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마케터의 "실패" 일기

경험을 기록한다는 것

by 마케터 와이

나는 무슨 색일까?


독립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 사회 운동을 하는 친구, 음악 작업을 하는 친구, 빈티지 옷을 찾아 입는 친구. 20대 초반, 나는 각자의 색깔이 뚜렷한 친구들 사이에서 이도 저도 아닌 포지션이었다. 나를 떠올리면 채도가 낮은 불명확한 색깔들 뿐이었다. 세계 문학을 좋아하다가, 또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다가, 달리기, 사진, 잡지, 식물, 여행을 좋아하다가, 그리고 철마다 유행하는 음악을 즐겨 듣곤 했다. 취향 없이 항상 이것저것에 발 담그는 나는,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사람이 늘 부러웠다. 그러다 어디선가 누가 블로그를 한다더라, 같은 말을 듣고 블로그를 시작했다. 그리고 변덕 심한 내 '이것저것의 경험'이 블로그라는 '기록의 세계'에서는 꽤나 가치 있는 자산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나의 그것이 누군가에게 유용한 정보, 재미있는 글, 신선한 자극이 된다는 사실이 좋았다. 경험과 기록의 가치를 깨달은 순간이었다.


이로써 나는 다채로운 색깔을 가진 사람임을 깨달았다.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던 덕에 대학생이면 의례 거쳐 간다는, 서포터즈나 기자단 같은 대외활동을 여러 차례 경험할 수 있었다. '야매'로 배운 포토샵과 프리미어 프로를 사용해서 나름 콘텐츠랍시고 카드 뉴스나 짧은 영상을 제작해서 담당자님께 전달해, 조금의 수정을 거쳐 통과되면 내 블로그에 업로드하기만 하면 됐다. 그게 대학생인 내가 대외활동을 통해 할 수 있는 콘텐츠 마케팅의 전부였다. 보잘것없는 콘텐츠였지만 사람들의 작은 반응 하나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며 좋아했다. 그렇게 나는 취준생이 되었고, 내 '스펙'에 맞춰 나는 콘텐츠 마케터라는 진로를 결정했다. 그렇게 운 좋게 대학도 졸업하기 전에 모 언론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느낀 건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거였다.


콘텐츠 마케팅은 그저 '우리 브랜드 상품 사세요'를 보기 좋은 콘텐츠로 만들어서 홍보하는 건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당당하게 시작한 업무에 당당하게 실패했다. 당연한 결과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콘텐츠를 아무도 보지 않는 절망적인 실패를 겪고서야, 내가 콘텐츠 마케팅에 대해 단단히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다양한 콘텐츠 마케팅 사례를 아카이빙 하고, 관련 서적을 보며 필요한 정보를 정리했다. 그 후, 타깃 오디언스의 페르소나를 도출하고, 소구점을 찾고, 피드백을 분석하며 콘텐츠 제작에 반영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러고 나서야 '최근 게시물의 90%보다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메시지를 받을 수 있었다. 처음에 나는 내 입장에서 홍보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급급했다. 타깃 오디언스가 무엇을 원하는지에는 관심도 두지 않은 채로.결국 콘텐츠 마케팅이란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활동이 아닌, 타깃 오디언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콘텐츠에 반응하게끔 하는, 쌍방향 소통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제 시작이다.


콘텐츠 마케팅은 특별히 관련 학과 졸업이나 특정 라이선스가 필요한 직업이 아니다 보니, 진입장벽이 낮다고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업무 진행과 관련된 정해진 메뉴얼이 없기 때문에 '잘' 하는 게 어렵다. 그래서 내 결론은 나의 실패, 그러니까 경험을 분석해서 보완하고 기록하는 것이다. 그것이 앞으로 마케터로서의 나의 생활에 길잡이가 되어 주기를 바라며. 그리고 내 경험의 기록이,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그러니 이제 막 시작하는 이 초보 마케터에게 진심 어린 조언이나 충고, 언제나 환영한다. 나는 내 부족함을 알고 있고, 그 부족함을 극복하는 경험을 기록하고 공유함으로써, 성장해나가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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