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배민다움
요즘 기업들이 '수평적'인 것에 대해 관심을 가져요.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평적인 게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죠. 언론에서도 수평적인 문화를 가진 기업을 칭찬하고요.
그렇지만 모든 조건들이 수평적인 게 정말 좋을까요?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문제입니다. 왜 사람들은 수평적인 게 좋다고 여길까요? 기존의 조직이 수직적이었기 때문에 반대되는 얘기를 하는 거라고 봐요.
업무의 기본은 성과를 내야 하는 거니까 어느 정도 수직적인 규율이 필요해요. 회사는 혼자가 아닌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거잖아요. '규율이 성패를 좌우한다'는 말이 있죠. 영국축구 역사상 가장 유능한 감독으로 인정받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경은 규율을 포기하는 순간 성공은 멀어지게 된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원칙은 임시방편보다 중요하다. 11명의 뛰어난 선수들이 훈련에 최선을 다하고, 체중을 유지하고, 충분히 숙면을 취하고, 정확한 시간에 경기장에 나타나기만 한다면, 승리의 절반은 이미 이룬 셈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많은 구단들이 이 간단한 일을 해내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일하기 전에 신뢰가 쌓이고 유대관계가 형성되어야만 일이 잘된다고 생각해요. 소소한 잡담은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이는 신뢰로 발전할 수 있죠. 잡담과 수다의 특징은, 하고 난 후 내용은 생각나지 않는다는 거에요. 다 잊어버리고 그 사람과 내가 같은 시간을 보냈다는 유대감만 남지요.
그런데 사실 일할 때는 그 유대감이 되게 중요하거든요. 밥이라도 한 번 먹어본 사람과 일하는 것과 소소한 얘기도 한 번 안 해본 사람하고 갑자기 일하는 거랑 다르잖아요.그런 이유로 잡담을 많이 나누게 해요. 그 안에서도 정보들이 오고가고요. 잡담을 많이 나누면 좋은 게, 보고를 하거나 결정해야 할 때 무겁지 않게 얘기할 수 있더라고요. 사전에 가볍게 물어봤으니 조금이라도 편하게 이야기를 꺼낼 수 있죠. 그래서 잡담이 경쟁력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도 네이버 문화를 바탕으로 시작했어요. 네이버는 삼성전자에서 시작된 문화고, 삼성전자는 그전의 다른 회사에서 시작된 거고, 그동안 많은 회사들이 제조업 베이스의 문화에 머물러 있었잖아요. 그런데 이제 산업구조가 바뀌는 분위기니까 그 중간에 저희가 새로운 것을 많이 시도해보려는 거죠. 4.5일제든, 수평적인 관계든 새로운 문화가 한번 정착하면 그다음에 더 좋은 문화가 생길거에요. 우리 회사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창업한다면, 그 또한 더 좋은 문화로 진화해 퍼져나가겠죠.
아이디어가 독창적이든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재능이나 창의력을 과신한 나머지, 마케팅을 쓸데없는 낭비나 부가적인 수단으로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서 가장 흔히 듣는 말이 "세상 어디에도 이런 서비스는 없는데, 왜 사람들이 몰라줄까요?"인 점이 안타깝다.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아무리 뛰어나도 마케팅을 제대로 못하면 고객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인재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며, 투자자를 설득하지 못한다. 이런 관점에서, 배달의민족은 들여다보면 볼수록 스타트업에 참고가 될 점이 정말 많다.
경쟁사보다 더 빠르거나, 더 싸거나, 더 크거나, 더 좋은 제품을 제공하여 성공한 기업은 언젠가 더욱더 빠르거나, 더욱더 싸거나, 더욱더 크거나, 더욱더 좋은 제품에 뒷덜미를 잡히게 되어 있다. 더 '나은'제품 만들기 게임에서 영원한 승자란 없다.
늘 더 나은 조건의 제품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그것으로 승부를 보려는 기업은 하수다. 소비자 인식에 '다름'을 인정하게 하는 차별화를 이루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