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플렉스 극복
1년 2개월 동안 호주에서 보내며 내가 제일 잘한 것은 브리즈번 순복음교회에 간 것이다. 햇수로 따지면 벌써 18년 전인데도 지금까지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을 만난 곳이기도 하다. 청명하고 넓은 호주의 하늘과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람들로 기억되는 호주 생활 중에 가장 고마웠던 일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거울을 볼 때마다 낮고 작은 코가 너무나 불만이었다. 빨래집게를 꽂아보기도 했고 코가 높아진다는 마사지도 해보다가 결국에는 나중에 콧등을 높이는 수술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느 날 나보다 2살이 어린 찬양팀 반주자 다미가 내 얼굴을 보다가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언니 코가 참 예쁜 것 같아.’
나는 순간 너무 놀란 마음에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몰랐다. 내 코가 예쁘다고? 작은 키보다 더 콤플렉스인게 내 코인데? 더군다나 다미는 외적으로나 내면적으로나 부족함이 없어보이는 아이였다. 교회와 이민사회에서 존경받고 인정받는 부모님, 크고 영화세트장같은 집, 피아노연주실력, 노래, 작곡실력은 물론 인성도 바르고 마음도 예쁜 다미가 고작 내 코를 예쁘다고 하다니.
다미는 전에 차량사고로 코뼈가 함몰되는 부상을 당했었다고 했다. 그래서 코를 유심히 보다가 그런 말은 한 것이었을까?
다미의 그 말은 내 작은코 콤플렉스에서 나를 벗어나게 만들었다. 더 이상 내 코는 밉지 않아. 다미가 내 코 예쁘댔으니까. 어쩌면 스쳐 지나가는 한마디의 말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 이후로 나는 거울을 볼때마다 받던 스트레스를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몇 년이 지나고 다미가 호주 방송뿐만 아니라 ‘스타킹’이나 ‘복면가왕’에 나올 때 반가운 마음에 내적 환호성을 질렀다. “다미야! 코 예쁜 언니 여깄어!”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힘이 될 수 있는 스쳐 지나가는 말 한마디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