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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알 Ongal Sep 06. 2022

한 달간의 스타트업 경험. PM의 회고

설레였던 입사 그리고 아쉬운 퇴사

한 달간의 짧은 여정이 마무리됬다. 입사한 회사에서의 기대치와 내가 개선하고 기여하고 싶은 부분에서 입장차이가 있었고 결국 내가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 아쉬움이 많이 남은 경험이었지만 나에게는 짧지만 강렬한 인사이트를 남겨주었다.


내가 입사하기 전 서비스를 분석하여 개선이 필요한 곳에 대해 제안했고, 회사 입장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부분에 동의했다. 그런 적극적인 모습에 기대를 걸었다고 했다. 하지만 마치 짝사랑 하는 기분이었다. 심적으로 정말 힘든 한 달이었다. 자책도 하면서 자존감이 떨어지기도 하고 다시 힘을 내서 적극적으로 임하려고 하면 벽에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퇴사를 결정한 날 대표님과 면담을 통해 아쉬운 점들에 대해 공유했고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하며 동행의 마침표를 찍었다. 


나는 당연히 생각하는 방식과 일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인지하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핏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회사에서 오래버티지 못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열심히 노력하면 회사에서 아끼는 인재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퇴사를 결정할 때 이런 믿음을 져버릴 정도로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는 내가 강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회사가 원치 않다는 이유로 사고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면 그건 정말 궁합이 맞지 않는 것일 수 있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주변에 많은 응원과 위로 덕분에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이제 회복의 시간을 가졌으니 다시 냉정하게 스스로를 자기객관화 하여 자책이 아닌 반성의 회고를 쓸 수 있는 심리적 상태까지 회복되었기에 다시 힘을 내고자 글을 쓴다. 절대 회사가 나빠서 나를 내보냈고 나는 부족한 부분이 전혀 없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아닌 다른 대상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마음이 편할 수 있지만 같은 상황이 온다면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 적어도 나에게 책임이 있다고 느끼며 스스로를 변화 시켜서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고 했을 때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바꾸기 쉬운 건 여자친구도, 자식도, 친구도, 상사도 아닌 바로 나니까


Lean 하지 못했다.



에자일, 린 등의 프레임워크에 대해 6개월간 공부하고 훈련을 했다. 하지만 정작 생각할 겨를이 없이 바삐 일하다 보니 돌이켜 보면 전혀 린하게 일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왜 이 일이 필요한지 인지하고 있음에도 날카로운 질문에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명분을 쌓는데 시간을 허비했다. 창업을 했을 때에 단시간에 많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필요하다고 생각한 일을 했고 그 일을 어렵게 설명하지 않아도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의 회사가 아닌 이상 그런 일하는 방식은 깊이 생각하지 않은 업무 방식이라고 치부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난 후 나는 목표 달성보다 공격에 대한 방어에 치중하며 일했다.


딥다이빙 하며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야 하지만 나는 너무도 당연한 답에 대한 답변을 만들기 위해 일이 진행되지 않았을 때 답답하고 야속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적으로 이해되고 내가 부족했던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당연한 것이 누구에게는 당연한 것이 아닐 수 있다. 내가 질문에 대해 답변을 못하는 것을 대표의 탓으로 돌렸다. '모호한 질문은 상대를 혼란에 빠트려 심적으로 경쟁우위를 점하여 서열을 알려주는 화법이다.'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모호한 질문은 빈틈을 만들어 낼 것이고 질문하는 사람은 아주 쉽게 공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격지심이 만든 극단적 자기 보호 반응이었다. 나는 표면적인 질문에서 대표의 니즈를 찾아야 했고 가벼운 곳을 긁어줘야 했다. 그러지 못했다.


앞으로 명분과 절차 보다 결과물과 성과에 필요한 핵심적인 업무를 우선순위로 해결해야 하는 사고방식을 길러야 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사고 방식을 회사가 정말 원할까? 라는 질문에 나는 확신을 갖지 못했다. 나에게 유난히 맞지 않는 회사였나? 라고 한다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회사가 맞춰주기 어려운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돌아가지 않고 직진하려고 한다.


지금 당장은 회사에 돌아가는 것보다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한다. 스스로 증명해보고 싶은 것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런 선택을 하는 동안에 많은 고민을 했다. 나에게 취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창업을 위한 네트워킹 구축과 업계 경험을 쌓는 것이 었다. 그렇기에 취업준비에 1년 가까운 시간을 투자했고 회사에서 많은 배움을 통해 창업을 하려 했는데 한 달만 배우고 다시 창업을 시작하는 일이 아깝지 않냐는 주변에 우려가 있었다. 이런 고민을 할 때 존경하는 여자친구가 조언을 해주었고 나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최선의 선택은 없다

나의 선택이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책임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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