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by 주댕맘

애가 웃겨서 다 같이 웃은 적도 여러 번 있어요.


담임선생님의 이야기다. 학기 초 아이 적응을 두고 고민을 말씀드렸던 때가 2주가 지났고, 이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느닷없이 전화가 울렸고 받아보니 선생님이셨다.


아이는 다행히 잘 적응해 가고 있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여러 에피소드들을 나누던 중, 아이가 웃겼다는 말에 움츠러들었던 어깨가 풀렸다.


엄마, 애들은 내가 아직 웃긴 줄 모를걸? 한 5프로? 그 정도 알려나?
왜? 너 원래 웃기잖아.
웃기고 싶은데 안 웃을까봐 하질 못하겠어.

낯선 환경에 들어가면, 톡 치면 딱딱한 껍질 속으로 꽁꽁 숨어버리는 달팽이처럼, 아이는 자기를 드러내질 못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이리저리 보는 것이다. 여기가 나를 드러내도 괜찮은 곳일지, 아닐지.


그런 아이가 웃겼다는 것은, 제 껍질 밖으로 자신을 드러냈다는 것은, 편안해졌다는 것이다. 그만큼 안심하고 나와 내 모습을 보여줘도 수용될만한 공간이 됐다는 뜻이다.


그 말이 그래서 내게 가장 감사했다. 그런 감사를 표했더니 선생님의 답이 왔다. 아이의 유머가 좋고, 귀엽다는. 감사가 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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