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엄마와 침대에 누워.
그리고 상상을 해.
엄마와 나란히 누운 이 침대가
창 밖으로 날아간다면 어떤 기분일까.
엄마와 나는 침대 끄트머리에 앉아
침대 난간을 꽉 붙들고 있겠지?
머리에 밤바람을 맞으면서 말이야.
어딜 먼저 가고 싶어?
엄마가 물어.
그럼 난 답해.
나? 놀이공원!
불 꺼진 놀이공원으로 침대가 날아 들어가.
화려한 회전목마, 커다란 바이킹.
모든 것들이 내려다 보여.
환한 낮의 풍경과는 다르지만
여전히 신날 것만 같아.
두 번째 목적지는?
엄마가 물어.
난 답해.
할머니집!
멀리 계신 할머니집 창가로 쏜살같이 달려가.
창문 너머로 할머니가 쿨쿨 잠드신 게 보여.
늘 보고 싶은 얼굴인데
이렇게 잠든 모습을 가까이 보니 기뻐.
할머니가 깨실까 봐 조용히 머물다 떠나.
세 번째로 가고 싶은 곳은?
엄마가 물어.
난 답해.
선호네 집!
내 단짝 친구 집이야.
이 친구는 이층 침대를 쓰지.
창가에 다가가니 선호의 잠든 얼굴이 보여.
제일 좋아하는 인형을 한 무더기 머리맡에 두고
쌔근쌔근 자고 있더라고.
네 번째 목적지는?
엄마가 물어.
나는 답해.
미국에 있는 효주네!
침대는 속도를 올려 쌩 하니 날아가.
이제 바다를 건너고, 구름 곁을 지나가.
달리다 보니 해가 뜨네.
여긴 밝아.
효주는 고모부과 마당에서 배구공을 주고받는 중이야.
공이 땅에 닿을 때마다 퐁퐁 소리가 들려.
멀리 있어 2년에 한 번씩 보는데
이렇게 볼 수 있다니 기뻐.
자, 이제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
마지막 가볼 곳은?
엄마가 물어.
난 답해.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계신 곳!
침대는 더 높이 날아오르기 시작해.
구름 위로 더, 그리고 더 높이.
수많은 별들을 지나고, 밝은 달도 지나
더 높이 올라가.
아주아주 커다랗고 새하얀 문이 보여.
손을 대자, 문이 스르르 열려.
그곳에 할아버지가 계셔.
날 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신 할아버지.
사진으로만 기억하던 할아버지가 바로 저기에 계셔.
침대에서 깡총 뛰어내려
할아버지께 한 걸음에 달려가 안겨.
이 냄새, 뭔가 익숙해.
아빠도 할아버지가 보고 싶으려나?
다음엔 같이 데려와야지.
엄마와 나는 다시 침대 난간을 붙들어.
돌아가야 할 시간이야.
조금이라도 자지 않으면 내일 학교에 늦을 것 같거든.
침대는 높은 속력으로 날아
내 방 창문으로 쏙 들어와.
이불을 목 끝까지 끌어당겨
엄마와 뽀뽀를 나누고
다시 잠에 들어.
오늘 만났던 사람들을 떠올려.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며.
내일 밤엔 어디로 가볼까?
엄마와 함께라면 어디든 좋아.
[아이가 어렸을 적 같이 잘 때, 침대가 날아가 보고 싶은 사람을 보고 오면 좋겠다는 상상을 이야기해 준 것을 토대로 작성했던, 시인 듯, 동화인 듯한 글입니다. 아이가 읽고 행복해했던 기억이 나네요. 꼬물거리는 아이와 같이 잤던 때가 그리워지는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