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쓰는 동화]백설공주

진정한 아름다움

by 예그리나

추운 겨울이었다. 추운 눈 송이 하얗게 하얗게 세상을 물들이고 있었다. 아빠가 일 때문에 늦게 끝나기에 나는 할머니 집으로 와 아빠를 기다렸다. 할머니의 무릎을 베개삼고 나는 옛날 이야기를 들었다. 착하고 예쁜 백설공주의 이야기였다. 백설공주는 저 내리는 눈처럼 아주 아주 아름답다고 했다. 나도 백설공주처럼 아름다우면 좋을텐데. 나는 스르르 잠이 들었다.


***


눈을 뜨고 나는 깜짝 놀라야 했다. 그곳은 내가 자던 곳이 아니었고 나는 치렁치렁한 치마를 입고 있었다.

“백설 공주야, 너는 오늘도 아름답구나.”

누군가 나를 보고 말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왕관을 쓴 남자가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백설 공주?”

나는 내 얼굴을 만져보았다. 내가 백설공주가 되다니, 이건 꿈인걸까? 나는 빨리 거울 속 내 모습을 보았다. 그러나 나는 이내 실망하고 말았다. 눈처럼 희고 피처럼 붉은 입술, 새까만 머리칼을 가진 백설공주를 상상했다. 하지만 거울에 비친 건 그저 내 원래 모습 그대로 였다. 어중간에 갈색 머리칼에 얼굴에는 주근깨가 나있고 눈은 추욱 쳐저서 힘이 없어 보였다.

“저는 아름답지 않은데요?”

나는 나보고 아름답다고 말한 왕에게 대꾸했다.

“그럴 리가. 내 눈에는 우리 백설공주가 제일 아름답단다.”

나는 왕의 말에도 나는 실망스러울 뿐이었다. 그때, 아주 아주 아름다운 왕비가 도착했다.

“백설공주야, 너 여기서 뭐하고 있니?”

아름다운 왕비는 고운 머릿결을 가지고 있었고 두 눈은 별처럼 빛나고 코는 오똑했으며 입술은 앵두처럼 붉었다. 아름다운 것은 왕비였다.

“얼굴의 주근깨를 얼른 없애라니까! 못생긴 얼굴로는 시집도 가지 못할거야!”

왕비는 나에게 소리쳤다. 나는 버럭 소리치르며 나를 때릴 듯 달려드는 왕비를 보고 도망쳤다.

‘나는 백설공주가 아니야. 백설공주는 이렇게 못생기지 않았는걸.’

왕비를 피해 방안으로 돌아가 울고 있는데 누군가가 문을 열었다. 사냥꾼이었다.

“백설공주님, 기분이 울적하신가 본데 저랑 사냥을 나가시지 않겠어요?”

나는 깜짝 놀라 일어났다. 왕비가 나를 죽이려고 사냥꾼을 보낸걸까? 하지만 난 아름답지 않으니 그녀가 날 죽일 리 없다. 안심한 나는 사냥꾼을 따라 산으로 갔다. 산에는 꽃들이 춤추고 동물들이 장난치고 있었다. 나는 사냥 대신 토끼와 술래잡기를 하며 산 속을 뛰놀다 지쳐 주저 앉았다. 그런데 그런 내게 사냥꾼이 다가오더니 칼을 꺼내 날 찌르려 했다.

“살려주세요!”

내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전 왕비님처럼 아름답지도 않은데 왜 죽이려는 건가요?”

내 말에 사냥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래서 죽이려는 겁니다. 왕비님은 못생긴 걸 아주 아주 미워하시거든요.”

나는 그 말에 슬퍼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사냥꾼이 칼을 내렸다.

“하지만 공주님은 누구보다 착한 마음씨를 가지고 계시죠. 어서 도망가세요. 그렇지 않으면 왕비가 공주님을 죽이고 말겁니다.”

나는 사냥꾼의 말처럼 산 속 깊은 곳으로 도망을 갔다. 깊고 깊은 산 속에는 작은 집이 있었는데 나는 그 집을 보자마자 난쟁이의 집이라는 것을 알았다. 난쟁이들은 집에 없었다. 나는 난쟁이들을 기다리다가 집 앞에서 잠이 들었다.

“누가 우리의 집 입구를 막았어?”

일곱 난쟁이가 돌아와 나를 깨웠다. 내가 자리에 일어났다. 난쟁이들은 내 허리에 올 정도로 키가 작았다.

“넌 왜 이 깊은 숲까지 들어왔니?”

난쟁이가 물었다.

“나는 백설공주에요. 왕비님이 날 죽이려 해 이곳까지 도망쳤어요.”

나는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난쟁이에게 털어놓았다.

“이렇게 춥고 배고프게 혼자 떨고 있었다니!”

난쟁이들은 날 집으로 안내해 음식을 나눠주고 침대를 빌려주었다.

“가여운 처지에 놓였으니 우리가 널 도와줄게. 하지만 너도 우리를 도와줬으면 좋겠구나.”

“제가 뭘 도울 수 있을까요?”

“우리를 위해 침대를 정리하고 빨래, 바느질, 집안을 깨끗하게 해죠.”

“좋아요!”

나는 머물 곳이 생겼다는 생각에 신이 나서 그들의 집안일을 시작했고 모든 일이 끝나 지쳐 잠이 들었다. 일에 지친 날 위해서 난쟁이들은 침대를 양보해주었다. 난쟁이들의 침대는 너무 작아서 일곱 난쟁이의 침대를 모두 모아 내가 몸을 누일 수 있었다. 아침이 되어 그들은 광석과 황금을 찾기 위해 떠나려 했다.

“나도 가겠어요!”

“너도?”

“어제 날 침대에서 재워준 덕분에 힘이 나요.”

나는 난쟁이들과 함께 광석과 황금을 찾으러 광산으로 갔다. 광산에서 황금을 캐는 것은 굉장히 고된 일이었다.

“나쁜 여왕, 나쁜 여왕.”

첫 번째 난쟁이가 노래를 시작했다.

“착한 백설공주를 죽이려 했네.”

두 번째 난쟁이가 노래를 이어받았다.

“착한 백설공주, 고운 백설공주.”

세 번째 난쟁이가 이어 노래했다.

“숲 속 깊은 곳까지 오게 되었네.”

네 번째 난쟁이가 이어 노래했다.

“깊은 숲 속에 사는 난쟁이 일곱명.”

다섯째 난쟁이가 이어 노래했다.

“백설공주와 친구가 되었네.”

여섯째 난쟁이가 이어 노래했다.

“착한 일곱난쟁이, 착한 백설공주.”

내가 난쟁이들의 노래를 이어 노래했다.

“우리는 친구, 영원한 친구.”

일곱 번째 난쟁이가 노래를 마무리했다.

난쟁이들과 노래를 하니 일하는 것은 하나도 어렵지 않았다. 난쟁이들과 나는 일을 마치고 룰루랄라하며 집으로 걸어갔다.

“사과 사세요. 사과 사세요.”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추었다. 검은 망토를 쓰고 얼굴을 가렸지만 분명 사악한 왕비였다.

“무슨 사과요?”

나는 모르는 척 물었다.

“한 입 먹으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질 수 있는 아주 붉은 사과랍니다.”

하지만 아름답지 않아도 나는 포근한 집이 있었고, 좋은 친구가 일곱이나 있었다. 그러나 사악한 왕비에게는 친구가 없었다.

“뭘 모르는 이야기를 하는군요. 정말 아름다워지려면 이 황금을 먹어야 해요.”

나는 오늘 캐낸 황금을 왕비에게 보며 말했다.

“황금을 먹는다고?”

“자, 잘 보세요. 붉은 사과도 탐스럽지만 이 빛나는 황금은 그 무엇보다도 아름답죠. 이건 마법의 황금이랍니다. 이걸 먹으면 영원히 아름다울 수 있어요.”

“그, 그게 정말이야?”

왕비는 탐욕스러운 눈으로 황금을 바라보았다.

“정말이고 말고요. 하지만 이건 줄 수 없어요. 너무 귀한 것이라 내가 먹을 거에요.”

그러자 왕비는 내 손에 황금을 재빨리 앗아갔다.

“하하하! 니가 먹기 전에 내가 먹어서 지금보다 더 더 아름다워지겠어.”

사악한 왕비는 어리석게도 황금을 꿀꺽 삼켜버렸다.

“어어억, 이게 뭐야...”

왕비는 황금으로 숨이 막혀 괴로워했다. 그리고는 결국 황금동상이 되어 굳어지고 말았다. 왕비가 동상이 되며 모습이 드러났다.

“사악한 왕비다!”

“백설공주를 또 죽이려고 사과장수인 척 했어!”

난쟁이들은 이미 황금동상이 된 왕비를 곡갱이로 부숴버렸다. 왕비는 결국 잘게 부서진 황금덩어리가 되어 휘익-부는 바람에 모두 다 날아가 버렸다. 왕비가 사라지고 나는 난쟁이들과 함께 궁으로 돌아가 잔치를 열었다. 사악한 왕비가 죽고 백설 공주가 돌아오자 궁의 모두가 기뻐해주었다. 잔치가 끝나고 나는 왕비의 거울을 찾아갔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가장 아름답니?”

“그건 이미 황금덩어리가 되어버린 왕비님이시죠. 왕비님은 정말 아름다웠지만 이제 황금이 되어버렸어요. 하지만 빛나고 값 비싼 황금도 참 아름답죠.”

“그럼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가장 행복하니?”

그러자 거울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거울은 행복하게 웃음 지었다.

“네, 공주님. 그건 바로 궁의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백설 공주님입니다.”

그 말을 하고 거울은 와장창 깨지더니 그 속에서 한 남자가 걸어나왔다.

“공주님의 현명한 질문으로 사악한 마녀였던 왕비의 저주가 풀렸습니다. 저는 궁의 기사였지만 왕비의 사악한 마음이 아름답지 않다고 말해 저주를 받고 거울이 되었습니다. 거울을 보고도 겉모습이 아닌 내면을 바라보는 공주님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분입니다.”

기사는 내게 고맙다고 인사하였고 우리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


“으으음...저주가 풀려서 다행이야...”

“우리 공주님, 아빠가 왔으니 이제 집에 가자.”

“으음?”

나를 흔드는 손길에 나는 눈을 떴다. 그러자 할머니와 아빠가 보였다.

“아빠?”

창 밖에 오던 눈은 그쳤고 나는 백설 공주가 아닌 할머니 무릎에서 자고 있던 내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래, 세상에서 제일 이쁜 우리 공주님.”

아빠의 말에 나는 활짝 웃음 지었다.

“맞아요.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공주님이에요.”

아빠의 품에 와락 안겨서 내가 대답했고 할머니와 아빠는 웃음을 터트렸다.

따뜻한 겨울이었다.

작가의 이전글[다시쓰는 동화]인어공주