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플랫폼에 마지막 글을 쓴 것이 언제였는지도 모른 상태로 정신없는 나날이 지났다. 휴대폰에 한 번씩 다른 작가분들께서 전자책을 발간하는 소식을 접한다거나 이 플랫폼 측에서 왜 요즘에는 글을 안 쓰냐고 한 번씩 알람이 올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엄습해서 '글을 빨리 써야지 써야지' 다짐만 한 것 치고는 너무 시간을 끌었던 것 같은 자책감이 든다.
일전에 '군대 나온 여자'라는 주제로 글을 쓴 것이 마지막이었는데, 복무기간이 남은 상태에서 자신 있게 전역지원서를 내고 사회로 나온 것 치고는 딱히 거창한 진로의 인생 2막을 시작하지는 못했다.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서, 자신의 고향으로 회귀하듯이 내가 불과 전역한 지 2개월도 안 되었을 시기에, 군인일 때 하던 일을 그대로, 신분만 달라진 경력채용을 통한 군무원으로 임용이 되었다. 사실, 당시 새로운 직렬의 진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예전에 하던 직무 쪽에서 갑자기 자리가 생겼다고 원서라도 넣어보라고 강력하게 설득하던 동기의 말에 뭔가 꽂혔는지 어느새 눈뜨고 나니 갑자기 군무원이 된 그런 상황이 되었다. 임용이 된 후에 예전의 직무에서 같이 일하던 사람에게도 다시 인사를 하면서... 처음에는 민망함도 있었지만 반갑다고 다시 맞아주는 분들 덕분에 조금이나마 힘을 낼 수 있었다.
지금의 내 직업을 선택한 것에 대해 결코 후회를 한다거나 누구를 원망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다.
정년의 보장, 안정성이라는 큰 장점이 가족들이나 일가친척, 주변인들에게 표면적으로 좋아 보인다는 말도 들었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다르고, 자기가 있는 자리가 가장 힘들다는 말이 있듯이 실제로 그 직책에서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뜻하지 않은 상황과 고충을 맞게 되는 순간도 더러 있을 것이다.
우선, 나 스스로의 권위의식을 타파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였다. 군무원은 군인이 임무수행을 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서포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인데 내가 군인인 시절에는 군무원들의 세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군무원이 되고서야 깨달았다. 오죽하면 임용되고 몇 달이 지나서 군인일 때 같이 근무했던 군무원들에게 전화를 돌려서 예전에 미안한 부분에 대해 사과를 할 정도였으니. 그분들은 그 나름의 자리에서 군인들을 많이 우대해 주기 위해 애를 썼다는 것을 내가 군무원이 되고서야 깨닫게 되었다.
현재, 나는 직급이 고급 군무원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초창기에는 내가 스스로 피해의식에 사로잡혀있기도 했고 여기에 따른 적응이 매우 어렵기도 했다. 경력직이라서 나의 업무수행능력은 우수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으나 과거와 다르게 나 자체의 존재는 조직에서 우선순위가 떨어져 있고 앞으로 더 진출할 수 있는 경로가 없어진 채로 현실에 안주하다가 이대로 정체되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 간간히 불안에 휩싸이기도 했다. 진로선택을 잘못했나 싶어서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보고했으나 상급자께서 지금 상태로는 그만두면 나중에 후회할 것이라고 거듭 말리기도 했다. 지금까지 온 6개월 동안 내 인생에서나 조직에서나 굉장히 많은 에피소드를 겪어왔던 시간인 것 같다.
요즘 뉴스에서도 이슈로 떠오른 주제 중에 '공무원 겸직금지' 사안이 있었다. 나 또한 말단 군무원이었기에 군인과 비교했을 때 수입은 현저히 줄어든 부분이 있어서 현실적으로 고민을 하기도 했다. 내 입장에서 합법적이고 업무수행에 지장을 받지 않는 범위의 재테크 수단을 찾아봤더니 '공모전'을 지원하는 방법이 있었다. 이 플랫폼에서도 뛰어나신 작가분들이 많으시다시피, 글에 재능이 탁월한 분들이 많을 텐데
나도 상금이 걸린 공모전을 도전해 보면서 내 글에 대한 실력을 측정하고 부수입도 창출하는 방법이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 그 결과, 국가보훈부에서 주관하는 취업수기 공모전에서 장려상, 작년 12월에 시상한 보훈콘텐츠 수기부문에서 일반부 산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게 되었다.
작년에는 비포장도로를 무턱대고 달렸다가 되돌아가는 듯하 시행착오를 거듭했던 시간이었더라면
이번 해는 포장된 아스팔트 길에 최소한 이정표는 몇 개씩 간간히 있는 길을 가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하지만, 앞으로 반복되는 경로의 아스팔트길을 주야장천 달리면서 눈감고도 가는 편한 방향을 택할 것인지, 또 다른 비포장도로로 살짝 빠져서 방향을 틀어보는 도전적인 모험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더 필요할 것 같다. 여전히 이상과 현실에서 끝없는 고민을 통해 내 자존감을 높이고 싶은 욕구를 충족하고자 발버둥을 칠 거라는 것을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