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좋아하면 더 예뻐 보여?
뭣이라. 아들에게 좋아하는 여자 아이가 생겼다. 학기 초부터 꽤 성격이 괜찮은 여학생이 있다고는 누누이 들어왔는데, 매번 좋아하는 감정까지는 아니라고 부인하던 녀석이 이제야 본심을 터놓는다.
그렇지. 좋아하면 더 예뻐 보이지. 그런 걸 콩깍지 씌었다고 하는 거야.
근데, 엄마가 이뻐, 걔가 이뻐?
귀여움 반, 질투 반 섞인 나의 대답에 아들도 빵 터졌다.
엄마가 이쁘지.
살 길을 찾았구나, 네가. 현명한 답을 하자 내 마음도 수그러졌다.
왜 좋아, 걔가?
나랑 비슷해. 수학도 나만큼 못하고, 코가 작아. 그리고 엄청 활발해.
그래서 비슷하다고 느껴서 편해.
그 애라도 수학을 잘하길 바랐건만. 같이 수학을 못해서 좋다니, 이런.
그럼 네가 걜 도와줄 수 있을 만큼은 잘해보자. 그럼 더 멋지지 않겠니?
나 걔가 정말 좋은가 봐. 꿈에도 나와. 빨리 주말이 끝나고 학교 가고 싶어.
보고 싶어.
와, 이번엔 찐이다. 그간 좋아하던 여학생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렇게 설레어하는 건 또 처음이다.
지금 자리를 바꿔서 내 뒤에 앉거든. 그래서 너무 떨려.
아들아 거기까지 해라. 더 못 들어주겠다. 아, 나중에 장가는 어떻게 보낼까 싶다. 요새 부쩍 거울 앞에서 자기 얼굴과 몸을 관찰하고, 옷을 신경 쓰던 게 다 이유가 있었던 거다. 아들은 사춘기 초입에 들어서고 있고, 아직은 반항은 없지만,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급등했다.
엄마, 근데 걔를 좋아하는 애가 두 명 더 있는 것 같아. 남자애들하고 친하더라고.
승산은 있어 보여?
아, 잘 모르겠어.
그래. 너의 승리를 응원하지만, 지더라도, 그 애가 다른 애를 좋아하는 게 밝혀지더라도 수용해야 한다고 미리 마음속 빨간약을 발라 주었다. 그 애가 우리 애를 좋아하면 좋겠다가도 굳이 또 그렇게까지 잘 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알쏭달쏭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