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군대 나온 여자야

영화'타짜'명대사-"나 이대 나온 여자야"패러디

by 스템텔라
15년 전쯤으로 기억하는데, 영화 타짜 1에서 배우 김혜수(정마담)"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는 유행어가 한동안 패러디되던 시기가 있었다. 어찌나 영화가 매력이 있던지 6번은 돌려본 것 같다. 영화제작자들의 연출도 중요하겠지만 원작은 만화였기에 구성의 근간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만화를 먼저 접하여 내용을 알고 있었기에 영화가 나왔을 때 짜릿함을 느꼈던 것 같다.

'허영만'이라는 만화가를 7살 때 처음 알게 되었다. 만능스포츠맨이자 야구광이었던 아버지로 인해 우리 집은 자연스럽게(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반강제로..) '스포츠조선'이라는 신문을 구독하게 되었는데, 아마 아버지가 총각 때부터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을때까지도 끊지 않고 착실히 구독하셨다. 자연스럽게 내 교양의 원천은 스포츠신문으로써 조기교육(?)이 되었다는 표현이 우스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아버지가 먼저 다 읽고 거실에 던져놓으면 그것을 내 방에 갖고 가서 각종 연예인소식, 스포츠 소식을 비롯해서 적은 지분이지만 약간의 시사적인 내용까지도 아주 꼼꼼히 정독을 했던 기억이 있다. 어찌나 흥미를 끌만한 내용으로 임팩트 있게 구성했던지 그 신문을 읽을 때면 시간 가는 줄을 몰랐던 것 같다.
그중에도 신문에 만화코너를 즐겨봤는데 '허영만'이라는 작가분은 '스포츠조선에 전세 냈나?'라고 느낄 정도로 연재를 꽤 오래 한다는 생각을 했고, 어렸을 때는 당연히 성인을 대상으로 한 만화에 나온 내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느덧, 10대 중후반이 되어서야 그분의 만화가 이해가 되기 시작했는데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한 작품이 타짜여서 영화로 나왔을 때 참 반가움을 느꼈지만 그것도 잠시, 만화와 영화의 내용은 맥락조차도 너무나도 다른 부분이 많아서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만화와 별개로 봤을 때 영화 그 자체로써도 매우 매력 있는 작품이라는 것은 대중들의 평가로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일 것이다.

극 중 정마담(김혜수)이 이대를 진정 졸업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대사를 치는 장면만 봐서는 확인할 수 없지만, 여기서 나는 크게 매력에 빠졌던 부분이 두 가지가 있었다.

본인이 자신감을 갖고 이대를 나왔다고 구사한 대사는 '정마담이 진짜 이대를 나왔나? 그런데 굳이 저렇게 평범하지 않은 삶을 선택했을까?'라는 궁금증을 갖게 했다. 고학력이었던 그녀가 어떤 계기로 화투판에 발을 들이게 되었는지, 그 삶은 만족했는지 일일이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그 캐릭터가 워낙 입체적이었고 맞추어진 퍼즐이 아니라 시청자가 배경과 인물을 조합하여 상상하도록 여지를 준 것 같아서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또한, 정마담이 겉으로 봤을 때 자신의 이익만 좇아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거 친여성이지만 고니에게는 자신의 진심을 다 준 만큼 본질을 발휘하여 인간적인 대우를 했기에 여린 구석도 있어 보여서 연민도 느껴졌던 것 같다.

굳이 영화이야기를 꺼내게 되어서 서두가 길었다.
나는 어제로써, 12년 6개월의 군 생활이 끝났고
오랫동안 몸 담았던 소속, 군대에서 벗어나서
평범한 한 여성으로서의 일상으로 돌아온 지가 24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변한 듯 변하지 않은 주변상황들이 내 마음을 더 서글프게 했다.

찬란했던 20대 시절에
나는 인생의 도박을 걸었다.
멋도 모르고 발을 들였을 때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낙장불입'의 패를 쥐고서 군인이 되었고
'한 끗'을 가지고 수많은 경쟁을 경험하며 다치고 아물고를 매번 반복했다.
스스로 밑장은 빼거나 감추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자부하지만, 그래서일까? 가장 최고라고 하는 삼팔광땡의 패를 가져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맘이 쓰려옴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떠난 고니를 잊지 못한 정마담처럼
나 또한 전역의 아쉬움을 언제까지 곱씹을지 기약할 수 없겠지만.
아팠다면 경험이고 좋았다면 추억이듯이
굳이 뛰어들지 않아도 될 도박장에서 나는 최소한 본전 이상은 건졌노라고 의미를 부여해야 내 마음이 덜 서운할 듯하다.

실제로 정마담을 만난다면
"이대 나온 여자라며, 나는 군대 나온 여자인데"
라고 반가운 듯이 인사를 건네고
굳이 공통점이 없는 공통분모를 만들면서 그녀의 당차고 자신감 넘치는 기운을 듬뿍 받고 싶어 질 것 같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타짜(2006)정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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