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마주한 신념과 실무의 갈등

선배 마케터님들, 이럴 땐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by 마케터 와이

콘텐츠 마케팅은 우리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나 웹 사이트에 콘텐츠를 제작해 배포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건 평면적인 정의에 불과하고, 결국 콘텐츠로 인해 타깃 오디언스가 변화하는 역동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번에 맡은 업무는 우리 언론사에서 자체 제작한 콘텐츠의 독자 확충을 위한 홍보이며, 그중 하나로 독자 이벤트를 기획했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진행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가장 먼저 우리 계정의 타깃 오디언스와 소구점을 분석했다. 그리고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몇 가지의 형식을 도출해낸 다음 타깃 오디언스와 소구점을 고려해 아이디어를 기획했다.


결과는 모든 아이디어가 반려당했다.


"아이디어는 좋지만 한 번에 많은 독자를 확보할 방안이 필요해요."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것처럼 심리테스트를 배포하고 결과를 보려면 구독을 해야 한다거나, 가장 많은 수의 친구를 모아 오는 사람에게 좋은 상품을 제공하는 등의 아이디어를 나열하셨다. 그것처럼, 한 번에 드라마틱하게 독자를 많이 모을 수 있는 방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 우리 타깃 오디언스의 소구점은 따로 있는데, 그것과는 관련 없이 단순히 독자의 '숫자'에만 치중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의 타깃 오디언스와 심리테스트 같은 것들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구독을 해야만 결과를 알려준다는 그 계획도 얄팍한 꼼수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단편적인 이벤트들은 당장엔 좋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생각했다. 단순히 독자의 숫자는 오를 수 있어도 추후에 시청률이 저조할 수 있고, 허수의 독자에 집착함으로 인해 충성 독자를 모을 기회를 놓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허수의 독자 10명보다 충성 독자 1명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리 브랜드에 훨씬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주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너무 부족하고, 배우는 과정 중에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별로라고 생각하는 아이디어에 대해 동의하는 척을 할 수는 없었다. 그것이 내가 맡은 콘텐츠와 타깃 오디언스에 대한 책임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 지점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내적 갈등이 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마케팅 활동이란 그 효율이 숫자로 증명되어야 한다. 분명한 것은, 나의 아이디어는 확실히 심리테스트 결과를 보려면 구독해야 하는 '그' 아이디어에 비해 독자를 모으기엔 역부족인 게 맞았다.


고민 끝에 타깃 오디언스를 고려하고자 하는 과정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나의 아이디어 자체가 부족했음을 인정해보는 게 어떨까 생각했다. 막중한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타깃 오디언스가 쉽게 참여할 수 있으면서, 참여의 의미도 함께 느낄 수 있는 아이디어를 기획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결과적으로 재차 진행된 기획안 발제에서 나의 아이디어가 채택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실제로 진행하기 위한 준비 단계에 있다.


독자의 '숫자'를 늘리는 것, 독자와 장기적으로 '관계'를 형성해 가는 것, 그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란 어렵다. 앞으로 몇 번을 더 경험해도 어려울 것이다. 독자, 즉 타깃 오디언스는 '변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어렵기 때문에 나와 같은 마케터들의 역할이 필요한 거 아닐까 생각하며, 더 열심히 경험하고 배워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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