 진짜 팀을 가질 자격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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