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마케팅의 시작, <소구점> 찾기
나는 SNS 덕후다. 최신 유행에 민감하고, 온갖 종류의 SNS 밈을 섭렵하고 있으며, 다양한 주제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나는 내가 SNS 마케팅을 잘할 거라 생각했다.
모 언론사에서 일하게 되어 처음 맡은 업무는 자체 제작 콘텐츠의 홍보 카드 뉴스를 만드는 일이었다. 기존에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된 콘텐츠들을 살펴본 후, 조금은 엉성하고 트렌디하지 못한 디자인을 보며, 속으로 '나는 이것보다 잘할 수 있는데' 생각했다. 수년간의 SNS 덕후 경력을 살려, 요즘 유행하는 '글자를 강조한 썸네일'에 약간의 '드립'을 첨가해, 포토샵 솜씨를 뽐내며 카드 뉴스를 한 편 완성했다. 올드한 디자인의 기존 카드 뉴스들과 다르게 트렌디하고, 그럴싸한 것 같아 혼자 뿌듯해했다.
결과는, 기존 콘텐츠에 비해 10분의 1도 미치지 못하는 반응이었다. 그날 인스타그램에 무슨 오류가 있었던 건 아닐까 의심했지만 이내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때부터, 기존의 게시물들을 모두 읽고, 카테고리 별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어떤 유형의 게시물이 '좋아요'와 '댓글'이 가장 많은지 분석했다. 댓글은 콘텐츠 자체에 대한 의견 제시 댓글, 친구를 태그 하는 댓글, 개선을 요구하는 댓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했다. '좋아요와 댓글 모두 많은 게시물', '친구를 태그 하는 댓글이 많은 게시물'에 답이 있다고 생각하며 해당 게시물의 주제와 키워드를 분석했다. 전자의 게시물은 확실하게 타깃 오디언스를 만족시켰기 때문이고, 후자의 게시물은 외부 타깃 오디언스의 유입 가능성이 있는 주제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2~3개의 키워드를 도출한 후, 해당 키워드가 포함된 게시물을 하나씩 제작했다. 그리고 각각 업로드해, 반응을 체크했다. 최종적으로 가장 반응이 좋았던 키워드를 통해, '소구점'을 찾았다.
소구점과 내가 전하고 싶은 홍보 메시지를 접목시켜 콘텐츠를 다시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앞서 분석했던 '개선을 요구하는 댓글'의 의견을 일부 반영했다. 그러고 나서야 '최근 게시물의 90% 보다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메시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날 이후, 타깃 오디언스에 대한 분석 없이, 그럴싸한 디자인만 있는 콘텐츠는 텅 빈 깡통, 앙꼬 없는 찐빵, 홍철 없는 홍철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콘텐츠 마케팅의 세계엔 두 개의 주체가 있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나, 그리고 메시지에 반응하는 타깃 오디언스. 이 사실을 언제나 간과하지 말자고 마음에 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