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빈을 닮은 잘생긴 몽골인 친구

자나깨나 한국말 조심

by 오소정

대학교 4학년 1학기 재학 중에 학교 교정에 걸린 현수막 하나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국제교환 학생 선발, 대상 학교 몽골국제대학(MIU). ‘내려놓음’이라는 책을 쓰신 몽골의 이용규 선교사님이 부총장으로 계셨던 바로 그 학교다. 호주 브리즈번에서 우리 교회로 집회오셔서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사슴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눈망울로 하셨던 것이 기억났다.


하지만 나에게 남은 것은 4학년 2학기뿐. 원칙적으론 졸업 앞둔 학생을 보내진 않지만, 아직 몽골국제대학과는 교류가 없었기에 첫 교환학생으로 특별히 보내주셔서 몽골로 떠나게 되었다.


나는 경영학과 교류 학생으로 경영학과 전공 수업과 몽골어, 일본어, 몽골 역사 수업을 들었다. 그중 몽골 역사 수업이 이용규 교수님의 수업이었다. 그 수업을 듣고 난 후, 나는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민족은 몽골인 민족이며 저들이 각성한다면 현재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판도가 몽골 중심으로 완전히 뒤바뀔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게 되었다.


아무튼 경영학과 수업인 글로벌 리더십 수업을 경북대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대구 미녀 정진이와 함께 듣게 되었는데 우리는 매 수업마다 키가 크고 김우빈을 닮은 몽골인 남학생 뒤에 앉았다. 첫날부터 정진이와 나는 ‘와, 쟤 그 배우 누구 닮았다.’, ‘키도 엄청 크고 잘생겼다.’, ‘얘가 한국 가면 인기 많겠다.’ 등의 뒷담화를 작은 소리로 하곤 했다. 어느 날은 그 남학생의 핸드폰 배경 화면에 아기를 안고 있는 사진을 보고 ‘뭐야, 얘 유부남이야? 힝 아쉽다.’ 라던지, ‘아빠가 잘생겨서 아기도 이쁜가 봐’ 등의 말을 작게 하기도 했다. 당연히, 얘는 외국인이니까 우리말을 알아듣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착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때는 주말이었고, 정진이와 함께 수흐바타르 광장 옆에 있는 백화점에 놀러 갔다. 5층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푸드 코트가 있었는데 다양한 음식을 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 자주 가는 곳이었다. 평범했던 그 날도 에스컬레이터 쪽을 바라본 채로 앉아 밥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아래층에서 그 김우빈을 닮은 잘생긴 몽골인 남학생이 올라오며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 애는 나를 보고 손을 들며 웃으며 말했다. “어~ 여기 어떻게 왔어? 밥 먹으러 왔어?”


나는 아무 생각없이 “어~ 안녕? 밥 먹으러 왔지.” 했다가 만화처럼 띠용-하는 얼굴로 그 친구를 다시 쳐다봤다. 그 친구는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사라졌다. 나와 정진이는 숟가락을 놓고 놀라서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다음 수업 때 만나자마자 사과했다. 너 한국말 할줄 아냐고. 그럼 그동안 우리 얘기 다 들었냐고. 뒤에서 그렇게 얘기해서 너무 미안하다고. 그 친구는 아빠가 한국에서 일하셔서 어렸을 때 잠깐 한국에 살았다고 했고, ㅡ정말 민망하게도ㅡ 우리 얘기도 다 들렸다고, 그리고 괜찮다며 용서해줬다. 덧붙여 몽골에는 한국어를 할 줄 알는 사람이 많으니 횡단보도 서 있어도 말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대부분 몽골인은 한국 사람에 굉장히 친절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일은 없겠지만. 한국이든 몽골이든 사람의 뒤에서 함부로 사람 얘기를 해선 안된다. 그게 내 기준에 칭찬이라고 하더라도. 그리고 한국어는 글로벌 언어임을 잊지 말자.


'말이 많으면 허물을 면키 어려우나 그 입술을 제어하는 자는 지혜가 있느니라' 잠언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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