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양품의 생각과 말>을 읽고
잠깐의 신문사 경험을 거쳐 외식업계의 마케터로 일했을 당시의 이야기이다.
마케터로 일하며 제1원칙처럼 마음에 새긴 것이 ‘타깃과 관계 맺는 마케터가 되자’였다.
타깃의 니즈를 파악하고 충족시키는 과정을 통해 우리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고, 결국 관계 맺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순간들이 있었고, 여전히 그렇기도 하다.
외식업체의 마케터로 막 일하기 시작했을 때, 점심시간의 직장인 고객 유치를 위해 프로모션 기획 PT를 했던 적이 있다. 호기로웠던 신입의 패기와는 달리 당시 들었던 지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점심시간에 매장에 가서 고객들을 관찰한 적이 있나요?” 진부한 표현이지만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충격적이었다. 없었기 때문이다. 책이나, 기존의 레퍼런스 등 다른 곳에서 답을 찾으려 했고, 그것으로는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이 기획안에서도 드러났기에 결국 나의 기획은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타깃과 관계 맺는 마케터가 되고 싶었으면서 왜 타깃을 관찰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했을까 반성했던 순간이었다.
<무인양품의 생각과 말> 중 마스다 무네아키는 브랜드가 아닌 고객 입장에서 바라보는 관점을 강조하며, 기획은 피부 감각에서 출발해야 함을 말한다. 그는 실제로 츠타야 서점 내부를 돌아다니며 방문객들의 표정을 살펴보는 과정을 통해 그곳이 고객들의 창조성을 자극하는 공간으로서 작용하고 있다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고객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무엇을 제공해야 고객 가치 증대와 연결되는지를 포착하려면 실제로 관찰할 것을 강조한다. 책을 덮은 후에도 여운처럼 생각나는 구절들이다.
나의 제1원칙인 ‘타깃과 관계 맺는 마케팅’은 말처럼 쉽지 않고 여전히 어렵지만, 그에 어려움을 마주할 때마다 이제는 ‘관찰’이라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떠올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