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23년전, 중딩시절. ‘우리 오빠’들의 5집 앨범이 나왔다. 작고 소중한 용돈을 모아 앨범을 구매했고 그 속엔 ‘오빠’들의 알록달록한 염색머리가 멋진, 명함 두 장을 합친 사이즈의 스티커가 들어있었다. 요즘 아이돌 포카 못지않은 하이 퀄리티의 빤타스틱한 사은품은 이내 나를 긴 고민의 시간으로 이끌었다. 고민의 주제는 ‘과연 이 스티커를 어디에 붙일것인가? 어디에 보관할 것인가?’ 였다.
후보지의 요건은 다음과 같았다.
오래도록 함께 해야 함
훼손이나 오염의 가능성이 작아야 함
가치가 확실하고 그 가치가 변함이 없어야 함
그때부터 나의 소중한 물건들에 대한 리스트업과 감정이 시작됐다.
매일 들고 다니는 필통 – 필기구 때문에 더러워질 수 있으니 불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목인 역사교과서 – 사용 기한이 1년으로 새학년이 시작되면 쓰지 않을 것으로 불가
교실 책상 – 역시 생활하며 더러워질 것 같아 불가
마이마이 – 붙일 공간이 없음. 불가.
집에 있는 모든 물건 – 화려한 ‘우리오빠들’을 귀신머리라고 질색하시는 엄마가 분명 내다버리실 것이므로 불가
소중한 많은 물건이 불가판정되고 남은 하나는 지퍼 달린 성경책이었다. 나와 매일 함께하고 깨끗하며 변하지 않는 것. 그러나 감히 하나님 말씀과 오빠들의 얼굴을 함께 둘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10대들의 우상’이라는 타이틀이 ‘우상’이 한 단어 때문에 한국 기독교에서 적폐시 되었는데 나 스스로도 오빠들 스티커를 성경책에 넣는 것은 여간 찜찜하지 않았다.
결국 내 스티커는 어디에 붙어졌을까? 고민만 힘들게 하고 스티커는 사라져버렸다. 비록 스티커는 잃어버렸지만 내 안에 큰 교훈이 남았다. 세상 많은 것들은 쇠하고 사라지지만, 하나님 말씀은 변하지 않고 영원하다는 것.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영히 서리라 하라 (이사야 40:8)”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