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감

by 주댕맘
엄마, 이거 나 혼자서 다 할 수 있을까?

하교 후 학원 가기 전 잠시 집에 머물며 던진 아이의 물음이다. 엄마와 학원 숙제를 묻고 답하며 점검하고 가던 게 일상이었는데, 오늘은 하필 미팅으로 곁에 있어주지도, 전화를 해줄 수도 없는 상황.


네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하고 가면 돼. 걱정 마.


괜히 내 일정으로 잠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가 언제고 스스로 해야 할 때가 지금 자연스레 온 거라 여기고. 일을 마친 뒤 돌아와 아이가 오길 기다린다. 그런데 웬걸,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바이브 자체가 다르다.


엄마, 나 오늘 잘했으니 칭찬해 줘.

뭘?

테스트 봤는데, 나 오답노트 안 쓸 만큼 잘 봤어.

오, 대단한데? 엄마랑 연습할 때도 안되지 않았나?

잘했지?

응, 잘했어.

잘했으니 맛있는 거 줘.


척하니 엄지를 들어 올리며 윙크를 날리는 녀석. 아이가 유능감을 느끼는 순간이다. 자기결정론에서 난 이 유능감이 중요하다고 본다. 내가 잘할 수 있다는 감각. 도전적인 과제를 해냈을 때의 희열. 다음번에도 내가 해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


이런 유능감은, 내가 상황을 통제하고 내 능력을 발휘해서 주어진 것을 잘 수행할 수 있다는 그 마음은, 사람을 살아있게 한다. 그것은 자율성과 맞물리면서, 스스로 행동을 주도하고 선택하며 극대화된다. 그리고 관계성 속에서 다른 이의 정서적 지지, 인정, 유대감으로 꽃을 피운다.


내가 유능하다는 감각이 있어야 자율성이 주어졌을 때 내 판단을 신뢰할 수 있고. 내가 유능하다는 감각이 있어야 관계 속에서 내가 더 단단히 자리할 수 있다. 뭐 어쨌든, 이건 내 해석이다. 내가 나를 인정할 수 있을 때 타인의 인정도 수용 가능하니까.


엄만 너 믿어. 이렇게 혼자서도 잘할 수 있는 걸 여태 몰랐네.

해낼 수 있는 일들의 수준과 양을 점진적으로 늘려주는 것. 그리고 해내는 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하게 두는 것. 그리고 해냈을 때 제대로 인정해 주는 것. 그것이 이제 막 홀로서기를 시작한 아들에게 엄마인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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